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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지구 안전선 이미 넘었다”…탄소 배출 한계 두 배 초과

기후변화 위험을 측정하는 잣대를 바꾸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났다. 인류는 이미 지구의 허용 한계를 크게 넘어섰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탄소 배출 한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재계산한 결과, 현재 인류의 연간 탄소 배출량이 안전 범위를 두 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총장 이광형)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와 미국 에너지부 산하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NL) 폴 울프람(Paul Wolfram) 박사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배출 한계를 기존의 ‘탄소 총량(저량, stock)’ 기준에서 질소·인 오염과 동일한 ‘연간 배출량(유량, flow)’ 기준으로 재산정했다고 6일 밝혔다.

분석 결과 지구가 허용할 수 있는 연간 CO₂ 배출 한계는 약 4~17기가톤인 반면, 현재 인류의 실제 배출량은 약 37기가톤에 달해 안전 범위를 최대 3~4배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인어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2월 16일 게재됐다.

‘지구 안전선’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였나

지구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과 파괴를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흡수하고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기후와 생태계가 돌이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이 한계선을 ‘플래니터리 바운더리(Planetary Boundaries, 지구 행성의 한계)’라는 개념으로 정량화해 왔다. 온도 상승, 생물 다양성 손실, 질소·인 오염, 담수 변화 등 9가지 지구 시스템 영역에 대해 인류가 넘지 말아야 할 안전 작동 범위를 수치로 제시하는 프레임워크다.

그런데 이 프레임워크에는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측정 방식의 불일치가 있었다. 기후변화의 한계는 지금까지 대기 중에 CO₂가 얼마나 쌓였는지, 즉 ‘누적 총량(저량, stock)’을 기준으로 평가해 왔다. 반면 질소와 인 오염의 한계는 1년 동안 환경에 얼마나 배출되는지, 즉 ‘연간 배출량(유량, flow)’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잣대가 다르니 어떤 문제가 더 심각한지 공정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쉽게 비유하면, 욕조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저량)를 보는 것과 수도꼭지에서 물이 1분에 얼마나 흘러나오는지(유량)를 보는 것의 차이다. 욕조가 아무리 가득 차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으면 결국 넘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측정 방식이 혼용되면서 지구 환경 문제의 상대적 심각성을 왜곡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지구 행성의 한계 비교 측정과 유량 기반 탄소 배출 한계 기준 제시

같은 잣대로 다시 계산하자 기후 위기의 민낯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질소·인 오염 평가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연간 배출량’ 기준을 탄소에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맞춰, 남아 있는 전 지구 ‘탄소 예산(Carbon Budget, 온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CO₂의 총 허용량)’과 미래에 기술적으로 제거 가능한 탄소량을 함께 고려해 안전한 연간 배출 범위를 산출했다.

그 결과, 지구가 안전하게 허용할 수 있는 연간 CO₂ 배출량은 약 4~17기가톤(Gt CO₂/년)으로 나타났다. 기가톤(Gt)은 10억 톤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실제로 배출하는 연간 CO₂는 약 37기가톤에 달한다. 안전 범위의 상한선을 기준으로 해도 두 배 이상이며, 하한선인 4기가톤 기준으로 계산하면 9배에 달한다. 연구팀은 민감도 분석을 통해, 탄소 제거 기술의 발전 수준이나 목표 달성 기간 등의 가정을 바꿔도 현재 배출량이 안전 범위를 크게 초과한다는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해원 교수는 “탄소 배출을 질소 오염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환경 문제를 동일한 기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정책 우선순위를 보다 명확히 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량 기반 탄소배출 한계의 범위와 민감도

기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써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탄소 위기의 심각성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구 환경 문제를 다루는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환경 위협의 상대적 긴급성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측정 방식이 달라 기후변화, 질소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어떤 문제에 먼저 자원과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지 수치로 비교하기 어려웠다.

또한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와 질소·인 등 생지화학적(Biogeochemical, 생물·지질·화학적 순환을 아우르는) 오염 문제를 별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탄소와 질소·인 오염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전략을 수립해야만 기후변화와 생태계 오염이 서로 맞물려 심화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해원 교수는 “탄소와 질소·인 오염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노력의 가속을 촉구했다. 한편, 전 교수는 이번 연구와 함께 3월 5일 자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기고한 글 ‘지구 기후의 안정화를 위한 36가지 방법’에서도, 인류가 필요한 기후기술을 상당 부분 이미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충분히 빠르게 적용하지 못해 기후위기가 심화됐다고 지적하며 탈탄소화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