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s leading to find the needle on the sandy beach

AI가 이끄는 ‘백사장 바늘 찾기’의 기적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는 어떤 일이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 때 인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AI는 이런 종류의 일을 꽤 쉽게 수행해낸다. 그리고 산업에 오랫동안 내재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일이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 때 인용한다. 그런데 만일 그 바늘이 금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물건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쉽게 찾아내는 기술이 가까이에 있다면? AI의 잠재성이 기대되는 영역이다.

AI는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 속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일에 적용될 때 커다란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은 그야말로 수억, 수조 단위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광활한 화학 공간(chemical space) 속에서 질병 치료를 위해 특정 속성을 가진 분자를 만들거나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인류는 이 과정에 방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질병을 치료할 의약품을 발견한 이후 기초연구를 거쳐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3단계의 임상시험을 한 후 허가를 받아 생산과 판매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앞단에 있는 의약품 발견 과정만 해도 2~5년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타깃확인(Target Identification & Validation), 리드물질 발굴(Lead Identification), 리드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의 세부적인 과정을 거친다.

타깃확인 단계는 타깃(Target), 즉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할 약물이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identification) 검증하는(validation) 과정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헌과 지식기반을 기반으로 질병이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고(etiology),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medical unmet needs),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알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위의 어떤 단백질 등을 타깃으로 하여 약을 개발할지를 정하게 된다.

아직 많이 남았다. 타깃확인 절차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약물을 찾는 작업을 한다. 바로 리드물질 발굴단계다. 수많은 후보물질 중에 가장 선도에 있는, 즉 가장 효과가 좋은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회사가 갖고 있는 라이브러리와 외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후보물질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원하는 효과를 내는 유효 물질을 찾아낸다.

이후 리드물질 최적화 단계가 이어진다. 타깃에 잘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을 찾은 이후에 이 물질로 실제 어떻게 약으로 개발할지에 대한 방향(drug-like properties)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흡수(Absorption), 분포 (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 독성(Toxicity) 등에 대한 프로파일을 검토하여 후보물질이 약이 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분자구조를 검토하고 최적의 물질 조합을 디자인한다.

타깃 확인만 해도 방대한 지식기반을 필요로 하고 유효한 물질로 검토해볼 대상도 수억 개 단위 경우의 수가 나온다. 유효한 구조와 조합으로 디자인하는 것 역시 천문학적 확률의 영역이다. 그동안 상당 부분은 인간의 주관적 판단 및 가설에 의존해 하나하나 실험해보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찾아 나갔다. 방대한 화학공간 속에서 최적의 분자구조 설계 및 물질조합을 찾아내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생성모델 및 강화학습 등의 AI 기반 기술은 광활한 화학 공간상에서 원하는 화학 공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바이오기업 중 하나가 아톰와이즈(Atomwise)다. 이 회사는 AI 기술을 이용해 논문, 임상자료 등에 포함된 분자결합 및 구조를 분석 후 기대 효능에 가까운 리드물질을 신속히 찾아냈다. 지금까지는 6~8개월 동안 160억 개 화학물 스크리닝을 통해 리드물질을 겨우 찾았다. 이를 AI 모델 통해 이틀 만에 완료할 수 있게 되었다. 신약개발은 장기적 개발 제품(Long term product)이지만 AI 기술을 통해 기존의 개념을 파괴했다.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 업체, 아톰와이즈 / 출처: atomwise

한편 영국에 기반을 둔 엑센시아(Exscientia)는 아예 신약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AI의 힘을 빌린다. 초기 선도물질 스크리닝이나 약물 설계 과정을 지원하던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실제 신약을 직접 디자인해주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자율적인 약물 디자인을 위한 플랫폼 즉, 새로운 분자를 디자인하고 신약 제품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수많은 제약회사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얻게 하는 게 목적이다. 엑센시아 CEO 앤드류 홉킨스는 ‘모든 약물이 AI에 의해 설계될 것’이라며 AI를 통한 획기적인 신약개발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엑센시아의 신약 디자인 프로세스 / 출처: Exscientia

방대한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정답을 찾아내는 기적은 제조업의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개인 위생용품 기업인 콜게이트 팔모라이브는 AI를 이용해 새로운 치약 제품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8만 개 이상의 구강 관리 및 치약제조 정보가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치약 개발을 위한 최적화 모델을 구축했다. 재료들의 다양한 조합 중에서 가장 유효한 케이스를 단번에 찾아내서 실험 레시피 수를 896개에서 23개로 줄였다. 새 치약 출시 시간은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AI 기반 마케팅 플랫폼인 ‘앨버트(Albert)’를 뉴욕 사업부에서 활용해 영업 성과를 폭발적으로 향상시켰다. 고급 바이크를 영업하기 위해 누구에게 영업해야 할 것인가는 영업부서가 지닌 근본적인 질문이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유효한 사람을 찾아야 적중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사람들의 선호 교통수단, 취미, 성격, 출퇴근 방법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적중도 높은 영업리드, 즉 구매 가능성 높은 고객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할리데이비슨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AI 모델링을 통해 영업리드가 무려 2,930%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를 통해 300% 이상의 영업 실적 향상을 달성했다.

AI 시대에는 상식을 버려야 한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일도 이제 AI 통해 가능해졌다. 어줍은 상식 속에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둬선 안 된다 AI는 이미 많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리고 과거 상식은 멀리 하자. 그렇게 할 때 AI가 만들어내는 기적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이며,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다. AI 컨설팅 기업인 임팩티브AI의 대표를 맡아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돕고 있다. <넥스트 빌리언 달러>, <한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지능>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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