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을 대체할 ‘메탄올 자동차’ 개발에 나선 중국
‘2030년부터 탄소 배출을 계속해서 줄여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목표와 이를 위한 노력 끝에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기차 보급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친환경 대체 연료 자동차 분야에 전기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16일 중국 과학기술부는 “메탄올 자동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녹색 메탄올 + 메탄올 자동차’ 모델을 연구∙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튿날 장젠화(Zhang Jianhua) 중국 국가에너지국 국장은 “녹색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할 방법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흔히 ‘목정 알코올(wood alcohol)’이라고 불리는 메탄올은 단순한 형태의 유기화합물로, 석탄, 천연가스, 바이오매스, 포집된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원료로 생산된다. 연료로서 메탄올의 장점은 명확하다. 화석연료만큼 강력하지만,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메탄올은 경주용 자동차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메탄올 덕분에 온도가 낮아진 엔진은 더 큰 마력을 발휘한다. 또 장거리 운송 시 메탄올 자동차는 때에 따라 전기차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다.
MIT 플라즈마 및 핵융합센터(MIT Plasma Science and Fusion Center) 소속 수석 연구 엔지니어이자 ‘미국 내 메탄올 이용 운송 시스템’을 연구해온 레슬리 브롬버그(Leslie Bromberg)에 의하면, 메탄올 연료 엔진은 “유해 물질 배출 없이도” 디젤 엔진에 필적할 만큼 효율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미래 자동화 산업의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환경 오염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메탄올 연료를 연구하고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메탄올 자동차의 실용화는 지연되고 있다.
작년 메탄올 자동차에 대한 기준 설립 및 관련 산업 지원 법안 초안이 작성된 것과 같이, 최근 중국 정부는 메탄올 분야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이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키면서 마침내 메탄올은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다. 이 혁신은 전기차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후기술에 대한 중국의 야심을 정치적으로 북돋을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의 메탄올 연료 실용화 실험
오늘날 전 세계 메탄올의 60%는 중국에서 생산∙사용된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을 글로벌 경제의 선도국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메탄올은 대부분 플라스틱 제조업에 사용된다.
중국은 자동차 제조사들에 시험 모델을 개발해 몇몇 도시에서 이를 운행하도록 장려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메탄올 자동차 실험에 나섰다. 동시에 이와 관련하여 6년 동안 경제적∙환경적 영향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메탄올 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21% 높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단계를 거친 후, 2019년 중국 정부는 메탄올 연료 실용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대중교통, 택시, 정부 관용차가 이 정책의 주 대상이었다.
세계 메탄올 기업 단체인 메탄올인스티튜트(Methanol Institute, MI)의 자오카이(Zhao Kai) 중국 대표는 트럭과 같은 장거리 대형화물차의 동력원으로서 메탄올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전기트럭은 내연기관 트럭보다 훨씬 비싼 대형 배터리가 필요한 반면, 메탄올 트럭은 내연기관 트럭과 엔진이 유사한 덕분에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자오는 “중국에서 운행되는 화물배송 트럭들 대부분은 운전자 개인의 소유”라면서 “값이 너무 비싸면 운전자들이 트럭을 구입할 수 없다. 만일 그들이 생계를 꾸려 나가기 어렵다면 어떻게 탄소중립에 신경을 쓰겠는가? 그럴 여유가 없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메탄올 승용차 개발은 전기차 같은 기타 친환경 대책에 비해 더딘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전기차 수는 2만 대에서 1,000만 대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메탄올 자동차의 수는 0에서 3만 대로 증가했을 뿐이다.
또한 중국 내 메탄올 충전소는 200곳이 채 되지 않으며, 모두가 시범 프로그램 중 설치되어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있다. 즉 특정 도시나 지역을 벗어나면 메탄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메탄올충전소의 신규 설치 문제는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Sinopec)과 CNPC의 지원에 달려 있다. 이 회사들은 현재 중국 내 모든 주유소 중 절반 이상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메탄올 공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오는 이처럼 메탄올 자동차 개발이 지연된 주요 원인이 메탄올 자동차가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분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은 이 법을 근거로 보조금을 비롯해 강력한 지원을 실행하고 있는데, 2000년대 초 신에너지 자동차 관련 법 초안이 작성될 당시에는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 전기 동력원 차량만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 면이 있는 메탄올 자동차는 포함되지 않았고, 메탄올 연료는 이후 20년간 고속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것은 오늘날의 메탄올 자동차가 실제 소비자의 선택권에 들어오지 못하고 실험 수준에 그쳤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지방정부에서 메탄올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약 700달러(약 98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주유소가 메탄올 연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데에도 3,000달러(약 423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볼보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인 지리자동차(Geely)는 2005년부터 메탄올 자동차를 개발해 올해 여러 가지 신형 모델을 선보였다.
중국 내 현존하는 메탄올 자동차의 90% 이상을 생산했다고 주장하는 지리자동차 측은 “메탄올 자동차의 도입과 대중화는 운송업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지리자동차에서 생산한 메탄올 자동차들은 총 100억 킬로미터를 달렸고, 같은 거리 기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발생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1만 9,400톤을 감축했다.
메탄올 자동차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미치는 영향
메탄올에 대한 생각은 2020년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UN) 총회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했던 것을 계기로 크게 전환되었다. 자오는 “중국이 탄소중립에 대한 전반적인 목표를 수립한 이후로 큰 기회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메탄올이 실질적으로 탄소중립 연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메탄올은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로부터 생산되지만,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도 만들 수 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의 한 연구진은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로부터 메탄올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소한 이론상 자동차 연료로 이용될 수 있는 메탄올 및 메탄올 파생 화합물을 ‘탄소 네거티브(carbon-negative)’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탄소 네거티브란 이산화탄소를 배출량보다 더 많이 흡수하여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이산화탄소로 메탄올을 생산하는 선도적인 기업은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카본 리사이클링 인터내셔널(Carbon Recycling International, CRI)이다. 지리자동차는 2015년 CRI에 투자하여 중국에 세계 최대의 CO2 연료화(CO2-to-fuel)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협력했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매년 철강 공장에서 배출되는 16만 톤의 CO2를 재활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메탄올 연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메탄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대기 중 CO2를 제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이 공언한 대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전기차에만 투자가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메탄올 연료 사용과 메탄올의 청정 생산을 보편화할 때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다.
메탄올을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할 수 있을까?
그러나 메탄올 연료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메탄올은 석탄을 태워서 만든다. 사실 중국이 석유 대신 석탄으로 자동차 연료를 만들려고 한 주된 까닭은 중국 영토에 석유보다 석탄 매장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중국에서 메탄올 자동차를 실험하고 있는 지역은 석탄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롬버그가 지적했듯이 휘발유나 디젤과는 다르게 메탄올은 친환경적 생산 방식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중국 내 대부분의 전기차가 여전히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로 구동되는 것처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메탄올 생산방식은 탄소 발자국이 여전히 높다. 그러나 메탄올은 기존의 석탄 생산 방식이 아닌 재생 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브롬버그는 “메탄올을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메탄올 연료에는 다른 단점도 있다. 메탄올은 휘발유나 디젤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보다 크고 무거운 연료 탱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운전자가 연료를 더 자주 급여해야 한다. 이는 메탄올을 비행기 연료로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한 메탄올은 자칫 섭취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며, 흡입하거나 다량으로 노출될 때도 중간 정도의 독성을 나타낸다. 연구진들은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이 부분에 대해 크게 걱정하였지만, 연구 결과 메탄올은 휘발유 이상의 독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 외 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다른 나라들도 메탄올 연료의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최소한 한 발짝 더 앞서 있다. 비록 중국이 전기차 개발에서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다시 한번 성공을 이룰지, 아니면 주요 자동차 산업을 갖춘 다른 나라의 길을 뒤따를지는 큰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말이다.
1982년 캘리포니아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동차 제조사들에 900대 이상의 메탄올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했다. 심지어 레이건 행정부는 메탄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체연료법(Alternative Motor Fuels Act)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안이 지지받지 못하고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메탄올 연료에 대한 후속 연구는 중단되었다. 당시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운전자들은 메탄올 자동차의 성능에 전반적으로 만족했지만, 메탄올 연료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내연기관 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캘리포니아는 2005년 공식적으로 메탄올 자동차 사용을 중단했으며, 이후 미국에서 이같은 실험은 다시 시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