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주목해야 할 5대 AI 트렌드
변화가 일상인 업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다. 요즘 AI 버블론이 자주 언급되지만 과연 누가 이를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해 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한다.
지난번 예측은 얼마나 적중했을까? 우리는 2025년에 주목해야 할 AI 트렌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생성형 가상 놀이터’이라고 표현한 ‘월드 모델’(실제로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 3(Genie 3)부터 월드 랩스(World Labs)의 마블(Marble)까지, 현실감 있는 가상 환경을 즉석에서 생성하는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추론 모델(추가 설명이 필요할까? 이 모델은 업계 최고 수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 AI의 급격한 부상(오픈AI는 구글 딥마인드에 이어 과학 연구에만 집중하는 전담팀을 꾸렸다)이 포함됐다. 또한 우리는 AI 기업이 국가 안보 분야로 진출(오픈AI는 자사 기술의 전쟁 활용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방산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과 AI 모델을 전장 드론을 격추하는 데 활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할 것이며,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할 경쟁업체가 등장(이는 부분적으로는 맞았다. 중국이 첨단 AI 칩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에는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 12개월 동안 주목해야 할 AI 분야의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실리콘 밸리의 중국 LLM 의존도 증가
2025년은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해였다. 지난해 1월 딥시크는 오픈소스 추론 모델 R1을 공개하며 제한된 자원을 가진 비교적 작은 중국 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말 무렵에는 ‘딥시크 모멘트(DeepSeek moment)’라는 표현이 AI 창업가, 업계 관계자 및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며 일종의 이상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딥시크의 등장은 오픈AI나 앤트로픽,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을 거치지 않고도 최상급 AI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처음으로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R1과 같은 오픈 웨이트 모델(open-weight model)은 누구나 모델을 다운로드한 후 자체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증류(distillation)나 가지치기(pruning) 같은 모델 경량화 기법을 통해 모델을 맞춤형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핵심 기능을 여전히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고 접근 비용도 높은 미국 주요 기업의 ‘폐쇄형(closed)’ 모델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증류는 크고 똑똑한 모델의 지식을, 더 작고 가벼운 모델에 ‘전수’하는 방법을, 가지치기는 모델 안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 모델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CNBC와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AI 모델의 장점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큐원(Qwen) 시리즈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큐원2.5-1.5B-인스트럭트(Qwen2.5-1.5B-Instruct) 모델은 다운로드 수만 885만 건에 달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사전 학습 대형언어모델(LLM) 중 하나로 꼽힌다. 큐원 시리즈는 다양한 모델 크기를 아우를 뿐 아니라 수학, 코딩, 시각 정보 처리 및 지시 이행에 특화된 버전까지 갖추고 있어, 폭넓은 구성을 바탕으로 오픈소스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때 오픈소스 전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다른 중국 AI 기업들도 이제는 딥시크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 즈푸(Zhipu)의 GLM과 문샷(Moonshot)의 키미(Kimi)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쟁은 미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최소한 부분적으로 개방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8월에는 오픈AI가 처음으로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했고, 11월에는 시애틀에 기반을 둔 비영리 연구기관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Allen Institute for AI)가 최신 오픈소스 모델 올모 3(Olmo 3)를 발표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AI 기업들이 거의 일제히 오픈소스를 선택한 행보는 글로벌 AI 커뮤니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장기적인 신뢰 측면에서도 이점을 제공했다. 2026년에는 암암리에 더 많은 실리콘밸리 애플리케이션이 중국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과 서구의 최첨단 모델 사이의 출시 시차도 수개월에서 수주,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하로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Caiwei Chen
AI 규제를 둘러싼 미국 내 힘겨루기 심화
AI 규제를 둘러싼 싸움은 정면충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2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 정부의 AI 규제 법안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AI 산업을 각 주가 규제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손발을 묶으려는 조치다. 2026년에는 이러한 정치적 대립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주 정부들은 급성장하는 기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두고 충돌하고, AI 기업들은 주마다 다른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치열한 로비전에 나설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해 주 정부들은 규제 완화 기조에 맞서다 소송에 휘말리거나 연방 지원금을 삭감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미국 최초로 기업에 AI 모델의 안전성 테스트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첨단 AI 기술 관련 법을 제정한 캘리포니아 같은 민주당 성향의 주요 주들은 주법(州法)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만 있다며 법정 대응에 나설 것이다. 반면 연방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을 우려하는 주들은 대응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행정명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논란이 큰 사안을 중심으로 주 차원의 입법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챗봇이 청소년 자살을 부추긴다는 의혹과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 급증 문제가 겹치면서 주 정부에 규제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대중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는 주법 대신 의회와 협력해 연방 차원의 AI 법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 의회는 2025년에 주 정부의 AI 입법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두 차례나 실패했으며, 올해 자체적인 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픈AI와 메타 같은 AI 기업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반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막강한 슈퍼 PAC(super PAC: 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계속 동원할 것이다. 이에 맞서 AI 규제를 지지하는 슈퍼 PAC들 역시 자금력을 키워 대응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이들 사이에서 펼쳐질 치열한 대결을 눈여겨보자.
AI가 발전할수록 그 방향을 통제하려는 다툼도 더 거세진다. 2026년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규제 힘겨루기의 해가 될 전망이다.
—Michelle Kim
챗봇으로 인한 쇼핑 방식의 변화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쇼핑 도우미가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이 전문가는 까다로운 친구나 친지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즉시 추천해 주고, 인터넷을 뒤져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책장 목록을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주방 가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쟁 제품과 비교해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준다. 제안에 만족하면 구매와 배송 요청까지 대신 처리해 준다.
이처럼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쇼핑 도우미는 사람이 아니라 챗봇이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일즈포스는 앞서 2025년 연말 쇼핑 시즌에만 AI가 온라인 구매 2,630억 달러(약 380조 원)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체 주문의 약 21%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쇼핑이 향후 몇 년 안에 훨씬 더 거대한 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경에는 에이전틱 상거래를 통해 매년 3조 달러(약 4,300조 원)에서 5조 달러(약 7,200조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에 맞춰 AI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구매 과정을 최대한 매끄럽게 구현하기 위해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앱에서는 이제 제품과 판매자 정보가 포함된 강력한 쇼핑 그래프(Shopping Graph) 데이터 세트를 활용할 수 있으며, 에이전틱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대신 매장에 전화를 걸어주는 기능도 제공된다. 한편 오픈AI는 지난해 11월 구매 가이드를 신속하게 정리해 주는 챗GPT 쇼핑 기능을 발표했고, 월마트, 타깃, 엣시와 같은 쇼핑몰들과 제휴해 챗봇 대화 중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AI와 대화하는 시간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올해에도 이러한 쇼핑 제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색 엔진과 소셜미디어에서 유입되는 웹 트래픽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Rhiannon Williams
과학 연구에서 LLM의 역할 확대
처음부터 한 가지 단서를 달고 시작하겠다. LLM이 엉뚱하거나 부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원숭이가 타자기를 두드리다 우연히 햄릿을 써내는 수준의 행운이 따르지 않는 한, LLM이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해 낼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LLM이 인간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가능성은 지난해 5월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알파이볼브(AlphaEvolve)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알파이볼브는 구글의 제미나이 LLM을 활용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제미나이를 진화 알고리즘과 결합해, 제미나이 LLM이 제안한 해법을 검증하고 가장 우수한 해법만 선별한 뒤 이를 다시 LLM에 입력해 성능을 추가로 끌어올린 데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이볼브를 활용해 데이터 센터와 구글의 TPU 칩의 전력 소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의미 있는 발견이지만, 아직은 세상을 바꿀 만한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계속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따르는 연구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알파이볼브가 공개된 지 일주일 후, 싱가포르의 AI 엔지니어 아산카야 샤르마(Asankhaya Sharma)는 구글 딥마인드 모델의 오픈소스 버전인 오픈이볼브(OpenEvolve)를 공개했다. 이어서 9월에는 일본 기업 사카나 AI(Sakana AI)가 싱카이볼브(SinkaEvolve)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으며, 11월에는 미국과 중국 연구진이 알파리서치(AlphaResearch)를 발표하며 이미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던 알파이볼브의 수학 해법 중 하나를 추가로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자들은 다른 접근법도 모색하고 있다. 가령 콜로라도 대학교 덴버 캠퍼스의 연구진은 이른바 추론 모델의 작동 방식을 조정해 LLM이 더욱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도록 하는 방안을 실험 중이다. 이들은 인간의 창의적 사고에 대한 인지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추론 모델이 기존의 무난한 해법을 넘어 보다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백 개의 기업이 AI를 활용해 수학 난제를 풀고, 컴퓨터 성능을 높이며, 새로운 약물과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알파이볼브가 LLM의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만큼 이 분야의 연구 활동은 빠르게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Will Douglas Heaven
거세지는 법정 공방
한동안 AI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흐름을 보였다. 작가나 음악가 같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작품을 학습에 활용한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체로 거대 테크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AI 관련 법적 분쟁은 훨씬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분쟁의 초점은 아직 명확한 해답이 없는 까다로운 쟁점들로 옮겨가고 있다. 예컨대 챗봇이 청소년의 자살 계획을 돕는 등 특정 행동을 부추겼을 경우 AI 기업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챗봇이 특정 인물에 대해 명백한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면 그 개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또 기업들이 이러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다면 보험사들이 AI 기업을 요주의 고객으로 간주해 외면하게 될까?
2026년에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일부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실제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기 때문이다(11월에는 자살로 숨진 청소년의 가족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 법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법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AI 규제를 둘러싼 갈등의 배경과 향후 전개 양상에 대해서는 앞서 미셸이 다룬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방에서 쏟아지는 각종 소송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 과정에서 일부 판사들이 넘쳐나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는 사례까지 등장할 수 있다).—James O’Donn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