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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숙명여대·GIST, 전기를 저장하는 활물질 함량 99% LFP 배터리 양극 개발…전기차 주행거리 개선 길 열어

LFP 배터리의 고질적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할 전극 설계 전략이 나왔다. 접착제가 전도체 역할까지 맡으면서 비활성 물질을 1% 수준으로 줄였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전극 내 실제 전기를 저장하는 활물질(활성 물질) 함량을 99%까지 끌어올린 고출력 양극이 개발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강석주 교수팀은 숙명여자대학교 주세훈 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은지 교수팀과 함께 전기 전도성과 접착성을 동시에 갖는 비불소계 전도성 바인더 조합을 설계해 비활성 물질 함량을 1% 수준으로 낮춘 LFP 배터리 양극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Energy Storage Materials(IF 20.2)’에 2월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LFP 배터리의 약점, ‘활물질 함량의 딜레마’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낮아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핵심 원인은 전기를 실제로 저장하는 LFP 활물질의 전기전도도가 낮다는 데 있다. 전기가 잘 흐르지 않으니 전류가 흐를 길을 깔아주는 ‘도전재’를 전극에 많이 넣어야 하고, 활물질과 도전재 가루들을 전극판에 붙잡아 고정하는 ‘바인더(접착제)’ 역시 그만큼 더 필요했다.

도전재와 바인더처럼 전기 저장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비활성 물질이 전극 내 공간을 차지할수록 활물질 함량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같은 무게의 배터리팩을 만들더라도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 감소하고, 이는 주행거리 단축으로 이어진다. 상용 LFP 전극은 바인더와 도전재 등 비활성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실제 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 비율이 제한된다는 점이 오랜 과제였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상용 전극에 널리 쓰이는 바인더는 불소계 고분자(PVDF)인데, 이를 전극판에 바르려면 독성 유기용매(NMP)를 써야 한다. 독성 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회수 설비는 공장 원가를 높이고, 불소 화합물 자체도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 대상에 오르며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성능과 환경,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새로운 전극 설계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활성물질 함량 99%인 LFP 전극의 구조와 성능.

접착제가 전도체 역할까지…비활성 물질 함량 1%로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바인더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기존 바인더는 단순히 활물질 입자들을 전극판에 붙잡아 두는 접착제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전도성을 더해 바인더 자체가 전기가 흐르는 길, 즉 전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설계했다. 핵심 소재는 ‘PEDOT:PSS’라는 비불소계 전도성 고분자다. PEDOT는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전도 경로를 제공하고, PSS는 활물질 입자 표면과의 결합력을 높여준다.

연구팀은 여기에 두 가지를 추가로 조합했다. 먼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최적 비율로 섞어 전도성 고분자 사슬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접착력을 강화했다. 또 소량의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를 결합해 전극 내부에 끊기지 않는 연속적인 전도 경로를 구축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조합으로 연구팀은 별도의 도전재를 대폭 줄이면서도 전극 내 전도 성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전극 내 활물질 비중이 99%, 바인더와 도전재를 합친 비활성 물질이 1% 미만인 초고함량 전극 구현에 성공했다. 상용 LFP 전극 대비 도전재 함량을 90% 이상 줄인 수치다. DFT(밀도범함수이론) 계산을 통해 이 전도성 고분자 바인더가 기존 불소계 바인더(PVDF)보다 LFP 표면과 더 강한 결합 에너지를 갖는다는 점도 확인됐으며, 기계적 응집력 분석(SAICAS)으로 전극 구조의 안정성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7.5분 고속 방전에서도 132mAh/g…실제 전기차 조건도 통과

성능 검증에서 이 전극은 도전재를 대폭 줄였음에도 우수한 출력 특성을 보였다. ‘8C’ 고속 방전 조건, 즉 7.5분 만에 배터리 전체 용량을 모두 방전하는 급격한 출력 조건에서도 132mAh/g의 높은 용량을 기록했다. C-rate는 배터리 충·방전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8C는 전기차의 급가속처럼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빠르게 뽑아 써야 하는 극한 상황에 해당한다. 도전재를 줄이면 출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이 수치는 주목할 만한 결과다.

단위 면적당 저장 가능한 전기 용량, 즉 면적용량도 3.5mAh/cm² 이상을 기록했다. 면적용량은 한정된 배터리 공간 안에 활물질을 얼마나 두껍고 촘촘하게 채울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3mAh/cm² 이상이면 실제 상용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용 음극재인 흑연과 실제 배터리처럼 결합한 풀셀(양극·음극을 모두 갖춘 완성형 셀) 실험에서도 125mAh/g의 용량을 유지했으며, 배터리 작동 환경과 유사한 섭씨 60도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인했다. 1000회 이상 충·방전 사이클 이후에도 높은 용량 유지율을 나타냈다.

친환경성과 제조 경쟁력도 확보했다. 불소계 바인더와 독성 유기용매를 쓰지 않는 수계(물 기반) 공정이 가능해 기존 전극 제조 인프라와 호환성도 높다. 강석주 교수는 “전극에 쓰이는 바인더 조합을 개발해 활물질 비중을 크게 높여 LFP 배터리의 고질적인 용량 문제를 해결했다”며 “불소계 바인더와 독성 용매를 쓰지 않는 공정이 가능해 제조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시된 전도성 바인더 기반 초고함량 전극 설계 원리가 LFP뿐 아니라 다양한 양극·음극 시스템에도 확장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UNIST, 과학기술정보통신부(InnoCORE)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