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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실내조명 받아 수소 만드는 인공 나뭇잎 개발

UNIST 연구팀이 황화물 광전극과 3차원 니켈 촉매를 결합해 LED 조명만으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실내 조명 빛을 받아 수소를 생산하는 ‘인공 나뭇잎’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 연구팀은 효율적인 광전극과 수소 생산 촉매를 결합해 LED 조명 환경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인공 나뭇잎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외부 전압 없이 실내조명만으로 119~120 마이크로암페어(µA/cm²)의 광전류를 기록했는데, 이는 고가의 백금 촉매를 사용했을 때(121 µA/cm²)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12시간 후에도 초기 성능의 94%를 유지했다. 전 세계 전력 소비의 19%를 차지하는 조명 전력을 재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촉매 B: 환경과 에너지》에 1월 16일 온라인 공개됐다.

약한 빛의 역설: 실내조명이 더 유리한 이유

인공 나뭇잎의 핵심은 식물의 엽록소처럼 빛을 받아 전하 입자를 만드는 광전극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전극은 햇빛보다 밝기가 약한 실내조명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황화물(CdS) 소재로 이뤄져 있다. 황화물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해 전자와 정공(양전하를 띤 입자) 같은 전하 입자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소재다. 실내 LED나 형광등처럼 밝기가 낮은 조명에서도 전하 생성이 가능해 실내 조명용 광전극 소재로 적합하다. 생성된 전하 입자는 이산화티타늄(TiO₂) 층을 거쳐 뒷면의 수소 생산 촉매층으로 전달되고, 수소 생산 촉매층인 ‘3차원 니켈(3D-Ni)’ 표면에서 이 전하 입자와 물이 반응해 수소가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약한 빛이 오히려 시스템의 내구성을 높였다. 황화물은 강한 빛에 노출되면 전하가 표면에 과도하게 축적되며 ‘광부식’ 현상이 일어나는데, 약한 실내 조명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빛이 약해 줄어든 전하 입자량을 보완하기 위해 황화물에 이산화티타늄이 접합된 전극 구조를 설계했다. 이산화티타늄은 광전극에서 생성된 전자를 외부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카드뮴 황화물과 결합했을 때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해 사라지는 것을 막아 한정된 전하를 재결합 손실 없이 온전히 수소 생산에 쓰게 만든다. 또 황화물 표면에 ‘인산염(Pi)’을 코팅함으로써 황화물의 광부식은 막고 전하 이동 속도는 높여, 내구성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실내조명용 수소 생산 인공 나뭇잎의 구조와 성능.
(위) 인공 나뭇잎을 이루는 광전극의 구조와 전하 전달 경로..
(아래 좌) 수소 발생 촉매와 광전극이 연결된 인공 나뭇잎. (아래 우) 실내조명을 쪼였을 때 약 119 μA/cm²의 광전류를 기록.

백금 수준의 성능, 값싼 니켈로 구현

수소 생산의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촉매에서도 혁신이 있었다. 연구팀이 사용한 3차원 니켈 촉매는 고가의 백금 촉매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꽃 모양의 다공성 구조를 가진 이 촉매는 표면적이 넓고, 물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수소 기체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광전극에서 전달된 전자를 받아 물을 수소로 바꾸는 역할을 하며, 개발된 인공 나뭇잎은 고가의 백금 촉매를 사용했을 때(121 µA/cm²)와 거의 같은 119~120 µA/cm²의 광전류를 기록했다. 광전류는 인공 나뭇잎의 수소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더 중요한 것은 상용화 가능성이다. 3차원 니켈은 값싸고, 잉크처럼 찍어낼 수 있어 상용화에 필요한 크기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85cm² 인공 나뭇잎 4개를 직렬로 연결한 대형 모듈도 제작했으며, 이 모듈은 실내조명 아래에서 총 5밀리암페어(mA)의 광전류를 기록했다. 이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활용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다.

장지현 교수는 “실내조명은 날씨에 민감한 태양광과 달리 꾸준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로 실내에서 버려지던 빛을 수소 생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향후 수소 분리·회수 기술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전력 소비의 19%를 차지하는 조명 전력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건물 내부에서도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