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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연-고려대-가톨릭대, 침 한 방울로 뇌 질환 조기 진단

금속 나노구조체로 단백질을 포집해 라만 신호를 10억 배 증폭하는 기술로 간질·파킨슨병·조현병을 90% 이상 정확도로 판별했다.

국내 연구진이 소량의 타액(침)만으로 간질, 파킨슨병, 조현병과 같은 주요 신경계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 박성규 박사 연구팀이 고려대 정호상 교수팀, 가톨릭대 의과대학 연구팀과 함께 기존의 혈액·뇌척수액 기반의 고가·고위험 검사 방식 대신 단순한 타액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 변화를 직접 탐지하는 ‘갈바닉 분자포집(Galvanic Molecular Entrapment, GME)-SERS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기술은 구리산화물-금(Au-CuO) 기반의 나노 구조체 위에 단백질이 포집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플라즈모닉 ‘핫스폿(금속 나노구조 표면에서 전기장이 극도로 집중되어 분자의 라만 신호를 수백만 배 이상 증폭시키는 영역)’을 활용해 매우 약한 생체분자의 라만 신호를 최대 10억 배 이상 증폭시켰다.

단백질 섬유화 구별해 질환 분류

라만(Raman) 신호는 빛이 분자에 조사될 때 발생하는 비탄성 산란 현상을 통해 분자의 진동·회전 정보를 반영하며, 이를 이용해 물질의 고유한 ‘분자 지문’을 식별할 수 있는 광학 신호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이용해 기존 진단 기술로 측정이 어려웠던 단백질의 섬유화 여부(모노머 vs. 피브릴)를 고감도로 구별했다.

모노머는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일 분자 상태로 물에 잘 녹으며 본래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다. 반면 피브릴은 모노머가 비정상적으로 응집되어 형성된 섬유상 구조체로, 용해도가 낮고 독성을 나타내어 신경퇴행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형태다. 이러한 모노머에서 피브릴로의 전환 과정이 뇌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갈바닉 분자포집-SERS 플랫폼은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를 금속 표면에 먼저 포집한 뒤, 금(Au)이 성장하면서 해당 분자를 감싸 가두는 초고감도 분석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분자가 빛에 민감한 나노 공간에 정확히 위치하여 극미량의 단백질도 별도의 표지 없이 강한 신호로 검출이 가능하다.

타액 기반 신경계 질환 진단 모식도.
타액(침)만을 채취해 3차원 복합(AuS@CuO) 나노구조체 소재를 이용해 매우 약한
신경 단백질의 라만 신호를 크게 증폭해 검출하고, 이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함으로
써 파킨슨병, 조현병, 뇌전증과 같은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정확하게 구분·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함.

최대 98% 정확도로 질환 판별

공동연구팀은 성빈센트병원과 협력해 간질, 조현병, 파킨슨병 환자 총 44명과 건강대조군 23명의 타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기술이 90% 이상, 최대 98%에 달하는 높은 정확도로 질환을 분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전체 단백질 농도가 아닌, ‘단백질 구조 변화’라는 근본적 병리 지표를 기반으로 신경계 질환의 차이를 판별할 수 있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과로 평가된다.

KIMS 박성규 책임연구원은 “고가의 PET 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 없이 간편한 타액 분석만으로 뇌 질환 상태를 파악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게재된 만큼 기술의 원천성·혁신성이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정호상 교수는 “비침습·저비용이라는 점에서 병원 외래는 물론, 가정용 진단 기기까지 확장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기술 상용화를 위해 휴대형 라만 센서 기반 현장형(Point-of-Care) 진단 장치 개발, 의료·생명과학 기업과의 기술이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한국재료연구원 기본사업 및 NST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Advanced Materials'(IF=26.8)에 1월 24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