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신약 개발에서 정밀의료까지… 의료 혁신 이끄는 양자헬스케어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연산을 수행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0과 1로만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동시에 여러 상태를 취할 수 있어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병렬로 탐색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팅은 의료 분야의 난제를 푸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신약 후보 물질의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이나 방대한 환자 유전체 데이터 분석처럼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수개월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한 작업도, 양자컴퓨터라면 단기간에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IBM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10년 간의 협력을 통해 의료 연구 전용 양자컴퓨터를 선보였고, 한국에서도 2024년 연세대학교가 IBM 양자 시스템 원(127큐비트)을 도입하면서 세계 다섯 번째로 자체 양자컴퓨터 인프라를 갖추는 등 본격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제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 정밀의료, 진단 기술, 유전체 분석 등 의료의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과연 현재 이 분야의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향후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살펴보자.
신약 개발의 게임 체인저, 양자컴퓨팅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15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든다. 그마저도 1만 개 후보 중 성공하는 건 2~3개뿐일 정도로 효율이 낮다. 이런 신약 개발의 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게임 체인저로 양자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분자들의 양자 상호작용을 원자 수준에서 정확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약물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고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더욱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세인트주드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올해 4월 양자컴퓨팅을 접목한 기계학습 모델이 기존의 순수한 고전 컴퓨팅 모델보다 신약 후보 화합물 식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로 한꺼번에 방대한 화합물 조합을 시험해볼 수 있으므로, 일일이 실험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되는 신약 후보 탐색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초기 성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1월 미국의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과 함께 양자컴퓨팅과 생성형 AI를 결합하여 췌장암, 폐암, 대장암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암 유전자 변이로, 난치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난치암 표적 단백질인 KRAS에 결합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IBM의 16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활용해 신약 후보 탐색 속도를 1만 배 이상 끌어올렸고, AI로 생성한 가상 분자들까지 합쳐 총 110만 개에 달하는 화합물 중에서 유망 후보를 겨우 몇 달 만에 선별해냈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2개의 후보물질은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KRAS(Kirsten rat sarcoma) 변이에 효과를 보여 향후 혁신적 항암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 초기에 수년 걸리던 작업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실제 신약 후보를 발굴해낸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연구에 참여한 토론토대 이고르 스태그랴르(Igor Stagljar) 교수는 “양자컴퓨터와 생성형 AI 접목을 통해 신약 후보 발굴 및 전임상 단계를 수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여 글로벌 제약회사와 빅테크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글과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은 양자컴퓨터로 신약 후보 물질의 분자 시뮬레이션을 연구 중이고, 프랑스 양자기업 파스칼(Pasqal)과 스타트업 큐비트 파마슈티컬즈(Qubit Pharmaceuticals)는 협력하여 신약 개발 문제에 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또 다른 접근으로, 존슨앤드존슨(J&J)은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최적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약물이 몸속 표적과 얼마나 잘 상호작용하는지, 임상 시험 설계와 공급망 관리처럼 수많은 변수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문제에 양자 기술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은 파스칼과 함께 이러한 양자 최적화를 신약 설계에 도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의 양자컴퓨팅 도입 경쟁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mRNA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는 IBM 리서치와 파트너십을 맺고 양자컴퓨터로 mRNA 분자의 입체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통적인 컴퓨터로도 RNA 구조를 예측할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를 쓰면 훨씬 더 많은 가능한 접힘 구조를 동시에 고려하여 더 정확하고 방대한 탐색이 가능함을 모더나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를 통해 예컨대 동일한 면역 효과를 내면서도 더 낮은 용량이나 상온 보관이 가능한 백신 조성을 찾는 식으로 백신 개발을 최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 또한 양자컴퓨팅 도입에 일찍부터 뛰어들어, 이미 2022년에 구글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신약 연구를 개시한 바 있으며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로 양자 알고리즘을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기업들도 앞다투어 양자컴퓨팅 기반 신약 개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이 분야는 산·학·연을 망라한 협력의 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자사 GPU와 양자컴퓨터를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을 선보이며 신약 설계에 최적화된 양자 시뮬레이션을 지원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상에서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여 제약사들이 복잡한 계산을 실험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가 아스트라제네카, AWS, 엔비디아와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신약 합성에 중요한 화학 반응 경로를 양자-클래식 하이브리드 계산으로 시뮬레이션하여 기존 대비 20배 이상 빠르게 결과를 얻어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양자컴퓨터와 GPU 슈퍼컴퓨터를 결합한 덕분에 몇 달 걸리던 계산이 며칠로 단축되었으며, 결과의 정확도도 기존 수준을 유지해 양자 가속(Hybrid Quantum Acceleration)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제약사 한림제약은 IBM 퀀텀 네트워크에 가입하여,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신약 후보 물질 도출과 천연물 신약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한림제약은 IBM 양자컴퓨터에 클라우드로 접속해 대용량 화합물 데이터를 양자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하고 분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MOU를 맺고 양자컴퓨팅 기반의 신약 개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는 인세리브로(inCerebro)와 퀀텀인텔리전스(Quantum Intelligence) 등이 자사 플랫폼으로 양자컴퓨팅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산학 연계를 통해 관련 논문과 특허를 축적하며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세대 정재호 교수(의과대학 양자사업단장)는 “양자컴퓨팅은 AI와 함께 제약산업의 판도를 바꿀 디지털 프런티어”라며 “복잡한 분자 수준 변화를 병렬 계산하는 데 특화되어 특히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개발 실패율을 줄이고 개발 기간과 비용을 낮춤으로써 환자들이 혁신 신약을 더 빨리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밀의료와 유전체 분석: 맞춤치료의 가속화
한 환자의 유전체, 단백질, 생활습관, 병력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종합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정밀의료(맞춤의료)는 미래 의료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이렇게 변수가 많은 맞춤 치료를 현실화하려면 막대한 계산이 필요하고, 현재의 컴퓨팅으로는 개인별 복잡한 조합을 완전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양자컴퓨팅은 이러한 정밀의료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환자의 정보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세트로 분석해, 각 환자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찾아내는 일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는 수십억 개에 달하는 유전 및 분자 데이터를 순식간에 훑어 개개인의 암 종양에 가장 잘 효과적인 약물을 찾아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동일한 암도 환자의 유전형과 돌연변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맞춤형 항암치료가 실현될 수 있다. 현재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알 수 있는 최적 약물 선택을, 양자컴퓨팅으로 수많은 조합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환자별 ‘정답’에 가까운 치료법을 곧바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양자컴퓨팅은 유전체 분석 그 자체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인류의 유전체 정보는 방대하고 복잡하여, 개인 유전체를 해독하고 질병 연관성을 찾는 데 엄청난 연산이 필요하다. 양자 알고리즘은 이러한 작업을 병렬로 처리함으로써 유전체 서열 분석이나 변이 탐색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2024년 양자 바이오의학 기술 프로그램(Qu-BIT)을 출범시켜, 차세대 전염병 대응을 위한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이나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에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서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23년 2,400만 파운드(약 450억 원)를 투자해 국가 퀀텀 바이오센싱 허브를 설립, 암 등 질병의 조기진단을 위한 양자 기술 연구에 나섰다.
정밀의료를 위해서는 유전체 외에도 환자의 임상 기록, 생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의 통합 분석이 중요한데, 양자컴퓨팅은 이러한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양자컴퓨터 기반 AI는 유전자 변이와 질병 발현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기존보다 더 정확히 찾아내거나, 환자의 유전체와 병력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특정 치료에 대한 부작용 발생 확률을 예측하는 등의 일에 응용될 수 있다.
이미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IBM의 협업 하에 수술 후 심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양자 강화 모델이 시험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 약물을 유전체 데이터에서 탐색하는 AI+양자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양자컴퓨팅이 데이터 많은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개개인에게 꼭 맞는 예방과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밀의료에 양자를 실제 적용하려면, 의료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및 보안 문제, 양자 알고리즘의 임상적 해석 가능성 등의 과제도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진단 기술의 혁신: 더 빠르고 정확한 질병 발견
정확하고 빠른 진단은 효과적인 치료의 첫걸음이다. 양자 기술은 진단 영역에서도 의료 이미지 획득과 분석 양면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 양자 센서를 활용한 영상 진단은 기존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해상도와 민감도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자기술을 접목한 MRI 장비의 경우, 양자 얽힘 등을 이용해 현재보다 훨씬 뛰어난 신호 검출이 가능하다.
기존 MRI는 미약한 자기 신호를 잡아내기 위해 긴 촬영 시간과 고자장 장비가 필요했지만, 양자 MRI는 매우 작은 자기장 변화까지 포착해 더 선명한 조직 영상을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주 초기 단계의 종양이나 뇌신경 활동도 뚜렷이 영상화할 수 있어 질병을 훨씬 이른 시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은 연구실 수준의 시제품 단계이지만, 이러한 양자 영상진단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환자들은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없이도 높은 정밀도의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은 기존에 보이지 않던 미세한 질병 신호까지 잡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양자컴퓨팅이 의료 영상과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복잡한 패턴 인식을 요하는 방사선 영상 판독이나 병리검사 해석에서, 양자 기계학습은 고전적 AI로는 찾기 어려운 미세한 특징까지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양자 AI 팀과 캐나다의 D-웨이브(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특수 목적 양자 컴퓨팅 장치인 ‘양자 어닐러(Quantum Annealer)’ 개발 기업)는 양자 머신러닝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 연구에 의하면 양자 프로세서는 방대한 의료 영상 데이터세트와 유전체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암세포의 특이한 패턴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로, 연구팀이 양자 어닐링 기법을 활용한 영상 분할(세그멘테이션) 알고리즘을 암 진단에 적용했더니 기존 방법보다 훨씬 빠르게 영상을 처리하면서도 작은 병변까지 효과적으로 구분해내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양자 영감을 받은(quantum-inspired)’ 알고리즘으로 흉부 X-레이 영상을 분류하여 폐렴을 진단하는 연구에서, 양자 기반 지원벡터머신(SVM)이 기존 머신러닝보다 오진을 줄이고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양자컴퓨팅으로 강화된 AI 진단은 방대한 영상을 병렬로 분석해 미묘한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어, 의사의 판독을 도와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조기 발견율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는 영상의학과나 병리과 의사들이 양자컴퓨팅 기반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질병을 더 신속·정확하게 진단하고, 환자는 그만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 예후를 개선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양자 헬스케어의 도전과 미래 전망
양자컴퓨팅이 의료에 가져올 변화는 분명 혁신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양자컴퓨팅은 지난 몇 년간 언론과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고전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실질적 문제를 양자로 해결한 사례는 드물다. 일부 전문가들이 “양자컴퓨팅이 과장됐다”며 AI 버블에 비유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020년대의 양자 하드웨어는 계산 중 발생하는 오류(error)가 잦고, 이용 가능한 큐비트 수도 수십~수백 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양자컴퓨터로 실행하는 시뮬레이션은 고전 컴퓨터로도 풀 수 있는 단순화된 모델 정도에 한정되며, 진정한 의미의 양자 우위를 입증하려면 아직 기술적 과제가 많다.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이나 정밀의료 분야에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려면 향후 수천~수만 큐비트 규모로 확장되고 오류보정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전망은 밝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양자컴퓨팅과 AI의 융합을 차세대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양자 알고리즘 팀 리더 라이언 바부시(Ryan Babbush) 등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을 신중히 낙관한다”면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나 복잡한 모델 학습에서 양자컴퓨팅이 AI에 새로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곧 신약 개발에서 원하는 기능을 가진 분자를 설계하거나, 환자별 질병 예측 모델을 학습시키는 작업 등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양자 시대의 의료는 한마디로 더 똑똑하고 개인화된 의료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질병의 분자 기전을 정밀히 규명하여 더 나은 약을 만들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며, 초기 진단으로 건강수명을 늘리는 의료 – 이 모든 그림에 양자컴퓨팅이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모든 비전이 꽃피우기까지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양자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인프라 구축, 양자 알고리즘을 실제 의료 문제에 응용할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양자 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의료계의 준비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2030년대 양자기술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산·학·연 R&D를 확대하고 있다. 초기 성과가 나오기까지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겠지만, 양자컴퓨팅이 열어갈 의료 혁신의 잠재력만큼은 분명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연하던 양자컴퓨팅이 이제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로 가능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양자헬스케어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 양자컴퓨팅이 어떻게 쓰이고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기술 발전과 함께 지켜볼 일이다.
서영상 메디큐스타 CAIO는 하버드대학에서 바이오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석사를 받았고 MIT에서 전문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OHDSI와 Harvard Kennedy School에서 AI전문가로 활동했다. 네이처에 헬스케어와 AI 관련 논문을 게재한 바 있는 그는 씨젠 정보과학연구소에서 AI를 총괄하는 등 AI의 의료 적용 분야에 대한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