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 발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사람들이 핵융합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올 때마다 듣게 되는 농담이 있다. “핵융합은 미래의 에너지다.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농담이다. 핵융합이 미래의 에너지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는 크지만 실제로 언제 그런 날이 도래할지 알 수 없어 생긴 농담이다.
핵융합로는 언젠가 풍부한 연료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 없이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언젠가’라는 막연한 약속은 오랫동안 뚜렷한 성과 없이 계속되어 왔다. 필자는 엄청난 기대감과 그에 못지않은 회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핵융합 기술에 관심이 많다. 핵융합은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궁극적으로 ‘롱샷(long shot)’, 즉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아주 힘든 일’이다.
10월 초에 열린 기후기술(ClimateTech) 행사에서 필자는 코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인 대니얼 브루너(Daniel Brunner)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와 관련하여 기후변화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융합과 같은 모험적인 기술의 역할을 검토해 보는 시간을 갖겠다.
기대와 위험
핵융합은 때때로 ‘롱샷’이 아닌 ‘문샷(moonshot)’, 즉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실현 가능하고, 실현될 경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로 간주되곤 한다.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원대한 목표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문샷이란 용어가 대중화된 최초의 계기는 말 그대로 달과 관련이 있다. 1962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대를 맞이하기 전에 달 탐사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실제로 핵융합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 최초의 달 탐사보다 먼저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핵융합을 향한 인류의 기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핵융합로는 원자를 서로 충돌시키는데, 이로 인해 원자 융합이 발생하고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는 값싸고 풍부한 연료가 사용된다. 이는 탄소 배출 없는 24시간 전력 공급이라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 조합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이 통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려면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까다로운 기술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원자로 내부 온도는 섭씨 1억 도를 넘어야 하며, 기업은 레이저, 초강력 자석 또는 이와 유사한 첨단 기술 장치를 이용해 연료를 제자리에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공학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부 모델 제작자는 핵융합 기술의 비용이 실제로 크게 저렴하지 않고 재생 에너지 비용과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올해 초 발표된 <와이어드(Wired)>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리 있는 주장처럼 들리지만, 예측가들은 태양광 패널의 잠재력도 10년 넘게 과소평가해 왔기 때문에 핵융합 기술의 궁극적인 경제성에 대해 확답을 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발전은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 기술이 언제 상용화될 것이며 그 시점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수 있는지다.
핵융합 기술의 역사와 발전
핵융합의 미래 전망과 관련하여 필자는 관심과 기대, 건전한 회의론을 가지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일 회사나 특정 접근 방식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술적 모험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오늘날 핵융합은 특히 우호적인 시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핵융합 기술은 약 10개월 전에 과학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의 과학자들은 지난해 말 핵융합 반응에서 연료로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반응을 통해 핵융합은 때때로 과학적 손익분기점이라고 부르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청난 이정표다. 하지만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이 원자로의 레이저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나지만, 효율성은 상당히 낮다. 이에 따라 핵융합 반응에서 얻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전력망에서 공급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 수준의 핵융합 기술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발전소에서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핵융합 점화(ignition)의 성공은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실용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하다.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핵융합 프로젝트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규모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는 일정 지연 및 급격한 비용 상승 문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 활동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핵융합 발전에 커다란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초 핵융합 발전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62억 달러(한화 약 8조 3,638억 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혁신적인 기후 기술의 필요성과 최근 민간 부문에서의 진전 상황을 근거로 핵융합 기술에 투자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아직 순 에너지를 달성한 민간 핵융합 회사는 없지만(또는 적어도 이러한 사실을 발표한 회사는 없지만)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이정표가 있다. 코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대규모 핵융합 작업을 경제적으로 수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인 새로운 초전도체 재료를 활용하여 자계강도에 대한 기록을 경신했다. TAE 테크놀로지스(TAE Technologies)와 같은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실용적인 핵융합로를 구현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섭씨 7,500만 도 이상의 온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는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현상에 흥미를 느낀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경영 악화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긴박감을 느낀다.
코먼웰스 퓨전 시스템스는 2025년경 원자로를 가동해 순에너지를 생산하고 2030년대 초에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기존에 2020년경에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했던)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는 이제 이르면 2028년에 공장 가동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기업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필자의 동료 제임스 템플(James Temple)이 올해 초 헬리온이 발표한 사업 추진 일정에 관한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가능성과 전망
핵융합이라는 모험을 반드시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기술이 위험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를 두고 여러 기술이 해결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약 10년 동안은 풍력, 태양광 발전, 전기차 및 기타 가용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종종 핵융합 발전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은 기술에 대한 자금 투입이 줄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투자가 항상 제로섬 게임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기후 관련 기술에 5,000억 달러(한화 약 671조 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지원금의 전체 규모가 더 커졌다.
기존 기술이 단기적으로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과 차세대 배터리, 수소 동력 중공업, 심지어 핵융합과 같은 신기술이 미래에 잠재적으로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음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2030년이나 2040년에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향후에 우리에게 주어질 대안들이 무엇일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에 진행 상황을 계속 주시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