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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반도체 이온주입장치용 절연형 모터제너레이터 국산화 성공…제작비 70% 절감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이온주입장치의 핵심 전력공급장치를 국내 독자 개발로 확보하며, 제작 비용 70% 절감과 납기 7개월 이상 단축을 동시에 달성했다.

반도체와 첨단 소재 제작 공정에 쓰이는 이온주입장치에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인 절연형 모터제너레이터(Motor-Generator Set, MG-SET)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은 해외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이 장치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국산화로 제작 비용은 해외 제품 대비 약 70% 절감됐으며, 납기는 기존 10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 기술, 이온주입은 왜 고전압이 필요한가

이온주입 기술은 반도체와 첨단 소재 제작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핵심 공정이다. 수만에서 수십만 볼트(V) 수준의 높은 전압으로 이온(전기를 띤 원자 또는 원자 집단)을 가속해 소재 내부로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소재의 전기적 특성이나 표면 성질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전도 특성을 결정하는 도핑(doping, 실리콘 같은 반도체 소재에 불순물 원자를 주입해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공정) 작업이 대표적인 적용 사례다.

문제는 이온주입장치가 수만 볼트 이상의 고전압 상태에서 작동하는 반면, 일반 외부 전원은 수백 볼트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두 장치를 전압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직접 연결하면 전기가 갑자기 흐르거나 튀면서 장치가 손상되거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모터제너레이터(MG-SET)다. 외부 전기로 모터를 먼저 돌리고, 그 회전력을 발전기로 전달해 장치에 필요한 특정 전압의 전기를 새로 만들어 공급하는 구조다.

더 까다로운 것은 절연 문제다. 고전압 환경에서는 발전기도 고전압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모터와 발전기가 전기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으면 이 높은 전압이 모터나 외부 전원 장치로 역으로 전달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전기는 차단하되 회전 동력은 전달하는 ‘절연 구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바로 이 절연형 모터제너레이터가 국내에 생산 업체가 없어 전량 해외 제품에 의존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17일 이번 성과로 제작 비용은 해외 제품 대비 약 70% 절감됐으며,
납기는 10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나일론 절연축·곡면 설계로 국산화 핵심 난제 돌파

연구팀이 국산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모터와 발전기 사이의 전기적 절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였다. 연구팀은 전기는 통하지 않지만 회전 동력은 전달할 수 있는 ‘절연축(Insulating shaft)’을 장치에 적용했다. 절연축 소재로는 가볍고 절연 성능이 우수한 나일론을 채택해 전기적 절연을 확보하면서도 생산 단가를 낮추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

또 다른 난제는 코로나 방전(corona discharge) 문제였다. 발전기와 이온주입장치가 연결되는 구간에는 높은 전압이 걸리는데, 이 전압이 특정 구조물 부위에 집중되면 주변 공기를 이온화시켜 공기 중으로 전기가 새어 나오는 코로나 방전이 발생한다. 코로나 방전은 장치 손상과 에너지 손실을 유발하는 고전압 환경의 대표적인 문제다.

연구팀은 전기장의 분포 특성을 역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기장은 모서리가 뾰족할수록 한 곳에 집중되는 성질이 있다. 이를 고려해 연구팀은 장치 외부 구조의 모든 부분을 반지름 5cm 이상의 곡면 형태로 설계해 전압이 특정 부위에 몰리지 않고 고르게 분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 방전을 구조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 비용 70% 절감·납기 7개월 단축…공급망 자립의 첫걸음

이번 국산화의 성과는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절연형 모터제너레이터 제작 비용은 해외 제품 대비 약 70%가 절감됐으며, 납기는 기존 10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7개월 이상 단축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환율 상승으로 해외 장비 의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해마다 커져 온 상황에서, 국내 자체 기술로 이를 대체한 의미가 크다.

실용성도 높아졌다. 국산화를 통해 장비 사양에 따른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졌고, 유지보수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제조사에 수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긴 대기 시간과 추가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이온주입장치뿐 아니라 고전압 환경에서 전력 공급이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의 다양한 장비로 확장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상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고전압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이온주입장치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라며 “날로 높아가는 외산 장비의 원가와 납기 부담 속에서 이번 국산화는 기술 자립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