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진동’만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면 어떨까? 위에서 진동을 유발해 뇌가 배부르다고 착각하게 하는 새로운 다이어트약이 개발됐다. 위 팽창을 감지하는 신경 말단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이 약의 숨겨진 원리다.

큰 알약만 한 캡슐 안에 아주 작은 모터가 들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약은 소화관을 타고 내려가 위 벽에 닿으면 진동하기 시작해 위의 신장 수용체(stretch receptor)를 자극하게 된다.

이처럼 전기신호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전자약(electroceutical)’이라고 한다. 아직 이 약은 전 임상시험 단계에 있지만 어린 요크셔돼지 몇 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관련 논문에 의하면 이 약을 2주 이상 먹인 돼지 6마리는 위약을 먹인 대조군보다 식사량이 40% 줄었다. 이는 연구진의 기대치에 가까운 성과였다. 해당 논문의 저자이자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생체의공학자인 슈리야 스리니바산(Shriya Srinivasan)은 “약효가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 돼지들이 성장기에 있어 체중이 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진동 캡슐을 먹은 돼지들은 먹지 않은 대조군보다 체중이 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