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류 응 교수 기고문] 어떻게 하면 혁신가가 되는가
혁신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우리가 항생제, 전등, 냉장고, 비행기, 스마트폰 같은 것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혁신가들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창조해준 덕분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35세 이하 혁신가(Innovators Under 35)’를 선정해 경력 초기에 많은 것을 성취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큰 개인의 업적을 치하했다.
지난 수년 동안 인공지능(AI) 연구와 AI 제품 제작에 힘써온 필자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강화 학습을 통해 헬리콥터 드론을 날렸고, 대규모 딥 러닝을 추진하기 위해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을 시작하고 이끌었다. 또 온라인 강좌 개설을 계기로 AI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코세라(Coursera)를 설립했다. 운이 좋게도 이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몇 가지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필자는 혁신에 뛰어나고, 혁신 과정에 놓인 몇 가지 위험을 피하고, 도중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일들을 모면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AI는 오늘날 혁신의 주요 원동력이다
필자는 AI가 새로운 ‘전기(電氣)’라고 생각한다. 전기는 모든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고,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런데 AI 역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AI는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발전을 안겨주고 있다.
AI는 전기처럼 ‘다목적’ 기술이다. 의료, 우주 로켓, 배터리 설계 같은 많은 혁신은 한 가지 목적에 적합하다. 반면에 AI는 예술 작품을 생성하고, 검색어와 관련된 웹 페이지를 제공하고, 운송 경로를 최적화해서 연료를 절약하고, 자동차가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다.
AI의 발전 덕에 모든 경제 분야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활동 분야에 AI를 적용할 수 있고, 적용한다면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기회가 생긴다. 따라서 AI에 대해 배우면 이전에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이끌고 있는 벤처 스튜디오인 AI 펀드(AI Fund)에서 필자는 해운, 관계 코칭, 인재 관리, 교육 등 여러 분야에 AI를 적용해 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많은 AI 기술이 새로운 기술인 이상 아직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것의 적용 방법이 제대로 모색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AI 활용법을 알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특히 몇 가지 발전이 특히 기대되는 점들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 프롬프팅(prompting): 오픈AI가 만든 생성형 AI인 챗GPT는 AI 모델에 이메일이나 시를 쓰도록 프롬프팅하는 기능을 대중화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프롬프팅을 통해 몇 달이나 걸리던 강력한 AI 응용 사례를 불과 몇 분 만에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엄청난 양의 AI 응용이 이러한 방식으로 구현될 것이다.
-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 텍스트 트랜스포머 즉, 구글 브레인과 협력자들이 2017년 개발한 ‘트랜스포머 신경망 아키텍처(transformer neural network architecture)’에 기반한 언어 모델은 글쓰기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이미지 속 물체 인식 같은 컴퓨터 비전 작업에 트랜스포머를 적용하는 비전 트랜스포머는 2020년에 소개된 뒤 빠르게 널리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기술 업계에서 비전 트랜스포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챗GPT가 등장하기 몇 년 전 활발했던 텍스트 트랜스포머에 대한 논의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미지 처리에도 비슷한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프롬프트가 표시되는 시각적 프롬프트가 이러한 변화의 일부가 될 것이다.
- AI의 응용: 언론은 AI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 및 개발자 도구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새로운 AI 인프라는 그 위에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AI 사업이 구축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언론이 AI 인프라 계층에 주목하고 있지만, AI 응용 계층에서 더 많은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분야들은 혁신가에게 풍부한 기회를 선사한다. 더불어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AI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기술에 정통한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온라인 강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온라인 연구 논문은 모두에게 학습하고 혁신을 시작할 수 있는 도구를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아직 친숙하지 않더라도 혁신을 위한 다른 많은 길이 열려 있다.
낙관하더라도 과감하게 실패하라
하지만 처음에는 유망해 보였던 아이디어 중 상당수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신중하게 혁신에 접근하더라도 실패는 불가피하다. 다음은 여러분이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몇 가지 실패한 프로젝트들이다.
- 필자는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항공기가 새들이 V자 대열로 비행하는 것처럼 자율적으로 대열을 이뤄 비행할 수 있게 만들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자의 실력이 부족했고 훨씬 더 큰 항공기로 작업했어야 했다.
-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식기를 담는 식기세척기에서 식기를 꺼내는 로봇 팔을 만들려고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성급했던 도전 같다. 당시에는 인식과 제어에 필요한 딥러닝 알고리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약 15년 전에는 비지도형 기계학습(unsupervised learning), 즉 입력값에 대한 결과값이 없는 ‘미분류 데이터(unlabeled data)’를 통해 학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도 역시 잘못됐다. 하지만 데이터의 가용성과 계산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제야 비로소 이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위 프로젝트들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데 밑바탕이 되어 줬다. V자 비행 시도의 실패를 계기로 필자는 프로젝트를 훨씬 더 잘 계획하고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다. 로봇 팔로 식기를 세척기에서 꺼내려는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후 우리 팀은 ’로봇 운영 체제(Robot Operating System·ROS)’를 개발했고, 이것은 현재 자율주행차부터 기계견까지 다양한 로봇에 사용되는 인기 있는 오픈소스 프레임워크가 되었다. 너무 일찍부터 비지도형 기계학습에 집중한 건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우리 연구는 구글 브레인에서 딥 러닝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혁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뭔가를 시도할 때 과연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필자도 더 젊었을 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많은 회의론에 직면했지만 결국 성공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이 항상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필자 역시 실패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추진 전 성공이 회의적으로 느껴졌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필자가 하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을 발견하자 그 점이 오히려 더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필자에게 도전하고, 진실을 말해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했다. 다행히 요즘에는 필자가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필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다!
회의주의는 건전하고 심지어 꼭 필요하지만 사회는 혁신의 결실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 혁신에 낙관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좋은 이유다. 필자는 가능성을 의심하는 비관론자보다는 한번 시도를 해보다가 실패하는 낙관론자의 편에 서고 싶다.
하는 일에 책임을 져라
사회 전반에 걸쳐 가치 있는 혁신의 원동력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의 편향성과 유해한 적용 같은 단기적인 문제와 권력의 집중 및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적용 같은 장기적인 위험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깐깐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실제 위험이 무엇이고 어떻게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지난 1,000년 동안 일어난 혁신의 물결은 영아 사망률을 낮추고, 영양을 개선하고, 문해력을 높이고, 전 세계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여성과 소수자 등 소외 집단을 보호하는 등 시민권을 증진시켜 줬다. 반대로 혁신은 기후 변화에도 기여하고,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더 많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
이처럼 분명 혁신의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항상 이런 위험을 현명하게 관리해온 건 아니다. AI는 차세대 물결이다. 우리에게는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모두를 위해 미래의 혜택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차원에서 각국 정부는 AI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혁신가의 눈에 규제는 혁신의 발전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제약처럼 보일 수 있다.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규제는 실수를 막고,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갈 때 새로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필자는 대형 기술기업의 불투명한 관행에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규제를 환영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업의 영향력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이 더 광범위한 사회적 이익을 위해 애쓰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많은 규제가 AI 이전 세상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이상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새로운 규제는 의료와 금융처럼 중요한 영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명시해줘야 한다.
하지만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사회만의 최우선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 모든 혁신가의 최우선순위도 돼야 한다. 우리 기술자들에겐 우리가 하는 연구의 파장을 이해하고, 유익한 방식으로 혁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껏 많은 기술자들은 기술이 주는 영향은 불가피하고 우리가 그것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자유롭게 혁신하는 것이 더 낫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혁신가가 ‘차등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개인 식별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AI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술 연구에 나선다면 그것은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하다는 강력한 선언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은 공공과 민간 기관 모두에서 채택하는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 데 유용하다. 반대로 혁신가가 자금 세탁을 위해 웹3.0 암호화 프로토콜을 만든다면 정부가 자금이 어떻게 이체되고 소비되는지 추적할 수 없어야 한다는 강력한 성명(필자의 생각에는 해로운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만일 비윤리적인 행위를 발견하면 동료와 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하라.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하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 그렇게 하기 불가능하다면 아예 손을 떼는 것도 고려하라. 필자는 AI 펀드에서 재정적으로는 건전하더라도 윤리적으로 건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길 강력히 권한다.
이제 혁신에 나설 때다! 이미 혁신의 게임에 뛰어들었다면 계속 밀어붙이면 된다. 여러분의 미래에 어떤 위대한 성취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디어가 아직 백일몽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해서 도움을 받아 더 실용적이고 성공적인 아이디어로 구체화하라. 실행에 나서고, 혁신의 힘을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이 글을 쓴 앤드류 응은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혁신가로 유명하며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AI 펀드와 딥러닝.AI, 랜딩AI의 창립자이자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의 설립자다. 중국 바이두에서는 머신러닝, 음성인식 검색, 자율주행차 개발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인 코세라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머신러닝을 가르치는 등 AI 연구 분야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올해 7월에는 내한해 국내 AI 연구자와 스타트업과 대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