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의 열대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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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nhouse gases we’re not accounting for
‘숨은 배출원’이 만드는 지구 온난화의 가속 페달
기후 변화가 온난화를 재촉하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런 배출원은 파리 협정과 주요 기후모델에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봉쇄에서 막 벗어나던 2021년 봄, 기후 과학자들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주로 농업과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메탄의 대기 농도가 2020년 사상 최고 속도로 급증했던 것이다.
전 세계 연구진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위성, 항공기, 온실가스 관측소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열대 지역 습지가 더 습해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메탄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환경은 산소가 거의 없는 진흙 속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의 번성을 부추겼고, 이 미생물들은 탄소가 풍부한 유기물을 대량 분해하며 부산물로 메탄을 내뿜었다. 또한 대기 중 메탄 분해를 돕는 질소산화물 오염이 줄어든 것도 급증세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자연 생태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해 더 많은 온난화와 배출로 이어지는 ‘피드백 효과(feedback effect)’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산불이나 영구동토층 해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양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배출원은 파리 협정에서 각국이 약속한 감축 목표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최신 온난화 시나리오에도 대부분 반영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