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벼 유전자 하나로 메탄 배출 최대 24% 감축 성공
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원리가 분자 수준에서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 박사 연구팀은 저메탄 벼 품종인 ‘감탄’의 유전자 변이가 뿌리 주변 미생물의 균형을 바꾸어 메탄 생성은 줄이고, 메탄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늘린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벼의 알 크기를 조절하는 유전자인 GS3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없어진 감탄 품종을 질소 비료를 적게 사용하는 조건에서 재배한 결과 일반 품종보다 출수기 이후 메탄 배출량이 최대 24%까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질소 부족 조건에서도 일반 품종은 수확량이 14% 감소한 반면 감탄 품종은 7% 수준에 그쳐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미생물생태학 저널 《ISME Journal》 1월호에 게재됐다.
뿌리 영양 공급 줄여 ‘나쁜 균’ 억제, ‘착한 균’ 증가
연구팀은 벼 전사체, 토양 미생물 유전체 및 전사체 분석 등 다양한 최신 분석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메탄 감축 원리를 밝혀냈다. 분석 결과 감탄 품종은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를 뿌리보다 벼이삭(알)으로 더 많이 보내는 특성을 보였다. 광합성산물은 벼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만든 에너지(당, 유기산 등)로, 쌀알을 채우거나 뿌리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뿌리 주변으로 분비되는 영양물질이 줄어들어 이를 먹이로 삼는 메탄생성균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생성균은 논과 같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메탄가스를 만들어내는 미생물로, 벼 뿌리에서 나오는 유기산 등을 먹이로 삼아 활동하며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메탄을 배출한다. 메탄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약 28배로 알려져 있다. 논에 물을 채우면 토양 속 산소가 부족해져서 메탄생성균이 활발해지는데, 여기서 배출되는 메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17%를 차지할 만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메탄 생성의 원료가 되는 탄소 공급을 줄여 메탄 배출을 낮추는 원리다. 동시에 gs3 유전자가 결여된 벼는 뿌리에서 메탄생성균의 먹이가 되는 유기산 등의 물질 배출을 스스로 줄이는 동시에, 공기 중의 질소를 흡수하고 메탄을 직접 분해하는 ‘착한 미생물(메탄산화균 및 질소고정균)’을 뿌리 주변으로 적극적으로 불러모으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비료를 적게 준 ‘저질소’ 환경에서 더욱 극대화되어, 일반 벼 대비 메탄 방출량을 최대 24%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수량 감소는 최소화하는 이중의 성과를 거두었다.
질소고정균 유인해 비료 효율 높이고 수확량 유지
감탄 품종이 질소 부족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질소고정균과의 공생에 있다. 질소고정균은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으로 바꾸어 주는 미생물이다. 일반적으로 질소 비료 시비량은 10a당 9.0kg이며, 질소 시비량을 반으로 줄이게 되면 일반적 쌀 수량이 20~15% 줄어든다. 하지만 gs3가 도입된 ‘감탄’ 품종은 7~10%로 감소율이 적다.
이는 감탄 품종이 적은 양의 비료를 사용하는 저질소 환경에서도 뿌리 근처에서 질소고정균을 유인하여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하여 질소 부족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gs3 유전자가 결여된 벼가 뿌리 삼출물(당, 유기산 등)의 배출을 줄여 메탄생산균의 성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메탄산화균’과 질소고정균의 증식을 선택적으로 유도함을 밝혀냈다. 질소 비료를 줄인 환경에서 gs3 벼는 질소고정균과의 공생을 강화하여 부족한 질소 성분을 생물학적으로 보충한다. 이는 비료 사용량을 줄여도 벼의 수량과 품질(단백질 함량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이번 연구는 식물 유전자가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유전자–미생물–온실가스 간 연결 고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추가적인 농자재 투입 없이 유전적 특성과 저질소 재배 관리만으로 메탄을 감축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탄소중립 농업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감축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류충민 박사는 “이번 성과는 벼의 특정 유전자가 토양 속 미생물과 소통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하고 질소 이용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낸 것”이라며,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을 저탄소 품종으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기후 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일상 속 작지만 강력한 실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메탄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인 벼 품종 ‘감탄(감소메탄, 밀양 360호)’을 개발하고, 2025년 정식 품종 등록을 마쳤다. 당시 연구 성과는 《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