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IP정책, 어디로 가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지적재산(IP) 정책 기조는 LG화학-SK처럼 미국에서 특허 분쟁을 벌이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 합중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조각 명단이 속속 나오면서, 바이든 행정부 내 과학기술 드라이브의 핵심 근간이 될 ‘지식재산(IP)’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술친화 vs 특허친화

바이든표 IP정책을 바라보는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특허권 친화의 지속이냐, 기술 친화로의 회귀냐다.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전형적인 ‘기술 친화형'(Silicon Valley-freindly) IP정책을 표방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특허법(AIA) 개정과 심판절차(PTAB) 강화 조치 등은 모두 특허괴물 등 기존 특허권자의 과도한 특허권 남용이 실리콘벨리 테크 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생각은 달랐다. 오바마의 IP정책은 시장 논리에 반한다고 판단, 기존 특허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방해가 될만한 행정 조치를 하나둘 약화시켰다. 그 결과, 기성 특허의 무효화율은 오바마 때보다 낮아졌다. 반면 신규 특허의 심사 속도는 갈수록 지연됐다. 일부 신생 테크 기업들은 미 특허청(USPTO)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였다. 이래저래, IP 관련 미 소송 시장이 다시 북적대기 시작한 것도 트럼프 때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의 선택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의 정책 기조를 처음부터 크게 흔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 재직할 때 IP 관련해 역할이 없었고, 선거 기간 중에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역시 급격한 변혁(Revolution) 보단, 단계적 ‘진화'(Evolution)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허청장 임명 촉각

역대 미 행정부는 첫 특허청장 임명을 통해 새 행정부의 IP정책 색깔을 드러내곤 했다. 오바마는 IBM 출신 데이비드 카포스를 USPTO 첫 수장으로 앉혔다. 후임 역시 구글 출신 미쉘 리를 임명했다. 빅테크 친화 정책 추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반면, 트럼프 선택은 로펌 출신 특허 전문 변호사 앤드레이 얀큐였다. 얀쿠 청장은 분산가상라우터(DVR) 기술 관련 특허소송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약 16억 달러(약 1조 8,000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바 있다.

이쯤 되면, 현재 공석인 후임 특허청장 인선에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먼저, 바이든의 오랜 후원자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거론된다.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은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으로부터 총 1억 9,900만 달러의 후원금을 거뒀다. 2,200만 달러에 그친 공화당에 비해 그만큼 정치적 채무가 있는 셈이다. 오바마 당시 백악관 IP자문역을 맡았던 콜린 치엔 산타클라라 법대 교수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최근에는 마이크론 출신 러스 슬리퍼도 이름이 흘러 나온다. 그는 오바마 2기 행정부 때 특허청 차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USPTO 첫 수장 임명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오바마는 새 행정부 출범 후 7개월만에 카포스 청장을 임명했다. 트럼프 때도 얀쿠 청장 지명에 1년이 걸렸다. 게다가, 얀쿠 청장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선거전에서 중국 인사의 당선을 막고, 싱가포르 특허청장을 WIPO 신임 사무총장에 앉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어, 바이든의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워싱턴 관가 분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발언권이 강해진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얀쿠 전 청장을 유독 선호하는 분위기다. 얀큐는 제약∙바이오 쪽과 앙숙 관계인 ICT기업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밖에, ‘법무부 반독점국장’ 자리도 새 행정부의 기술 정책을 읽을 수 있는 또다른 잣대다. 누가 오느냐에 따라, 요즘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 논란은 물론, 인텔·퀄컴 등 표준특허(SEP) 기술주의 명암도 갈릴 전망이다.

▲정무적 이슈

특허청장과 반독점국장 인선은 워싱턴 정가와 교감 없이는 할 수 없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일단, 미 과기 정책 분야 빅마우스 크리스 쿤스 의원(민주당)과 톰 릴리스 의원(공화당)은 여야를 떠나 모두 특허권 옹호론자다. 바이든의 최측근인 쿤스 의원은 중국과의 IP분쟁에도 강경해, 얀쿠 전 특허청장의 재신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본인은 고사하고 있다.

미 상원에서 여야간 공방도 돌발 변수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정국에 따른 백신 및 치료제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강제실시권’ 발동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결국 생명과학 분야의 특허권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공화당 소속 상원 의원들의 행보는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IP정책을 가늠하는 또다른 바로미터다. 제약이나 바이오생명 분야에 대한 특허권 축소는 반대로 친빅테크기업 정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제약·바이오 업계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게 바이든 대통령 입장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고향 델라웨어는 각종 생명공학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지역이다. 한국의 셀트리온과 삼천당제약도 모두 이곳에 미국법인을 두고 있을 정도다. 생명과학 업계에 지고 있는 정치적 부채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리스 당선인은 줄곧 빅테크 기업들의 입장을 두둔해왔다. 반면,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이익 편취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상원 IP소위원장인 쿤스 의원은 이들 제약사와 같은 기성 특허권자의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어, 향후 바이든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美 IP정책 변화에 주목

5년 끌어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보톡스 관련 기술유출 분쟁이, 최근 메디톡스 승으로 일단락됐다. 배터리 특허 침해 등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LG와 SK간 싸움 역시 송사의 주무대가 국내 법정이 아니다. 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모두 미국이다.

최근 들어 국내 테크 기업들이 기술특허 관련 법적 이슈를 멀리 미국 리걸 마켓까지 들고 간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 변화가 국내 기업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우리가 미국 내 IP정책 움직임에 안테나를 세워야 하는 이유다.

※ 유경동은 전자신문 기자와 IP노믹스 편집장 등을 역임한 IP 전략가이다. <특허토커>,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을 썼다. 英 IAM ‘세계 IP전략가 300인’에 선정됐다. SERICEO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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