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I can disrupt the product concept

AI는 어떻게 제품의 개념을 파괴하는가

AI의 도입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 고도화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의 개념을 파괴하고 신시장을 만들어낸다. AI의 개념파괴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이뤄낸 사례를 살펴보자.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전쟁의 개념은 변해왔다. 초기의 전쟁은 주로 돌이나 칼과 같은 종류를 이용해 싸우는 육탄전이었다. 13~14세기 화기의 원리 이용해 사격을 할 수 있는 총이 등장하면서 전쟁은 맞붙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거리는 훨씬 멀어졌다. 1차 세계대전 전투기와 잠수함 등이 대량 양산되면서 전투의 공간은 땅이 아닌 하늘로 확장됐다. 바로 공대공 전투다. 하늘에서 전투기가 쏟아내는 공격에 땅의 전력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인류 역사에 전자 기술이 들어오면서 전쟁의 개념은 또한번 바뀌었다. 전자에너지를 사용해 미사일 등 무기를 제어하고 적의 지휘, 통제, 통신(C3) 및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등 전자전이라는 새로운 전쟁 개념이 생겨났다. 이렇게 새로운 무기기술은 전투를 벌이는 공간을 확장하고, 땅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전투 영역을 확대했으며, 이전에 승리의 방법으로 여겨지던 인류의 상식을 파괴하면서 전쟁의 개념을 바꿔왔다. 이렇게 신기술은 개념을 파괴하는 속성을 지닌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산업에 들어오면서 이 기술은 비즈니스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AI는 기존의 컴퓨팅 능력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인식(Recognition), 예측(Prediction), 자동화(Optimization), 소통(Conversation), 생성(Generation) 등 AI가 제공하는 기능들이 제품에 적용되면서 제품의 개념이 파괴되고 있다. 제품의 핵심 기능이 고도화되거나, 제품이 사용되는 범위를 넓히고, 제품의 카테고리가 바뀌기까지 한다. 이렇게 재탄생한 종류를 증강제품(Augmented Product)라고 한다.

증강제품은 AI의 고도화된 기능이 적용되어 이전의 개념이 파괴되고,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은 제품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 스피커를 보자. 원래 스피커는 음향이 나오는 기기다. 전기신호를 진동판의 진동으로 바꾸어 공기에 소밀파(疏密波)를 발생시켜 음파를 복사(輻射)하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스피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팔 같이 생긴 확성기에서부터 혼(horn) 속에 진동판이 있는 혼형 스피커, 스테레오 장치에 많이 쓰이는 콘(cone)스피커, 전자기형인 마그네틱스피커, 그밖에 정전형, 유전체형, 자기왜형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어 왔다. 모두 좋은 음질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나온 기술들이다.

<그림> 아마존 에코닷 (출처: 테크크런치)

그런데 아마존에서 가상비서가 내장된 에코(Echo)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스피커는 원래 소리를 듣는 기기였는데 이 스피커는 내 말을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대답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에 적용된 알렉사(Alexa)라는 가상비서에게 명령하면 여러가지 일을 수행한다. 다음은 알렉사를 통해 할 수 있는 유용한 일들이다.

알렉사가 할 수 있는 스킬(Skills) BEST 10 (Source: Tom’s Guide)

  1. 알렉사 가드: 집안내 유리깨짐이나 화재경보 등 보안신호 감지

  2. 포옹 보내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포옹 표현을 통해 안부인사 전하기

  3. 일기 예보 받기

  4. 홈트레이닝: 7분 운동 노하우 등 알렉사가 새로운 운동 스킬 전수

  5. 영양 정보 서비스: 식단에 포함된 영양 정보 얻기

  6. 다양한 언어로 대화: 20개이상 언어로 대화, 사투리까지 가능

  7. 기부하기: 자선 단체 또는 조직에 기부

  8. 애완 동물 케어: 애완 동물이 아플 때 수의사와 컨택해 케어

  9. 레시피 아이디어: 새로운 음식 레시피 얻기

  10. 오디오 북 듣기

이런 종류의 스피커가 나올 때 전세계 가전기기 매장 관리자들은 난관에 빠졌다. 이 기기를 스피커 코너에 진열해야 할지, 컴퓨터 기기 코너로 가야 할지, 혹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할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스피커라는 기기에 AI 기반의 소통 기능이 적용되자, 기존의 소리 듣는 기기의 개념은 파괴되었고, 가상비서와 소통하고 다양한 일처리를 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만능 머신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개념 파괴는 평범한 제품을 비범한 제품으로 만드는 데 적용될 수 있다. ‘하이미러(HiMirror)’가 여기에 해당된다. 피부 상태를 분석해주는 최첨단 스마트 거울이다. 이 거울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분석한다. 주름, 잔주름, 안색, 다크서클, 반점 및 모공을 인식한 후 피부 상태를 분석한다. 정밀촬영 장치인 ‘히스킨Hiskin’을 연결하면 육안으로 알기 어려운 수분 수준과 색소 침착 등의 상태까지 측정할 수 있다. 전문 피부과 수준의 설비가 집 안에 설치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이 거울은 화장품이나 욕실 용품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제품에 들어간 성분 등 심층정보까지 확인해주고, 또한 자매품인 ‘스마트 바디 스케일Smart Body Scale’과 호환되어 신체 유형을 확인하고 체중, 체질량 지수, 체지방, 수위 함량, 근육량, 골격 무게, 신진대사 등을 측정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거울은 피부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이나 피부 관리를 위한 권장사항 등을 제공한다.

하이미러를 사용하면 일상생활에서 피부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고, 스킨케어 제품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거울은 아마존 알렉사 알고리즘과 연동되며, 그 밖에 스포티파이Spotify나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접속 가능하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뉴스나 날씨,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음악과 영상도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얼굴을 보기 위한 용도였던 거울에 인지기능을 부여하니 기존의 개념은 파괴되었고, 종합 헬스케어 &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탈바꿈된 것이다.

<그림> 스마트 거울, 하이미러(HiMirror)
<출처: HiMirror>

AI는 공간적 개념을 파괴하기도 한다. 피팅룸은 옷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킷(Zeekit)은 이 피팅룸이 모바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을 업로드해서 다양한 옷을 입혀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 피팅룸에는 컴퓨터 비전,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과 실시간 이미지 처리 기술이 활용되었다. 신체 치수, 핏, 크기 및 직물까지 고려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쇼핑객에게 옷을 입은 사진을 보여준다. 멋진 옷을 입은 사진은 SNS에 공유하여 친구들에게 잘 어울리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이 옷을 나중에 직접 사거나 다른 사진에 입혀볼 수 있도록 가상의 옷장에 보관까지 할 수 있다.

피팅룸의 공간 개념을 물리적 공간에서 모바일 가상공간으로 변환하고 여기에 SNS까지 결합하자 아디다스(Adidas), 메이시(Macy’s), 아소스(Asos),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레베카밍코프(Rebecca Minkoff) 등 전세계 의류 브랜드들이 이 회사와 제휴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지킷은 이러한 모바일 피팅룸을 통해 2014년 설립 이후 총 1,600 만 달러의 자금을 모금했고, 최근 월마트가 거금(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음)을 들여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림> 지킷(Zeekit)의 가상 피팅룸
출처: techcrunch

AI를 통해 새로운 컨셉의 제품이 성공적으로 탄생하게 되면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게 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스마트워치라는 시장을 확대시켰다. 애플워치는 출시 5년만에 롤렉스와 오메가와 같은 굴지의 브랜드가 있는 스위스 시계산업 전체를 추월했다.

애플은 이미 시간을 보는 기기라는 시계 본래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냈다. 가령, 병원에 가서 확인할 수 있는 헬스케어 분석을 시계 하나로 간단히 할 수 있게 했다. 애플워치에 스트랩을 장착한 후 버튼을 누르면 체지방량, 체수분량, 근육양을 20초만에 정확히 분석해준다. 운동기구와 연동되면 칼로리 소비량, 심박수, 걸음수, 산소 소비량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알려준다. 더 나아가 심장박동 센서 등을 탑재하면 사용자의 커디션을 체크해 적절한 운동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또한 애플워치 시리즈8에는 음주측정 센서가 탑재되어 알코올 수치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시계로 말이다.

<그림> 애플워치 시리즈7
출처: apple.com

이런 동작을 위해 스크린 터치라는 고정관념마저 깼다. 어플을 실행하기 위해 손가락을 까딱하면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고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손의 비정형 신경신호를 읽어서 명령을 입력하는 딥러닝 기반의 휴먼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애플워치는 판매량이 매년 30% 이상 늘어나며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사이 스위스 시계는 판매량이 연 15% 이상 줄어들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이렇게 AI는 제품의 개념을 파괴하며 평범한 제품을 놀라움을 주는 증강제품으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AI 도입은 단순히 제품에 기술 하나 적용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창조적 역사로 봐야 할 일이다. AI에 의한 개념 파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스피커는 듣기만 하는 기기일 필요가 없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일 필요가 없다. 이전과 전혀 다른 종류의 제품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새로운 시장을 구상해보기 바란다. 사고가 유연할수록 개념의 파괴는 수월해질 것이다.

※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이며,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다. AI 컨설팅 기업인 임팩티브AI의 대표 파트너를 맡아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돕고 있다. <한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지능>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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