Astronomers thought comet Borisov was pretty boring. They were wrong.

기이한 혜성, 보리소프

이 성간 혜성의 ‘원시 그대로의’ 특징은 우리 태양계가 다른 항성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태양계는 이리저리 휙휙 날아다니는 혜성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지난 수 세기 동안 그 같은 혜성들을 추적했다. 그렇지만 태양계 밖에서 온 혜성 중 지금까지 관측에 성공한 것은 단 둘 뿐이다. 그 중 오무아무아(Oumuamua)는 명왕성과 비슷한 외계행성의 잔재에서 유래한 성간 소행성이다. 납작한 팬케이크 모양의 암석 덩어리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무아무아는 사람들이 외계인이 보낸 우주선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기이한 천체이다(외계인의 우주선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21/보리소프(2I/Borisov)가 있다. 이 혜성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혜성인 것 같았다. 보리소프는 2019년 8월에 처음 발견되었고, 같은 해 12월 태양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사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쏟아졌다. 과학자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리소프가 일반적인 혜성 구성 물질(물 얼음, 먼지, 가스 물질)로 이루어진 평범한 천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보리소프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두 개의 논문이 최근 발표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보리소프는 그동안 우리가 연구한 혜성 중 외부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원시성을 가장 잘 간직한 혜성일 가능성이 있다. 또, 보리소프가 그간의 예상과 달리 아주 독특한 조건이 아닌 환경에서 태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즉, 보리소프가 우리 태양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항성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태양계 혜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태양계 초기에 수많은 물질이 개별 천체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면서 합쳐지는 과정에서 혜성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혜성의 주요 구성 물질은 얼음이다. 따라서 혜성이 태어나자마자 태양열과 방사선에 녹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태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다른 항성계에서 혜성이 만들어진 원리도 아마 이와 비슷할 것이다. 혜성은 태양 방사선에서 멀어질수록 약 45억년 전 탄생 당시의 구성과 화학적 특징을 더 잘 유지한다. 이 같은 ‘원시성’은 혜성이 항성계의 탄생 당시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타임 캡슐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특히 혜성의 먼지는 혜성이 처음 만들어질 때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던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이론적으로는 성간 혜성도 다르지 않다. 유럽남방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소속 천문학자이자 이번에 발표된 두 논문 중 하나의 저자인 빈 양(Bin Yang)은 “보리소프 코마(coma, 핵 주변을 둘러싼 희뿌연 먼지층으로, 혜성이 태양에 의해 가열되면서 핵에서 방출된 가스와 먼지로 구성) 입자의 구성과 구조를 분석하면 먼지가 형성된 당시의 조건과 형성된 위치를 논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 AOP 천문대(Armagh Observatory and Planetarium)의 스테파노 백널로(Stefano Bagnulo)가 이끈 첫 번째 연구는 반사광에 주목했다. 빛은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빛의 파동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파동이 편광되면 진동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빛이 혜성의 코마에 의해 편광될 경우, 편광된 빛을 연구하면 먼지의 크기와 구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정보는 혜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혜성이 태어난 항성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칠레 초거대 망원경(Very Large Telescope, VLT)을 통해 수집된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보리소프에서 반사되어 코마를 통과한 빛은 그동안 우리가 연구한 태양계의 다른 어떤 물체에서 반사된 것보다 크게 편광된다. 이는 보리소프의 코마 입자가 매우 작고 미세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해당 입자가 다른 항성의 방사선과 열에 의해 큰 변형을 겪은 적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그랬다면 혜성 표면에서 좀 더 큰 입자가 이리저리 방출되었을 것이다). 논문을 쓴 저자들은 보리소프가 지금까지 발견된 천체 중 원시성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천체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리소프와 비슷한 정도로 빛이 편광되는 유일한 천체는 헤일 밥 혜성(C/Hale-Bopp)이다. 헤일-밥 혜성은 지금까지 관측된 혜성 중 가장 밝은 혜성으로 추정되며, 20세기에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혜성인 것은 분명하다. 1997년에 태양을 스쳐 지난 적이 있는 헤일 밥 혜성은 그 전에 딱 한 번 태양에 근접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자들은 보리소프와 헤일 밥이 태어난 항성계는 다르지만 태어난 조건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빈 양이 이끄는 팀은 보리소프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VLT와 칠레 아타카마 ALMA(Large Millimeter / Submm Array) 망원경을 이용하여 보리소프 코마의 큰 입자에서 나오는 열을 탐지했다.

관찰에 따르면 보리소프 코마는 혜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밀리미터 크기의 돌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일산화탄소와 물이 풍부한 이 돌조각이 항성계 안쪽에서 먼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돌조각이 항성으로부터 멀리 이동하면서 항성계의 각기 다른 위치에서 만들어진 얼음과 점차 혼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 행성에 의해 유도되는 이 같은 ‘중력에 의한 혼합(gravitational stirring)’은 우리 태양계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생각된다(헤일 밥 혜성의 형성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이 있다). 즉, 기본적으로 보리소프는 항성계의 다양한 곳에서 유래한 물질이 하나로 합쳐진 집합체로 시작된 후 모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관찰 결과를 종합하면 몇 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코마에 일산화탄소와 물이 많다는 점에서 보리소프가 자리잡은 곳의 온도가 낮았음을(즉,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야 화합물이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소프 혜성의 ‘원시성’은 이 같은 생각을 뒷받침한다.

보리소프와 헤일 밥이 유래한 항성계 둘 다에서 중력에 의한 혼합이 일어났다는 증거를 고려할 때, 두 혜성 사이의 유사성은 우리 태양계의 진화 과정이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특이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은하계에 지구와 비슷한, 거주 가능한 행성이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흔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아니면, 우리가 흥미로운 발견에 정신이 빠진 나머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보리소프가 태어난 항성계가 실제로 우리 태양계와는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의 천문학자 닐 델로 루소(Neil Dello Russo)는 보리소프의 일산화탄소와 물의 값이 우리 태양계에서 발견된 어떤 혜성보다 높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한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하나 더 있다. 이번 연구들은 코마를 구성하는 돌조각이 형성된 시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논문이 보리소프를 구성하는 입자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양의 논문은 코마에서 발견된 큰 돌조각을 분석하는 데 집중한 반면, 백널로의 논문은 극단적 편광을 유발할 수 있는 연기 같이 작은 입자가 코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두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메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혜성 과학자 마이클 켈리(Michael Kelley)는 이 같은 차이가 두 논문이 ‘각자 다른 기법을 사용’했으며, 각 기법이 특정 유형의 입자를 탐지하는 데에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앞으로 보리소프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데이터세트를 비교 및 ​​결합하고 차이를 조정하는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리소프는 기이하다. 그렇지만 정말 기이한 것은 보리소프가 태어난 항성계가 우리 태양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성간 혜성은 우리가 지금껏 만난 천체 중 가장 정상적인 천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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