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난치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핵심 장치 국산화 기술 확보
전립선암·신경내분비암 등 난치암 진단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의 핵심 장치를 국내 기술만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갈륨-68 발생기의 핵심 요소기술 두 가지—원료물질인 저마늄-68 생산기술과 흡착 소재 기술—를 모두 확보해 난치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국산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흡착 소재는 갈륨-68 용출 효율 약 70%로 세계 선도 제품과 유사한 수준을 달성했으며, 한 번의 용출로 환자 6명분의 방사성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외 특허등록을 완료했으며, 향후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이 추진될 예정이다.
반감기 68분, 왜 갈륨-68은 ‘발생기’가 없으면 쓸 수 없나
갈륨-68은 붕괴하면서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원자핵이 불안정해 스스로 붕괴하며 방사선을 내보내는 원소)로, 이 양전자를 이용한 양전자단층촬영(PET·체내에 주입한 방사성 물질이 특정 조직에 집중되는 패턴을 3차원 영상으로 포착하는 첨단 진단 기술)으로 전립선암, 신경내분비암 같은 난치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일반 CT나 MRI가 구조적 이상을 찾는 데 강하다면, PET는 세포의 대사 활동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어 암 진단 정확도가 훨씬 높다.
문제는 갈륨-68의 반감기가 68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감기란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갈륨-68은 생산 후 수 시간이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갈륨-68 발생기다. 반감기가 271일로 훨씬 긴 저마늄-68을 흡착 소재에 담아두면, 저마늄-68이 서서히 붕괴하면서 갈륨-68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병원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이 발생기에서 갈륨-68만 선택적으로 뽑아 방사성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발생기는 ‘방사성동위원소 현장 생산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 발생기를 만드는 핵심기술 확보가 어려워 전량 수입 제품에 의존해 왔다. 공급이 해외에 묶여 있다는 것은 가격 협상력이 없을 뿐 아니라,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적시에 의약품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취약점을 국내 기술로 메운 성과다.

천연 물질 키토산과 금속산화물의 결합…새 흡착 소재가 만들어지기까지
갈륨-68 발생기를 만들려면 두 가지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원료물질인 저마늄-68을 생산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저마늄-68은 단단히 붙잡아 두되 갈륨-68만 선택적으로 분리·용출할 수 있는 흡착 소재 기술이다. 원자력연은 30MeV 사이클로트론(입자를 나선형 궤도로 가속해 핵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사용된다) 기반의 저마늄-68 생산기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이번 연구로 흡착 소재 기술까지 갖추면서 발생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요소기술을 완성했다.
흡착 소재 개발의 핵심은 재료 선택이었다. 연구진은 천연 물질인 키토산과 금속산화물인 타이타늄 전구체를 혼합해 마이크로 크기(100만분의 1미터 수준)의 입자를 만들고, 열처리를 통해 입자 간 결합력을 높인 새로운 흡착 소재를 완성했다. 이 소재는 저마늄-68을 흡착한 상태에서 특정 용액을 흘리면 갈륨-68만 선택적으로 씻겨 나오는 구조로 작동한다.
평가 결과, 개발된 소재의 갈륨-68 용출 효율은 약 70%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며, 원료물질인 저마늄-68 누수율은 0.001% 이하를 만족했다. 특히 외국산 제품보다 2배 긴 약 1년간 사용이 가능한 내구성을 확보해 의료 현장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의 용출로 환자 6명분의 방사성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병원에 갈륨-68 발생기의 핵심 소재 컬럼을 설치하여 비임상 평가를 위한 시스템 구성을 완료한 모습.
쥐 실험에서 종양 영상 확보, 기술이전과 대량생산으로 가는 길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약품으로서의 유효성 검증까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소재로 용출한 갈륨-68을 이용해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와 공동으로 PSMA(전립선특이막항원)를 표적으로 하는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갈륨-68 PSMA-11의 비임상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에서는 전립선암 음성 대조군과 달리 양성 실험군의 종양 부위에만 갈륨-68 방사성의약품이 선택적으로 집적되며 종양 영상 확보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개발된 흡착 소재가 실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임을 검증했다.
해당 기술은 국내·외 특허등록을 완료했으며, 향후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이 추진될 예정이다. 남은 과제는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박정훈 실장은 “향후 사이클로트론에 AI를 적용한 자율 운전 및 제조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원료물질인 저마늄-68을 대량생산하면 국내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오대현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이번 성과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부터 방사성의약품 개발, 희귀·난치암 환자 진단·치료까지 전주기를 국내 기술로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희귀·난치암 환자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고, 관련 기술이 산업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