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 ways AI is making the power grid faster and more resilient

AI로 전력망의 속도와 복구력을 높이는 4가지 방법

AI는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예측하는 것부터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을 찾아내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변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이 도입되면서 전력망이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몇 곳의 대형 발전소가 대부분의 가구에 일정하게 전기를 공급했지만, 이제 수백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가변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점차 예측이 어려워지는 날씨도 전기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처럼 혼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 회사들은 AI(인공지능)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복잡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AI의 능력은 전력망의 안정성 유지에 특히 적합하다. 에너지 산업은 과거부터 변화가 느리기로 악명 높지만, 점점 더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이러한 경향을 인지하고 최근 AI 도입 계획을 포함한 다양한 ‘스마트 전력망(smart grid)’ 프로젝트에 30억 달러(약 4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제 에너지 산업에서도 AI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간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완전히 자동화된 전력망의 등장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시점에서 AI가 인간을 도울 방법은 전력망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AI가 전력망 운영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4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의사결정의 시간 단축 및 개선

전력망 시스템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어떤 것보다 복잡한 장치다.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일을 파악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과학자 펑 추(Feng Qiu)는 AI로 전력망을 개선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전력망 운영기관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하며, 잠재적인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추는 수년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전력망을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2019년 그의 연구팀은 미국 15개 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을 관할하는 전력망 운영기관인 MISO(Midcontinent Independent System Operator)와 파트너십을 맺고, MISO가 보유한 광대한 전력망 네트워크에서 일일 계획을 최적화하는 머신러닝 모델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MISO와 같은 전력망 시스템 운영기관들은 다음날 전기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매일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하고 에너지를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추의 연구팀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은 AI를 사용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수학 공식의 계산을 12배 빠르게 수행했고, 소요 시간도 10분에서 60초로 줄였다. 전력망 운영기관은 이러한 공식을 하루에도 몇 번씩 계산해야 하므로 이 모델이 엄청난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현재 추의 연구팀은 날씨와 지리, 심지어 다양한 지역의 소득 수준 등의 요소를 반영해 정전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의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은 인프라가 낙후된 저소득 지역에서 주로 길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정전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예측 능력이 개선되면 정전을 예방할 수 있고, 재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2. 가구별 맞춤형 접근법

AI가 연구실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및 전력망 기술 스타트업인 루나 에너지(Lunar Energy)는 고객들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약해 주는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루나 에너지의 소프트웨어 책임자 샘 위버스(Sam Wevers)는 “수백만 개의 장치로 구성된 전력망 네트워크에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별 고객뿐만 아니라 전력망 전체에 대한 결정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AI와 머신러닝의 힘이 발휘된다”라고 설명했다. 

루나 에너지의 그리드쉐어(Gridshare) 소프트웨어는 수만 가구에서 전기차 충전, 식기세척기 및 에어컨 사용 등의 에너지 사용 정보를 수집한다. 이러한 정보와 날씨 데이터를 조합해 그리드쉐어는 개별 가구에 맞춤화된 에너지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위버스는 같은 사이즈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한 동네의 두 집에 대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중 한 집의 뒷마당에는 오후에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가 있어 태양광 패널이 에너지를 조금 더 적게 생산한다. 이처럼 세부적인 정보는 어떤 전력 회사도 가구별로 수동으로 추적할 수 없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계산을 광범위하게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드쉐어와 같은 서비스는 주로 개별 고객이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서비스는 전력 회사에 더 정확한 행동 패턴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 계획을 개선할 수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은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는 것은 전력망의 유연한 운영에 필수적이다.

3. 전기차와 전력망의 조합

전기차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력망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과제를 제기한다. 

위브그리드(WeaveGrid)의 공동 창립자이자 CTO인 존 태거트(John Taggart)는 전기차의 도입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회사들이 이러한 급속한 수요 증가를 겪었던 마지막 시기는 에어컨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였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전기차 증가 추이

미국에 등록된 승용·경상용 전기차의 수

A graph of electric vehicles  Description automatically generated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전기차의 도입은 특정 도시나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역 전력망에 과부하를 줄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회사 위브그리드는 전력 회사,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 충전 회사와 협력해 전기차 충전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한다. 

위브그리드는 전기차의 충전 패턴과 시간을 분석해 최적의 충전 시간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문자나 앱 알림을 통해 전기차를 충전하기 가장 좋은 시간을 추천한다. 어떤 고객들은 바우처와 같은 금전적 혜택을 받고 위브그리드에 전력망의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방전할 수 있는 완전한 통제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그들의 전기차는 전력망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 저장원이 된다. 현재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 DTE 에너지(DTE Energy), 엑셀 에너지(Xcel Energy)와 같은 주요 전력 회사들이 위브그리드의 프로그램에 협력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남부를 관할하는 디트로이트 기반의 전력 회사 DTE 에너지는 전력망 계획을 개선하기 위해 위브그리드와 협력하고 있다. DTE 에너지는 관할 지역에서 전기차를 보유한 2만여 가구를 식별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부하 예측을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4. 재난 발생 감지

여러 전력 회사들이 이미 중요한 운영 사항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특히 송전선 및 변압기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의 점검과 관리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너무 크게 자란 나무는 전선에 가지를 떨궈 정전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은 수동으로 검사를 진행하지만, 송전선이 워낙 광대한 탓에 이 작업은 몇 달이 걸린다. 

캘리포니아주의 북부 및 중부 지역을 관할하는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은 이러한 검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을 사용하고 있다. 머신러닝 모델은 드론과 헬리콥터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나무 가지치기가 필요한 지역을 식별하거나 수리가 필요한 장비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일부 회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는데 AI를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스타트업 리좀(Rhizome)은 전력 회사들의 에너지 장비 성능의 역사적 기록과 전 세계의 기후모델을 결합해 폭설이나 산불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사태로 전력망에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지난달 출시했다. 

리좀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미시 타다니(Mish Thadani)는 전력 회사들이 재난 복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개선안이 있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시간이나 자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어떤 프로젝트에 우선권을 둘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전력망 운영자의 미래는?

AI가 이 모든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면 인간 운영자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력망을 완전히 자동화하기 전에 넘어야 할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보안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다. 

추는 AI가 정전이나 장비 고장 대응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프로토콜을 두고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망은 매우 엄격한 물리적 규칙을 따라야 한다”라고 추는 강조했다. AI는 통제된 수학적 계산의 수행에 뛰어나지만, 실제 세계에서 발생하는 운영적 제약과 극단적인 사례를 아직 완벽하게 다룰 수 없다. 이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전력망 운영기관에 큰 위험 요소다. 잘못된 시간에 내려진 하나의 잘못된 결정이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도 또 다른 문제다. 미국 전력연구소의 선임 기술 임원인 제레미 렌쇼(Jeremy Renshaw)는 고객의 데이터를 익명화해 사람들이 하루 중 언제 집에 있는지 등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모델은 또한 저소득 지역에 불이익을 주는 편향을 고수할 위험이 있다. 렌쇼는 역사적 데이터에 따르면 저소득 지역은 정전 후 전력이 가장 늦게 복구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은 전력 복구 작업 시 저소득 지역에 우선순위를 낮게 할당할 수 있다. 

렌쇼는 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 회사들이 AI에 대한 직원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이 AI로 처리해야 할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망치로 나사를 박을 수 있겠지만 스크루드라이버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AI의 적절하고 올바른 사용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