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 AI의 혁신 이끄는 크래프트 김형식 대표

최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 4,600만 달러(약 1,746억 원) 투자를 받아서 화제가 된 기업이 있다. 바로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Qraft Technologies)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혁신가 인터뷰 시리즈의 2022년 첫 순서로 AI 금융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김형식 대표를 만났다.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는 2019년부터 뉴욕 증시에 AI 기반의 ETF를 상장해서 이미 이름이 꽤 알려진 핀테크 AI 스타트업으로, 기술 집약적이며, 향후 잠재성과 성장성이 매우 크다. 본 인터뷰는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 여의도 본사에서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과 함께 진행되었다.

Q)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이하 크래프트)를 창업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회사 형태는 아니었지만 2011년부터 친구들과 모여 전략적 투자를 했습니다. 초기에 성과가 꽤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니 저희의 전략에 다 수명이 다했는지, 성과가 줄어들었습니다. 다른 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장에서 한 친구로부터 미국에서 딥러닝 기반 기술이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술들이 크게 거론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딥러닝 기반 기술들을 저희가 당시 하고 있었던 주식 투자업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략을 추출하는 부분에서 자동화를 시키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초보적 수준으로 만들어봤는데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즈음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좀 더 제대로 회사 형태로 시작하자고 해서, 2016년에 이제 이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크래프트의 주력 사업은 무엇입니까?

A) 금융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펀드 매니저가 운용 상품을 만들고 트레이더가 운용하는 등 기본적인 절차들이 있습니다. 여기 사람이 잘하는 영역이 있고 AI가 더 잘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가령, 데이터 처리는 AI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AI를 도입하면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솔루션을 통해 효율성과 운용성과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AI 기반 ETF가 대표적입니다. 크래프트는 2019년 5월 국내 금융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AI 기반 ETF를 상장시켰습니다. QRFT, AMOM, HDIV, NVQ 등과 같은 ETF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다른 ETF 전략과 달리 매달 종목변경을 하며 급변하는 투자환경 속에서 족집게 같은 포트폴리오 선정 능력을 보여주면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Q) 김 대표께서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이테크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저는 정통 엔지니어 코스를 밟지는 않았지만, 전기공학부를 졸업했고 원래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병역특례로 번역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기도 했고요. 증권 거래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아서 병역특례가 끝난 후 친구들을 모아 한국 선물시장과 옵션시장 주식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Q) 올해 1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70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어떤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십니까?

A) 소프트뱅크의 비전과 저희의 사업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소프트뱅크도 투자업을 하는 기업인데요. AI로 현재 사람들이 하는 과정을 효율화하고 또 IPO가 된 주식을 AI를 적용하여 관리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소프트뱅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일을 위해 클라이언트로서 소프트뱅크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비단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최근 트렌드가 바로 AI를 통한 운용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들도 운용해야 하는데 이를 운용사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보통은 투자를 담당하는 CIO(Chief Investment Officer) 포지션도 있기는 하지만 CIO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때문에 기업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운용에도 관심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A)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관점과 트레이딩(주문집행) 관점이 있는데, 먼저 저희 트레이딩 시스템은 하루에 전략들을 700~800번 분할하고 강화학습을 통해 최적의 전략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현재 저희 고객인 신한금융투자를 포함한 다수의 증권사에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외환딜링 및 주식 주문집행은 트레이더 혹은 딜러들이 직접 하는데요. 거래량 가중 평균가(VWAP)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AI 시스템이 사람이 하는 것보다 1.5~2배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관점에서는 재무, 매크로, 대체 데이터 등을 통해 주식 수익률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는 패턴을 AI가 탐색하여, 투자에 반영하게 됩니다.

Q) 금융 외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고려해 본 적 있습니까?

A) 금융 업계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포가 균일하지 않고 데이터양도 아주 적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일어나는 가격이 전략에 사용되는 데이터라고 본다면 예측해야 될 데이터는 하루에 몇 개뿐입니다. 10년 정도 한다고 해도 2,000개 정도밖에 안 되는데 실제 들어오는 정보량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그 데이터 분포 자체가 불규칙적이고 양적으로도 충분치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슈입니다. 따라서 결국 새로운 환경에서 제한된 데이터로 분석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계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있어서 타 산업으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현재하는 일은 금융 분야에서의 예측이지만 철강 회사나 화학 회사들 또한 비슷한 니즈가 있습니다. 가령 공급망 쪽 데이터들이 많이 있는데요. 다양한 공급망 데이터를 이용해서 니켈 선물 가격의 예측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을 이런 부분에서 저희의 노하우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Q) 현재 크래프트가 겪고 있는 기술적 도전은 무엇입니까?

A)저희가 계속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결국 최적의 함수를 찾는 것입니다. 지속해서 바뀌는 환경과 조건으로 어떻게 최적의 함수를 찾을 수 있을지가 문제인 거죠. 예로 들어 ROE(자기자본이익률)등의 데이터 항목이 한 3,000~4,000개 되고, 연산자가 100개라고 하면,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함수의 조합도 케이스가 십억 개에 가깝습니다. 더 복잡한 형태라면 금방 우주 전체의 원자 수를 넘어갈 것입니다. 이 방대한 서치 스페이스에서 유력한 함수들을 좁혀서 찾아야 합니다. 바둑의 세계에서는 알파고가 함수를 효율적으로 좁힌 케이스라 볼 수 있어요. AI 모델에서는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 함수의 형태를 분류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AI는 패턴을 학습하는 종류인데 그렇다 보니, 전략들이 비슷비슷해질 수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 비슷한 전략이 되어 버리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차별성 부재로 수익을 못 낼 리스크가 생깁니다. 또한 AI 모델에게 성공 결과와 실패한 과거의 결과를 제공하고, 더 오버피팅 확률이 낮은 전략을 추론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발전하려면, 금융 쪽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이나 공대 쪽의 방법론도 계속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 회사들은 AI 연구 부서가 있는데, 막상 운용 부분에서 인공지능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곳은 거의 없어요. 과학자의 입장에서도 문제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도전 과제는 무엇입니까?

A) 지금까지는 우리는 운용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AI 기술들로 운용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투자 전략을 자동으로 찾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죠. 사실 이런 연구는 끝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로 사업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기업이 어떠한 펀드나 트레이딩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 고객을 위해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웃소싱 작업만 해왔습니다. 이것은 확장성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구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 사스(SaaS) 개념으로 먼저 만들어 놓은 상품들을 수요가 있는 기업에 적용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가 저희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래서 투자 및 타깃 설정과 같은 영역에 AI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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