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아기를 향한 경쟁, 인간 윤리가 시험대에 오르다
현미경으로 인간의 배반포(胚盤胞)를 관찰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반투명한 덩어리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지 약 5일 후에 형성되는 생물학적 표본이다. 카리브해의 백사장에서 주운 모래 한 알 크기에 불과한 이 작은 세포 덩어리에는 미래의 생명체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다. 46개의 염색체, 수천 개의 유전자, 약 60억 개의 DNA 염기쌍이 담긴 이 배아 조직은 세상에 하나뿐인 인간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라 할 수 있다.
이어서 레이저 펄스로 배반포의 가장 바깥층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초소형 관 모양의 도구인 피펫으로 몇 개의 세포를 빨아들이는 장면을 상상하자.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 이 설계도 전체를 사실상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순간이 열린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 과학 분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분석 결과를 활용해 해당 배아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를 예측하고자 한다. 일부 부모는 가족력이 있는 유전 질환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이 검사를 선택한다. 반면, 그보다 수는 훨씬 더 적지만 자녀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거나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을 지니게 되기를 기대하며 지능·외모·성격을 최적화하고자 수만 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는 부모도 있다. 이 기술의 가장 열성적인 초기 지지자들 중에는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도 포함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 페이팔 및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 그리고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같은 기술 부호들이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