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원자 하나로 이산화탄소 변환 경로 바꾸는 촉매 설계 원리 규명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원하는 연료로 선택적으로 전환하는 광촉매(빛 에너지를 이용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의 설계 원리가 원자 수준에서 규명됐다.
DGIST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티타늄(TiO2) 표면에 철(Fe)과 구리(Cu) 원자를 각각 하나씩 배치한 ‘단원자 촉매’ 시스템을 설계해, 어떤 금속 원자를 쓰느냐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전혀 다른 연료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으로 동시에 증명했다고 9일 밝혔다.
철 단원자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CO) 생성량이 기존 대비 최대 55.7배, 구리 단원자를 사용하면 메탄(CH4) 생성량이 최대 44.5배 증가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올해 1월 22일 게재됐다.
원자 하나가 반응 경로를 바꾼다—철은 CO, 구리는 CH4
기존 이산화탄소 광촉매 연구의 핵심 난제는 두 가지였다. 반응 효율이 낮다는 것, 그리고 어떤 물질이 만들어질지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연계의 광합성처럼 태양광만으로 온실가스를 연료로 바꾸는 ‘인공 광합성’ 기술은 매력적이지만,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정적인 분자여서 원하는 방향으로 반응을 유도하기가 까다롭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단원자 촉매’라는 접근법으로 돌파했다. 단원자 촉매란 금속 원자를 나노입자나 덩어리 형태가 아닌 개별 원자 단위로 지지체 표면에 고르게 분산시킨 것으로, 모든 금속 원자가 반응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원자 하나하나의 전자 특성이 반응에 그대로 반영된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광촉매 소재인 이산화티타늄(TiO2) 표면에 철과 구리 원자를 각각 배치하고, 첨단 분석 장비인 XAFS(X선 흡수 미세 구조 분석—원자 주변의 전자 상태와 결합 구조를 파악하는 기법)와 DRIFTS(분산 반사 적외선 분광법—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법), 그리고 DFT(밀도 범함수 이론—양자역학에 기반해 원자 수준의 전자 구조와 에너지를 계산하는 이론) 계산을 통해 각 원자가 반응 경로를 어떻게 바꾸는지 정밀하게 추적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철 원자는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로 전환된 직후 이를 촉매 표면에서 빠르게 방출시켜 CO 생성 경로를 우세하게 만든다. 반면 구리 원자는 빛을 받을 때 촉매 표면에 ‘산소 공공(산소 원자가 빠져나간 빈자리)’을 더 잘 형성하고, *CHO라는 중간체(반응 도중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어 더 많은 전자가 참여하는 복잡한 환원 반응을 유도한다. 그 결과 메탄처럼 수소가 여러 개 붙은 탄화수소 연료가 선택적으로 생성된다.

탄소를 연료로—인공 광합성 시스템의 설계 지침 제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높은 성능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연구들이 촉매 표면의 결함을 경험적으로 조작해 성능을 높이려 했다면, 이번 연구는 금속 원자와 지지체 사이의 전자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함으로써 반응 경로 자체를 제어할 수 있음을 원리 수준에서 증명했다. 이는 원하는 생성물에 맞게 촉매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역공학적 접근’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합성가스(CO와 수소의 혼합물로, 다양한 화학 원료의 출발 물질)가 필요하면 철 단원자 촉매를, 천연가스 대체 연료인 메탄이 필요하면 구리 단원자 촉매를 택하는 식이다.
실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단원자 촉매는 금속 원자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정밀한 합성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험실 수준의 제조 방법을 산업 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연구팀은 공정 단순화와 재현성 확보를 통해 대량 생산 가능성을 높이고, 태양광 기반 이산화탄소 전환 시스템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인수일 교수는 “금속 원자와 지지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해 이산화탄소 환원 경로를 직접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태양광을 활용한 탄소 자원화 기술의 효율을 높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