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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크리스퍼 RNA ‘비염기 변형’ 발견하고 고정밀 유전자 가위 개발

미생물 면역 체계에서 활성산소로 인한 크리스퍼 RNA 비염기 변형을 발견하고, 이를 모사한 가이드 RNA로 비표적 문제를 해결했다.

고려대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기술의 원천이 된 미생물에서 크리스퍼(CRISPR) RNA의 새로운 화학적 변형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한계로 꼽혀 온 비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지성욱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최초로 발견된 연쇄상구균을 분석하여, 바이러스 감염 시 크리스퍼 RNA의 일부 염기가 사라진 ‘비염기 상태’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미생물의 면역 체계로부터 개발된 유전자 편집 기술로, 편집할 DNA 위치를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의 크리스퍼 RNA가 목표 DNA의 서열을 인식하면 Cas9 단백질이 해당 위치를 절단해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치료에 적용할 경우, 목표 유전자뿐 아니라 서열이 유사한 다른 유전자까지 함께 절단하는 ‘비표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화학 생물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Nature Chemical Biology>에 2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미생물 면역 체계에서 자연적 조절 장치 발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미생물의 면역 시스템에서 찾았다. 미생물은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외부 바이러스 DNA만 정밀하게 제거하면서도, 자신의 유전체는 손상시키지 않는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감염 시 크리스퍼 RNA의 일부 염기가 사라진 ‘비염기 상태(유전자 서열을 이루는 염기가 제거돼, 구조는 유지되지만 정보는 비어 있는 상태)’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변형은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세포 내에서 생성되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 분자로, 생체 반응을 조절하거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에 의해 일어나며, 과도하게 활성화된 유전자 가위로부터 미생물 자신의 유전체를 보호하는 자연적인 조절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도 함께 밝혀냈다.

이는 자연에서 이미 검증된 생화학적 조절 원리가 유전자 편집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다. 미생물이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정교한 안전장치를 인간의 유전자 편집 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비염기변형을 통한 생체 모방 고정밀 유전자 가위 모식도
연구진은 미생물의 크리스퍼 적응 면역 체계를 생체 모방해, 고정밀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비염기 가이드 RNA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

비염기 가이드 RNA로 간독성 없이 간암 억제

연구팀은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을 모사해, 비염기 구조를 포함한 새로운 가이드 RNA(ØXØ)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에 인위적으로 변형한 유전자 가위보다 비표적 현상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높은 유전자 교정 효율을 나타냈다.

특히 생쥐 실험에서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사용 시 나타났던 간독성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간암 생쥐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을 현저히 억제하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는 향후 직접 생체 내에서 적용 가능한 안전한 유전자 치료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표적 문제는 유전체 손상과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크리스퍼 기술의 임상 적용을 가로막아 왔는데, 이번 연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비염기 가이드 RNA는 간단한 화학적 변형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성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이미 검증된 생화학적 조절 원리를 유전자 편집 기술에 적용한 사례”라며 “비염기 가이드 RNA는 간단한 화학적 변형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