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없이 태양빛과 대기 저항만으로 우주쓰레기를 포획해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는 궤도이탈 장치가 개발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지구 저궤도에서 급증하는 우주쓰레기를 포획·제거할 수 있는 태양돛 기반 궤도이탈 장치를 개발하고 지상 시연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장치는 가로·세로 24cm, 높이 35cm의 전기밥솥 크기 소형 장치지만, 전개하면 원룸 바닥을 덮을 수 있는 약 25㎡ 규모의 태양돛이 펼쳐진다.
기존 방식은 고가의 청소 위성이 우주쓰레기에 직접 접근해 대기권 재진입을 유도하는 일회성 구조였지만, 이번 기술은 청소 위성과 궤도이탈 장치를 분리해 하나의 청소 위성이 여러 개의 궤도이탈 장치를 탑재하고 반복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재사용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견인하고 붙잡고 끌어내린다’ 3단계로 작동하는 우주쓰레기 제거 메커니즘
이 장치의 작동 방식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견인부에서 접착성 견인판을 우주쓰레기를 향해 투척해 표면에 부착시킨 뒤 끌어당긴다. 이렇게 가까이 당겨온 우주쓰레기는 포획부의 그리퍼(gripper·집게처럼 물체를 잡는 기계 장치)로 단단히 붙잡는다. 마지막으로 전개부에서 붐(boom·돛대처럼 뻗어나가는 구조물)을 펼쳐 알루미늄 코팅된 얇은 PET 필름 재질의 태양돛을 전개한다.
태양돛이 펼쳐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4초다. 명령 이후 5초, 16초, 34초 순으로 단계적으로 펼쳐지며, 지상 시연에서 이 전 과정이 성공적으로 검증됐다. 붐 구조는 국내 업체의 줄자 기술을 활용한 TRAC(Triangular Rollable and Collapsible) 방식으로, 말려 있다가 펼쳐지는 줄자처럼 좁은 공간에 접혀 있다가 명령이 내려지면 스스로 펴지는 구조다. 덕분에 전기밥솥 크기의 작은 장치 안에 가로·세로 5m 규모의 태양돛을 압축해 탑재할 수 있다.
태양돛이 우주쓰레기를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는 원리는 범선이 바람을 받아 항해하는 것과 유사하다. 태양돛(solar sail·태양빛의 압력을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초박막 반사 필름)은 태양광 압력과 저궤도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대기 저항을 동시에 받는다. 이 힘이 우주쓰레기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 고도를 낮추고, 결국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소각한다. 별도의 연료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장치의 무게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청소 위성은 반복 운용, 장치는 소모품으로—우주쓰레기 제거의 경제학
기존 우주쓰레기 제거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청소 위성이 우주쓰레기 하나를 제거하고 나면 대기권에서 함께 소각되는 일회성 구조여서, 경제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항우연이 이번에 제시한 개념은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청소 위성은 여러 개의 궤도이탈 장치를 싣고 궤도에 머물며 반복 운용되고, 각각의 궤도이탈 장치만 우주쓰레기와 함께 소모된다.
무게 20kg 이내의 소형 장치이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개를 탑재할 수 있어, 한 번의 임무로 다수의 우주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크기도 약 12U(유닛)—24cm×24cm×35cm—로 큐브위성 규격에 맞춰 설계됐다. 큐브위성이란 10cm×10cm×10cm를 기본 단위로 하는 소형 위성 규격으로, 이 규격에 맞춰 개발하면 기존 발사체의 여분 공간을 활용해 저렴하게 우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치 자체의 소형화가 경제성 향상의 핵심인 셈이다.
항우연은 이 기술이 우주쓰레기 제거에 그치지 않고 여러 우주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랑데부·도킹 기술(두 우주 물체가 궤도에서 서로 접근해 결합하는 기술로, 우주정거장 보급이나 위성 수리에 핵심적으로 쓰인다)과 심우주 태양돛 추진 기술이 대표적이다. 태양돛 추진은 연료 없이 태양빛만으로 장거리 우주 항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화성이나 소행성 탐사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임무에서 차세대 추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철 원장은 “태양돛을 이용한 궤도이탈 장치 기술이 지속 가능한 우주 환경 관리뿐 아니라 다양한 우주 활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