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B.F. 스키너는 비둘기를 훈련해 미사일을 유도하게 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려 했다. B.F. SKINNER FOUNDATION
Why we should thank pigeons for our AI breakthroughs
비둘기, 현대 AI 강화 학습의 혁명을 이끌다
비둘기는 지능적인 동물로 인정받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최첨단의 AI 시스템을 움직이는 ‘강화 학습’은 인간보다 비둘기의 학습 방식에 훨씬 더 가깝다.
1943년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매달려 원자를 쪼개던 시기, 미국의 심리학자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B.F. Skinner)는 또 다른 정부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전쟁의 판도를 바꾸려 했다. 그의 목표는 더 크고 파괴적인 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폭탄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에 오르던 길에 이 방법을 찾아냈다. 스키너는 “기차 옆을 따라 무리를 지어 날며 선회하는 새들을 보았다”며 “순간 그들이 시력이 뛰어나고 기동성이 좋은 ‘장치’로 보였고, 이 원리를 이용하면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스키너는 처음에 까마귀를 이용해 실험을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영리한 까마귀로는 훈련이 쉽지 않았다. 그는 곧 중국 식당에 비둘기를 납품하는 가게로 발길을 돌렸고, 이른바 ‘비둘기 프로젝트(Project Pigeon)’가 탄생했다. 그가 선택한 바위 비둘기(Columba livia)는 특별히 지능적인 동물은 아니었지만 실험실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협조적인 피실험자였다. 스키너는 비둘기들이 항공 사진 속에서 올바른 목표를 쪼았을 때 먹이를 주며 보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비둘기들을 탄두 앞부분에 장착된 장치에 넣어 렌즈를 통해 화면에 비춰지는 실제 목표 영상을 쪼며 목표물을 조종하게 만들 계획까지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