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AZ백신 접종 일시 중단, 괜찮을까
지난 주말 유럽의 코로나19 백신 배포 계획은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여러 국가들이 혈전 유발 부작용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이 생겼다는 몇몇 최근 보고가 나온 뒤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의 국가들은 이미 지난주에 접종을 중단했다. 월요일에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들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독일 보건장관 얀스 스판(Jens Spahn)은 “순전히 예방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은 여태까지 500만 명이 접종받는 동안 보고된 혈전은 30건에 불과하며 이는 특별히 높은 비율이 아니라고 밝혔다. 월요일엔 사안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백신 접종을 이어가도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럽의약품청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던 이번 혈전 관련 사건들은 매우 소수의 사람에게서만 발생”했으며, EU에서는 매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수천 명의 혈전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백신 접종 집단이 전체 인구 대비 혈전색전성 질환을 더 많이 겪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해당 백신을 1100만 도즈 가까이 접종한 영국 보건당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자사 조사 결과 접종자에서의 혈전 발생률은 전체 인구 대비 오히려 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의견들로 인해 대중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보고된 사례들의 심각성 및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소식들로 인해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 국제보건 수석연구펠로우 마이클 헤드(Michael Head)는 “정부 발표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근거 데이터는 공유되고 있지 않아 우리로서는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독일의 경우 혈전증의 위험이 아주 살짝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백신 접종이 중단되어야 할 정도의 데이터는 아직까지 전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EU는 아직 접종 진행 초기 단계에 있고, 초기 접종 대상들 중에는 건강 상태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해 일시 중단이 결정되었을 수도 있다고 헤드는 추측했다.
현 상황은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많은 EU 국가들은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국민 중 고작 40%만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자 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잡음과 논란이 많았기에 더욱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을 승인받지 못했던 전력이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현지 변종에 대한 효과 부족으로 인해 접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거치며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대중적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추가 임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쟁사 백신 3건이 긴급 승인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3000만 도즈가 창고에서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미 정부 작업의 일환으로 일찍이 발주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발표된 접종 일시 중단 기한들은 매우 짧다. 프랑스 보건 당국은 오늘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헤드는 해당 정부들의 접근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고 비판하며 이번 일시 중단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결과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시 중단을 한다고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게 될 것도 아닌데,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엔 타격이 갈 것이다.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늘 수도 있고, 논란의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정치적 이슈로 활용되기 쉬워져 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