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폭스’라는 또 다른 위기가 중국을 덮치다
방호복, PCR 검사, 격리, 접촉자 추적. 7월 마지막 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hinese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중국 CDC’)가 질병 발병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을 때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 지침은 코로나19 재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질병은 잠재적으로 공중보건과 관련해서 중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질병인 ‘엠폭스(mpox,이전 명칭은 ‘원숭이두창(monkeypox))’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내의 엠폭스 확진자 수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질병 확산을 억제하려면 중국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22년 중반에 시작됐던 엠폭스 확산세가 대체로 잠잠해졌지만, 이제는 아시아가 엠폭스의 새로운 확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산발적으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발생했던 일본, 한국, 태국에서는 2023년 주간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WHO에 보고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개월 동안 315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게다가 중국의 확진자 수 보고는 불규칙하기 때문에 현재 중국 내의 실제 엠폭스 확산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엠폭스는 코로나19보다 전염성이 약하지만, 2022년 이후로 총확진자 수가 8만 8,000여 명에 이른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몸이 심하게 쇠약해지며, 지금까지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50명이 넘는다. 일부 국가들은 엠폭스 발병을 억제하는 데 비교적 성공했는데, 이는 대체로 백신 접종 캠페인 같은 사전 예방 조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제서야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세계 보건 담당 선임연구원인 옌중 황(Yanzhong Huang)은 “코로나19 때의 대응과 비교해보면, 현재 중국은 분명 매우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엠폭스가 중국 내에서 대규모 발병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지만, 더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이지 않고 지나치게 낙관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면 취약 인구의 엠폭스 확산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확산 추세
지난 5월, WHO는 지난해 대규모 발병이 일어났던 미주와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자 엠폭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엠폭스가 수십 년 동안 풍토병(endemic)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감염병 의사이자 미국 감염학회(Infectious Disease Society of America)의 세계보건위원회(Global Health Committee) 의장이기도 한 크루티카 쿠팔리(Krutika Kuppalli)는 “전반적으로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확진자 수는 크게 줄었지만,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철회했을 때,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일본은 3월에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엠폭스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5월에 일본 연구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엠폭스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엠폭스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자들은 서구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엠폭스가 확산된다면, 질병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전까지 일본에서만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어떤 상황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WHO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5월부터 7월까지 중국이 보고한 엠폭스 신규 확진자 수는 315건이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확진 건수를 보면 모든 엠폭스 확진 사례가 해외 유입 관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국가처럼 질병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매주 신규 확진자 수도 발표하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코로나19 당시 중국 정부의 대응을 연상시킨다. 중국 정부는 6월에 보고된 엠폭스 확진 106건에 대한 보고서를 한 차례 발표했을 뿐이며, 5월과 7월 확진자 수에 대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WHO는 자체적인 정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대만과 홍콩의 확진자 수를 ‘중국’이라는 이름 아래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중이 데이터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315건이라는 숫자에는 중국이 7월에 확인했다고 밝힌 엠폭스 확진 건수 106건과 5~7월까지 대만과 홍콩의 확진자 수가 합산되어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상황으로 인해 중국 내 엠폭스의 실제 피해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쿠팔리는 “감염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환자들의 인구통계, 임상표현, 면역 상태, 치료 과정에서의 양상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엠폭스의 중국 이름인 허우더우(猴痘)는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로 가볍게 사용되기도 한다.
성소수자에 낙인을 찍는 혼란스러운 대응
엠폭스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부족으로 인해 일부 중국인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중국에 엠폭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몇 주 동안 퍼지고 있었지만, 7월 26일이 되어서야 중국 CDC와 보건부가 공동으로 엠폭스 확산 방지를 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지침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이 지침에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엠폭스 확진자를 의료 시설로 이송하여 격리하고, 모든 환자에 대해서 확진 이전 3주간의 접촉자 추적을 시행할 것이며, 밀접 접촉자에게는 3주간의 자가격리를 요청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지역 당국에는 특정 지역 주변의 폐수에서 엠폭스 바이러스 수치를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한다.
중국에서 엠폭스 발병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은 것은 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재 엠폭스가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들(MSM) 사이에서 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엠폭스가 성행위를 통해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만 전염되는 성병일 뿐이라는 오해가 계속해서 확산되면서 중국 내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낙인찍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공공장소에서 피부 병변이 있는 남성을 발견하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게시하며 엠폭스 증상인지 묻는다. 이뿐만 아니라 엠폭스의 중국 이름인 허우더우(猴痘)는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로 가볍게 사용되기도 한다.
엠폭스 확산을 효율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 공중보건 당국은 엠폭스가 남성 동성애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엠폭스에 대한 오명을 없애는 것과 엠폭스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남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사이에서 세심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쿠팔리는 “서구에서는 감염된 사람들과 협력하여 낙인을 찍지 않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엠폭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일부 지역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은 혼자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이니셜만 밝히기를 요청한 M은 광저우의 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중국 CDC가 지역 당국에 술집, 클럽, 사우나 등 남성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장소 근처에서 폐수 모니터링을 권고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일부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조치의 표적이 된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이미 홍콩이나 마카오에 가서 엠폭스 백신을 맞은 친구들도 있다.”
후베이성 중부 지역에서 활동하며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 수이허우(Suihou)는 접촉자 추적 정보가 엄격하게 기밀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HIV 감염 여부 등 엠폭스 환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사례를 본 적 있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말했다.
M과 수이허우 같은 활동가들은 질병 대응을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엠폭스 예방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M은 최근에 800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900여 명이 참석한 대면 강연도 진행했다.
수이허우는 엠폭스 환자 한 명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해당 환자가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만났던 모든 의료진이 엠폭스 같은 질병의 민감성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만난 의사는 접촉자 추적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 질병은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이허우는 특히 의무 격리와 접촉자 추적에 대한 국가 지원 부족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이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을 아예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이허우는 “내가 듣기로 확진자들은 모두 격리 시설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때처럼 격리 비용 지원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원비를 비롯해 모든 의료 검사 비용을 환자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감염병 발병 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소외 계층은 이러한 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황은 “중국 경제 둔화로 지방 정부는 공중보건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설명한다. WHO조차도 엠폭스 예방을 위해 특별히 배정한 자금이 없으며, 엠폭스 관련 업무에 비상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재정적 부담의 상당 부분은 다시 지역 성소수자 단체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M은 자신의 단체에서 HIV 예방을 위한 기금을 엠폭스 지원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으로 인해 엠폭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의학적 검사와 치료를 받는 일을 더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엠폭스의 지역사회 확산을 추적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지금까지의 예방 노력도 약화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백신의 부족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백신은 엠폭스를 통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 예방에는 ACAM2000, MVA-BN(미국에서는 진네오스(JYNNEOS)라고도 함), Lc16m8 등 세 가지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이 세 가지 백신은 원래 천연두 예방용 백신이었지만, 엠폭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진네오스와 ACAM2000을 합산해서 백신 접종 수가 120만 회 이상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지난해 1만 회분의 진네오스를 수입했고 올해는 2만 회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며, 대만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네오스를 7만 2,000회분 이상 확보하여 접종했다. 한편 일본은 일본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Lc16m8을 생산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등 다른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백신 중에 중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 이는 중국이 메신저RNA(mRNA) 코로나 백신 수입을 거절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자체 백신 개발에 의존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현재 자체적인 천연두 백신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1980년에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가 박멸된 후에 백신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진네오스 백신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바바리안 노르딕(Bavarian Nordic)은 정부 요청이 없는 한 고객 정보를 노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진네오스 백신을 구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말했다. 그러나 바바리안 노르딕은 중국에 백신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WHO는 필요한 경우 회원국이 엠폭스 백신을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 간 공유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로 제한되어 있다. WHO의 대변인 타릭 야샤레비치(Tarik Jašarević)는 “WHO가 엠폭스 백신을 비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 다른 국가와 양자 간 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와 관련해서 다른 회원국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엠폭스에 대한 중국 CDC의 새로운 지침에는 백신에 대한 언급이 없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공중보건 전문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기업 브리지컨설팅(Bridge Consulting)의 조이 렁(Zoe Leung)은 “전례도 없고 현재 백신에 대한 긴급 승인도 없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국이 백신 확보에 집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감시, 모니터링, 격리, 접촉자 추적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물론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 국영 제약회사 시노팜(Sinopharm)은 지난 11월에 세계 최초로 엠폭스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했으며 전임상 시험 단계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7월 13일, 시노팜은 ‘복제결함 엠폭스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을 공식적으로 신청했지만, 이 제품이 이전에 발표했던 것과 동일한 백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노팜은 엠폭스 백신 개발에 대한 질문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광저우의 M은 “엠폭스 백신에 대한 중국 내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이미 홍콩이나 마카오에 가서 엠폭스 백신을 맞은 친구들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인이 중국 본토 밖에서 백신을 맞으려면 높은 비용과 긴 대기 시간을 감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부 기관에서 관료주의적인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을 위해 일부 중국인들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현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부유한 중국인들이 mRNA 백신을 맞기 위해 홍콩으로 향했던 추세와도 유사하다.
황은 “중국이 백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민족주의(technology nationalism)로 인해 외국 백신의 사용을 신속하게 승인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코로나 관련 사망자 수 급증에 기여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