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 조작으로 농작물의 탄소 포집 능력 높인다?
식물은 자연적으로 탄소를 포집하는 공장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식물의 자연적인 탄소 저장 능력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향상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버클리 대학교의 혁신유전체학연구소(Innovative Genomics Institute, 이하 ‘IGI’)가 혁신적인 유전자 조작 툴을 이용해서 식물의 탄소 저장 능력을 개선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IGI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을 공동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박사가 설립한 연구소다. 초기 프로그램은 3년 동안 진행될 것이며,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1,1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이 벌인 노력의 일환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의 자연적인 능력을 대규모로 증가시킬 수 있다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의 탄소 포집 능력을 생각할 때 나무를 떠올리지만 이번 IGI 연구는 농작물에 초점을 맞췄다. IGI의 브래드 링가이젠(Brad Ringeisen) 전무이사는 연구소가 농작물을 선택한 이유로 ‘타이밍’ 문제를 꼽았다. 나무는 수명이 길어서 탄소를 수십 년에서 심지어 수백 년까지도 저장할 수 있지만, 연구원들이 테스트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려면 성장 속도가 빠른 농작물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링가이젠은 이번 IGI 연구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광합성을 약간 조정해서 식물의 성장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광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을 수정하면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부 반응을 포함해 식물이 탄소를 계속 저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반응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합성과 관련한 부분이 연구의 전부는 아니다. 식물에 저장된 탄소는 일반적으로 토양 미생물이나 동물, 사람이 식물을 먹어 치운 후에 공기 중으로 다시 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를 토양에 붙잡아 놓거나 탄소를 저장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애초에 탄소를 포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뿌리계(root system)를 더 크고 깊게 만들면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물이 죽고 일부가 땅속 깊은 곳에 남게 되면 그 부분에 붙잡혀 있던 탄소는 공기 중으로 빠르게 배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링가이젠은 탄소 저장을 위한 선택지가 뿌리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은 탄소 저장을 위해 깊은 땅속에 주입하는 바이오기름(bio-oil)이나 바이오차(biochar)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유전공학자이자 IGI의 과학 자문위원회 회원인 다니엘 보이타스(Daniel Voytas)는 식물을 탄소 제거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하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식물에서 수정하고자 하는 특성 대부분이 다양한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유전자 조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담배나 벼 같은 일부 식물들에 관해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유전자 조작 방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식물의 유전학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서 연구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링가이젠은 광합성과 뿌리계를 대상으로 하는 IGI 초기 연구 대부분이 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IGI는 지금까지 연구에 특히 어려움을 겪어 온 주요 농작물 ‘수수’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언젠가 토양 미생물에 관한 이해도 높여서 그런 미생물들의 유전자까지 조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링가이젠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복잡한 과정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기후변화에 관해서 “식물과 미생물과 농업이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실제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