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KIST, 독도 토양 미생물에서 뇌 신경염증 억제 신물질 ‘독도티오신’ 발굴
독도 토양 미생물에서 뇌 신경염증을 억제하는 새로운 천연물이 발굴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화학생물연구센터 장재혁·장준필 박사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천연물시스템생물연구센터 강경수 박사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독도 자생식물 땅채송화 뿌리 주변 토양의 미생물에서 신규 물질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을 발견하고, 이 물질이 뇌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뚜렷하게 억제한다는 사실을 세포 실험과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입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Organic Letters’에 2월 27일 온라인 게재됐다.
독도 미생물 안에 잠든 유전자를 깨우다
독도는 고립된 화산섬이라는 지리·기후적 특성 덕분에 실험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미생물 군집이 서식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독도 자생식물 ‘땅채송화’ 뿌리 주변 토양에서 분리한 방선균(Streptomyces sp. 20A130)이다. 방선균은 항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의약 물질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유명한 미생물로, 임상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60% 이상이 이들의 대사산물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방선균이 가진 잠재력이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은 다양한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실험실 배양 조건에서는 대부분의 유전자가 침묵 상태로 잠들어 있다. 이를 ‘침묵 유전자(Silent Biosynthetic Gene Cluster)’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 잠든 유전자를 깨우기 위해 ‘OSMAC(One Strain Many Compounds)’ 전략을 적용했다. 하나의 균주라도 배지 조성, 온도, pH 등 배양 환경을 다양하게 바꾸면 서로 다른 물질을 생산하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이전에는 보고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 독도티오신을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독도티오신은 29개의 원자가 고리 형태로 연결된 매크로사이클 구조를 지닌 ‘티오펩타이드(Thiopeptide)’ 계열 천연물로, 옥사졸·티아졸·피리딘 등 복잡한 이질고리 구조가 독특하게 배열돼 있다. 특히 기존 티오펩타이드에서 보기 드문 3-하이드록시프롤린 잔기를 포함하고 있어 구조적 독창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독창적인 화학 구조는 기존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차세대 신약 후보 물질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예측과 세포 실험이 일치하며 뇌 염증 억제 효능 입증
치매·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신경염증’이다.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 유발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진행을 가속한다. 따라서 미세아교세포의 과잉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는 것이 신경염증 치료제 개발의 핵심 과제다.
연구팀은 독도티오신의 신경염증 억제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KIST가 자체 개발한 ‘단백질 표적 예측 AI 기술’을 먼저 활용했다. 이 기술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특정 화합물이 어떤 단백질과 결합해 약효를 나타낼지를 예측하는 것으로, 신물질의 작용 경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AI 분석 결과, 독도티오신이 뇌 속 염증 신호를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어진 실제 세포 실험에서 AI의 예측은 그대로 확인됐다. 염증 유발 물질인 LPS로 자극된 BV2 미세아교세포에 독도티오신을 처리한 결과, 염증 반응이 뚜렷하게 완화됐다. 구체적으로는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일산화질소(NO) 생성이 억제됐으며, 염증성 신호물질인 IL-6과 TNF-α의 생성도 효과적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NF-κB·MAPK 등 주요 염증 신호전달 경로가 차단됨을 확인하면서, AI의 예측과 실험 결과가 일치하며 독도티오신의 치료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국내 생물자원의 과학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다
이번 성과는 생명연이 그동안 추진해 온 국내 지역 미생물 기반 의약활성물질 발굴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울릉도·제주도 등 국내 고유 환경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로부터 ‘울릉아마이드’, ‘울릉도린’, ‘제주펩틴’ 등 국내 지역명을 붙인 신규 천연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 이번 독도티오신은 독도 토양 방선균의 생리활성 물질 생산 능력을 처음으로 규명한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자원적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에서 생명연은 독도 미생물로부터 신물질을 발견하고 생합성 원리를 규명했으며, KIST는 AI 기반 단백질 표적 예측과 세포 실험을 통해 뇌 질환 관련 효과와 작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두 기관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단순한 신물질 발견을 넘어 작용 기전까지 밝힌 신약 후보 물질로 발전시킨 것이다.
장재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독도 토양 미생물이 가진 잠재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약 개발 효율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수 박사는 “AI 기반 단백질 타겟 예측 기술을 통해 독도티오신의 작용 가능 경로를 빠르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신물질 발굴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연구 모델을 제시한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