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료기관이든 의료진이 환자에게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손가락에 맥박산소측정기를 끼우는 것이다. 맥박산소측정기는 주요 활력징후인 맥박과 혈중 산소포화도를 혈액 채취 없이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기다. 하지만 이 기기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피부색이 어두운 환자에서 맥박산소측정기는 혈액 내 산소의 농도를 실제보다 높게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즉 환자가 심각한 저산소증이어도 맥박산소측정기가 이 위험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혈액의 산소포화도를 혈액 채취 없이 측정하는 기법이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FDA 자문위원회는 다양한 피부색을 대상으로 기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소집됐다. 엔지니어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이 글에서는 왜 맥박산소측정기가 피부색에 따른 편향을 나타내며,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맥박산소측정기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한다. 맥박산소측정기는 대부분 신체 말단 부위에 클립 형태로 고정해 작동한다. 주로 손가락 끝부분이지만 필요시에는 귓불이나 발가락에 끼우기도 한다. 측정기의 클립 한쪽에는 적색과 적외선, 두 가지 다른 파장의 빛을 내는 LED 광원이 달려 있다. 다른 한쪽에는 센서가 있어서 신체 조직을 투과한 빛의 양을 측정한다. 산소가 풍부한 혈액과 산소가 소진된 혈액의 헤모글로빈은 두 파장에서 흡광도가 다르므로 적색과 자외선에서의 흡광도 비인 R값을 계산해 혈중 산소포화도를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