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ficial intelligence overcoming information asymmetry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AI가 할 일은 많다

씨앗은 좋은 땅에 심어야 뿌리를 잘 내리고 커다란 나무로 성장한다. 좋은 땅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식물을 잘 키우는 첫걸음이다. AI는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지만 엉뚱한 영역에 적용하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할 수 있다.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가려내는 것은 AI 도입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씨앗은 좋은 땅에 심어야 뿌리를 잘 내리고 커다란 나무로 성장한다. 좋은 땅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식물을 잘 키우는 첫걸음이다. AI는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지만 엉뚱한 영역에 적용하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할 수 있다. 커다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가려내는 것은 AI 도입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AI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 중 대표적인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영역이다.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은 경제학 용어로 시장에서의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생기는 불균형적 정보 구조를 말한다. 이는 사람들이 보유하는 정보의 분포에 편향이 있어 경제주체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은 병원이다. 의사는 사람의 건강 유지, 회복, 촉진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도 돕는다. 반면 환자는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지식이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보유 지식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환자는 상담 및 치료를 받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병원 서비스처럼 상대와의 정보 격차가 크며 그 정보가 중요한 정보일수록 거래는 더욱 높은 가격으로 이뤄진다.

비싼 의사 선생님보다 정확한 AI 건강진단 어플

한편 AI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영역에 해당되는 분야의 지식을 학습한 머신이 일반인에게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제공해줄 수 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될 때 여기서 임팩트가 창출된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에코듀오(Eko Duo)는 심장질환자를 위해 집에서도 병원 검진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AI 기반 디지털 청진기를 출시했다. AI 인식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심장이 뛰는 소리와 심전도 정보를 분석, 부정맥과 심장 이상증세를 찾아낸다. 이 청진기는 FDA 승인을 받았으며 그야말로 집 안에 있는 의사 선생님이다. 집에서 개인이 간편하게 심장 상태를 검진할 수 있고 수시로 심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상 증세가 있을 때 바로 조치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이 청진기는 병원과 연계되어 있을 경우 환자의 심장상태 정보가 병원의 실제 의사 선생님께 전달되어 원격의료의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에코듀오는 이 청진기를 통해 아티스벤처스(Artis Ventures), 3M벤처스(3M Ventures) 등으로부터 6,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00억 원 가량 투자 받았다.

디지털 청진기, 에코듀오(Eko Duo)
사진: Eko Duo

이러한 AI 헬스케어를 음성비서로 구현하기도 한다. 의료 및 건강관련 방대한 지식으로 학습된 음성비서가 있다면 건강과 관련한 궁금증을 그때 그때 물어보며 풀 수 있을 것이다. 오르비타(Orbita)는 사람들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음성비서 및 챗봇 서비스를 출시했다. 건강 관련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의료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가 바로 내 옆에 있으니 건강관리에 커다란 도움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헬스케어에 특화된 가상비서, 오르비타(Orbita)
사진: Orbita

전문직 변호사가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법률 및 회계 등의 분야도 비슷하다. 일반 개인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개인 및 기업의 중요한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지식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여 의뢰한다. 이 분야에서도 AI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다.

두낫페이(DoNotPay)는 이름에서 보여지듯이 법률상담과 분쟁해결 등을 위해 비싼 비용을 쓰지 말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AI 기반 변호사다. 억울한 주차딱지 발급 등 부당한 벌금에 이의를 제기해주는 채팅 기반의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부당한 과태료 딱지를 받았을 때 고지서 사진을 찍어서 AI 챗봇과 상담하면 항의 문서를 제출해준다. 소요시간 2분밖에 안 걸리는데 승률은 60%다. 주차 위반 딱지 서비스로 시작한 법률 상담 두낫페이는 항공편 지연에 대한 보상 청구, 체육관 멤버십 취소, 은행 수수료 환불, 생일 보상, 로열티 혜택 등을 포함해 150개 이상 분야로 확대되었다. 두낫페이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통해 거의 모든 법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법정 출석을 요구하기 보다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항공사나 헬스장 등에서 취소 사태가 일어나 법률분쟁이 많아지고 환불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30배나 증가했다. 이 변호사로봇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역할이 일반 개인의 손바닥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종류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정보 비대칭성에서 오는 비싼 거래는 점점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 변호사, 두낫페이(DoNotPay)
사진: DoNotPay

이러한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영역은 이러한 전문직의 세계만은 아니다. 숙련된 디자이너에게 로고나 포스터 디자인을 맡겨야 하는 분야도 AI 생성 알고리즘을 통해 비전문가가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일정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애완견이 아플 때 증상을 진료하는 수의사 서비스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증상을 분석하고 대처방법까지 알려줄 수 있다.

이렇게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영역에 AI가 도입되면 일반인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곳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몰리게 되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되면서 비즈니스 가치가 커지게 된다. 여기서 AI는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출처가 되며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제약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일반인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한 전문가의 영역을 AI라는 도구를 통해 파괴하라. 커다란 기회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이며,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다. AI 컨설팅 기업인 임팩티브AI의 대표를 맡아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돕고 있다. <한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지능>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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