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에너지연, 1년 만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규모 19배 증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의 실증 규모를 1년 만에 19배 끌어올렸다. 탄소중립의 실질적 수단으로 DAC가 시험대를 넘고 있다.

대기 중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걸러내는 ‘직접 공기 포집(DAC, Direct Air Capture)’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설비 확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CCS연구단) 연구진은 5일, 하루 1kg 수준에 불과하던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량을 1년 만에 하루 19kg까지 확대하고, 1,000시간 이상 연속 운전을 통해 장기 안정성을 실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DAC 실증 성과로, 공정 설계와 흡수제 성능이 동시에 검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론 검증에 머물던 DAC 기술이 실제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며 탄소중립 기술의 ‘현실성’을 입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 중 400ppm의 탄소를 붙잡는 기술
직접 공기 포집(DAC)은 말 그대로 공기 속에 섞여 있는 이산화탄소를 바로 포집하는 기술이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0ppm(parts per million)으로, 공기 100만 분자 중 400개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탄소 포집 기술(CCS)이 발전소나 공장 굴뚝처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배출원을 대상으로 했다면, DAC는 농도가 매우 낮은 공기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난도가 훨씬 높다.

이번에 연구진이 적용한 방식은 ‘건식 흡수제’를 이용한 DAC 공정이다. 건식 흡수제란 스펀지처럼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달라붙게 설계된 고체 소재다. 송풍기로 공기를 끌어들인 뒤, 이 흡수제와 접촉시키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 이후 열이나 진공을 가해 흡수제를 재생하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떼어낼 수 있다.

연구진은 아민 고분자 기반의 고체 흡수제를 적용하고, 흡수제 충전량과 기체 처리량, 열관리 구조를 함께 최적화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약 19kg의 이산화탄소를 95% 이상의 고순도로 회수했다. 이는 하루 동안 소나무 약 1,000그루가 흡수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특히 1,000시간 이상 연속 운전에서도 흡수 성능과 공정 효율이 유지됐다는 점은, 실험실 성과를 넘어 설비 확장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DAC 기술 원리 개념도

‘톤 단위’로 가기 위한 다음 관문
DAC가 주목받는 이유는 설치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발전소가 없는 지역에서도 공기만 있으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네거티브 배출 기술(이미 배출된 탄소를 다시 줄이는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DAC와 같은 기술이 전체 감축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도 분명하다. 현재 DAC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DAC 기술의 포집 비용은 이산화탄소 1톤당 300~6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성을 확보하려면 이를 100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은 공정 압력 손실을 500파스칼(Pa) 이하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압력 손실이 낮을수록 송풍과 운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하루 200kg 규모의 DAC 설비로 확장 실증을 추진하고, 2035년까지 연간 1,000톤 이상을 포집할 수 있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수백만 톤’ 규모와는 거리가 있지만, 공기 중 탄소를 실제로, 안정적으로, 반복해 포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분명하다.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설비와 숫자의 문제다. 이번 실증은 그 간극을 좁히는 하나의 분기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