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AI로 찾아낸 신규 펩타이드…항생제 내성 살모넬라 치료 효과 확인
인공지능 기술로 발굴한 신규 펩타이드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살모넬라를 효과적으로 막아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연안 야생생물에서 확보한 대규모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활용해 항균 기능이 우수한 펩타이드를 선별하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한 결과 살모넬라 균에 의한 장질환 감소율이 기존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의 87.78%보다 높은 89.17%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펩타이드(아미노산 2~50개가 연결된 매우 작은 단백질 조각)는 기존 항생제와는 구조적·기능적 특성이 다른 생체 유래 물질로, 몸속에서 세포 간 신호 전달과 면역 조절, 조직 회복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번 연구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남대학교, 인실리코젠, 한국식품연구원이 민관 협력으로 수행했다.
유전정보 빅데이터에 AI를 더하다…기존 탐색 방식을 뛰어넘는 속도와 정밀도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수많은 후보 물질 중에서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무작위로 화합물을 선별해 일일이 실험하는 구조여서, 신약 후보 물질 하나를 확보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이 과정을 근본적으로 단축했다.
연구진은 섬·연안 야생생물에서 확보한 대규모 유전정보—오믹스(omics) 데이터라고 불리는, 생물체의 유전자·단백질·대사 물질 정보를 총망라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을 통해 항균 기능이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펩타이드를 선별한 뒤, 분자도킹(molecular docking·컴퓨터를 활용해 단백질과 후보 화합물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여 결합 구조를 예측하는 기술)으로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후 AI 예측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인 실험 검증을 수행한 결과, 기존 탐색 방식보다 신약 후보 물질을 보다 신속하고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수행된 ‘섬 야생생물 유래 오믹스 빅데이터 및 펩타이드 소재 확보’ 과제를 통해 도출됐다.

펩타이드를 투여한 실험군(파란색 선)의 마우스 분변을 분석한 결과, 살모넬라균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해당 펩타이드가 살모넬라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줌.
항생제 내성 시대의 대안, 살모넬라 장질환 감소율 89.17% 달성
살모넬라에 의한 감염성 대장염은 사람과 가축 모두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최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가 증가하면서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가축에서는 성장 지연, 사료 효율 저하, 폐사율 증가 등으로 축산 생산성 저하와 방역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기존 치료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신규 펩타이드는 살모넬라 감염으로 인한 장 염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결과, 살모넬라에 감염된 마우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중이 감소하고 염증 반응으로 비장이 비대해졌으나, 펩타이드를 투여한 마우스에서는 체중이 유지됐고 비장 비대가 관찰되지 않아 염증 반응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펩타이드를 투여한 실험군의 마우스 분변을 분석한 결과, 살모넬라 균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해 해당 펩타이드가 살모넬라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도 확인됐다.
가장 주목할 수치는 장질환 감소율이다. 살모넬라 균에 의한 장질환 감소율은 기존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의 87.78%보다 높은 89.1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펩타이드가 염증 유발 물질의 분비를 조절하고 장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항균 펩타이드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단백질로, 기존 항생제로 잘 듣지 않는 균에도 효과가 있으며 내성균 발생 가능성이 낮고 체내 친화성이 높아 장기 치료에도 적합한 차세대 항생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민관 협력에서 실용화로…AI 기반 신약 개발의 새로운 모델
이번 연구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섬야생생물소재 선진화연구단 송하연 책임연구원 연구팀, 전남대학교 약학과 조남기 교수팀, 인실리코젠 펩타이드 연구팀,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플랫폼연구단 유귀재 박사 연구팀이 참여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다. 공공 연구기관의 유전정보 빅데이터 구축 역량, 대학의 기초 연구 역량, 기업의 AI 분석 기술, 출연연의 실험 검증 역량이 결합된 구조다.
박진영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장질환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섬·연안 야생생물 유래 펩타이드 발굴은 기존 신약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접근법으로, 앞으로 적용 범위를 더욱 넓혀나가고 향후 실용화 가능성에 대비한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