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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DeepMind’s new AI tool helped create more than 700 new materials

구글 딥마인드, AI로 신소재 700여 종 발견

구글 딥마인드가 자사의 새 AI를 통해 새로운 재료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더 뛰어난 태양전지와 배터리, 컴퓨터 칩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부터 태양전지,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신소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구글 딥마인드가 딥러닝을 활용해 신소재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법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GNoME(Graphical Networks for Material Exploration)’라고 불리는 이 기술을 통해 이미 220만 개의 신소재 구조를 예측하였으며, 현재 이 중 700여 개의 후보 물질을 합성해 실험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역시 새롭게 개발한 자동 실험 기술 연구를 <네이처>에 실었다. 버클리연구소 연구진은 GNoME가 찾은 물질을 일부 포함한 후보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하여, 머신러닝과 로봇 팔로 구성된 자동 실험 기술로 사람의 도움 없이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러한 성과가 AI를 활용한 신소재 발견 및 개발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재료과학 및 공학 교수인 주 리(Ju Li)는 GNoME가 신소재 발견 분야의 ‘알파폴드(AlphaFold)’라고 설명했다. 알파폴드는 2020년 딥마인드에서 발표한 AI 시스템으로, 단백질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어 생물학과 신약 개발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신소재 분야에서는 GNoME 덕분에 안정적인 후보 물질의 수가 기존의 약 10배인 42만 1,000개로 확대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신소재 발견 연구 책임자인 도구스 추벅(Dogus Cubuk)은 언론 브리핑에서 “재료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당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인류가 알고 있는 안정적인 재료의 수는 아직 수만 가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조합한다. 하지만 조합의 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무작정해 나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연구자들은 기존 물질들의 구조를 바탕으로 조금씩 수정하면서 잠재력 있는 새로운 조합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 지난한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연구가 기존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혁신적인 발견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딥마인드는 두 가지 딥러닝 모델을 결합했다. 한 모델은 기존 물질들의 원소를 변형하며 10억 개 이상의 구조를 만든다. 반면 다른 한 모델은 기존의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화학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물질의 안정성을 예측한다. 이 두 모델을 결합하면 후보 물질을 훨씬 광범위하게 예측할 수 있다.

후보 구조들이 정해진 다음에는 딥마인드의 GNoME 모델이 이들을 기준에 맞게 추려낸다. GNoME는 후보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분해 에너지를 예측한다. 이처럼 쉽게 분해되지 않는 ‘안정적인’ 물질을 찾는 것이 신소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GNoME는 가장 유망한 후보 물질을 선정한 후, 이론적 기준에 따른 추가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되며 각각의 회차가 AI의 다음 학습에 계속해서 통합된다.

GNoME는 첫 회차에서 약 5%의 정확도로 여러 재료의 안정성을 예측했다. 하지만 반복 학습을 거치면서 그 정확도는 빠르게 향상되었다. 최종적으로 GNoME는 첫 번째 모델에서 80% 이상, 두 번째 모델의 경우 33% 이상 후보 구조의 안정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AI 모델을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버클리 연구소의 크리스틴 페르손(Kristin Persson)이 이끄는 ‘매터리얼 프로젝트(Materials Project)’는 GNoME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해 4만 8,000가지 재료들의 안정성을 발견하고 개선했다.

하지만 규모와 정밀도 측면에서 GNoME는 이전 시도들과 차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미네소타 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의 화학공학 및 재료과학 교수인 크리스 바텔(Chris Bartel)은 GNoME가 과거 모델들보다 최소 몇 배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말한다.

메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재료과학 및 공학 부교수 이페이 모(Yifei Mo)는 이전까지는 비슷한 계산을 수행하는 데도 더 비싸고 규모 또한 제한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GNoME를 통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모는 이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고 나면 이를 실제로 합성해 유용성을 입증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버클리 연구소의 새로운 자동 실험 기술인 ‘에이랩(A-Lab)’은 GNoME가 발견한 일부 성과와 매터리얼 프로젝트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로봇공학과 머신러닝을 통합한 신소재 개발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에이랩은 후보 물질을 어떻게 합성할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최대 5가지 초기 배합법을 만든다. 이 배합법은 기존 과학 문헌을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이 생성한다. 각 실험이 끝나면 에이랩은 이 결과를 사용해 배합법을 다시 조정한다.

버클리 연구소의 연구진은 에이랩이 17일 동안 355개의 실험을 수행해 58개의 후보 화합물 중 41개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고 말한다. 하루에 최소 2개 합성에 성공한 셈이다.

사람이 주도하는 실험실에서는 일반적으로 재료를 만드는 데만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페르손은 언론 브리핑에서 “운이 나쁘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학생이 몇 주 만에 포기한다면서 “하지만 에이랩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에이랩은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라고 말한다.

딥마인드와 버클리연구소의 연구진은 이러한 AI 도구가 에너지, 컴퓨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하드웨어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페르손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특히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신소재 개발 AI는 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바텔은 이러한 신소재가 배터리, 컴퓨터 칩, 세라믹, 전자제품 등 다양한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유망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도체는 신소재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다. 전도체는 배터리에서 다양한 요소 간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딥마인드는 GNoME에서 528개의 리튬이온 전도체 유망 후보 물질들을 발견했으며, 이 중 일부가 배터리 효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소재가 발견돼도 이를 실제로 상용화하기까지는 보통 수십 년이 걸린다. 추벅은 “이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