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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젤도 접착제도 없이 달리기 중에도 심전도 잡는 패치 개발했다

도마뱀 발바닥에서 착안한 미세 구조와 액체금속으로, 피부 자극 없이 선명한 심박 신호를 측정한다.

액체금속과 생체모사 미세 구조만으로 피부에 달라붙어 심장 박동 신호를 측정하는 고성능 심전도 패치가 개발됐다.

UNIST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기존 심전도 패치에 반드시 필요했던 전도성 젤과 화학 접착제를 모두 없애고도, 격렬한 운동 중에 기존 상용 패치보다 약 2배 선명한 심전도 신호를 기록하는 패치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액체금속 갈린스탄(갈륨·인듐·주석 합금으로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을 달팽이 모양의 초미세 관에 채우고, 패치 전체에 도마뱀 발바닥을 모방한 ‘갓 모양 돌기’ 구조를 설계해 두 가지 핵심 난제(액체금속 누설과 피부 접착)를 물리적 구조만으로 동시에 해결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표지 논문으로 올해 1월 5일 게재됐다.

논문 표지이미지. 차가운 젤과 화학접착제 없이도 피부에 밀착 돼 심전도 신호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패치.

달팽이 관과 갓 모양 돌기—두 가지 구조가 젤과 접착제를 대체하다

기존 심전도 패치의 가장 큰 불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기 신호를 잘 전달하기 위해 발라야 하는 차가운 전도성 젤이고, 다른 하나는 패치를 피부에 고정하는 화학 접착제다. 젤은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 신호 품질이 떨어지고, 화학 접착제는 민감한 피부에 발진이나 자국을 남기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이 두 문제를 각각 독립된 미세 구조로 해결했다. 우선 전극은 폭 20마이크로미터(μm)—머리카락 굵기의 약 4분의 1—의 극세 관에 액체금속을 채운 달팽이 모양 구조다. 관 바닥이 뚫려 있어 액체금속이 피부에 직접 닿고, 이를 통해 임피던스(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값)를 상용 패치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임피던스가 낮을수록 심장 박동 같은 미세한 생체 신호를 더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다만 바닥이 뚫린 구조는 압력을 받으면 액체금속이 새어 나올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이를 관 하단에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재돌입(re-entrant) 구조’를 만들어 봉쇄했다. 실험 결과 일반 채널 구조가 90kPa의 외압에서 누설이 발생한 반면, 이 구조는 200kPa이 넘는 압력에서도 버텼다.

접착 문제는 패치 전체에 촘촘히 배치된 지름 28μm, 높이 20μm의 미세 돌기가 해결한다. 일반적인 미세 돌기와 달리 기둥 끝이 갓의 가장자리처럼 바깥으로 퍼져 있어 피부의 미세한 굴곡에 빈틈없이 맞물린다. 이는 반데르발스 힘(분자들이 아주 가까이 있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인력으로, 도마뱀이 벽을 타는 원리)을 증폭시켜 화학 접착제 없이도 강한 물리적 결합을 만들어낸다. 실험에서 이 패치는 100g 무게추를 매달아도 떨어지지 않았고, 5시간 부착 후에도 피부에 아무런 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500회 재사용·7일 연속 착용, 웨어러블 헬스케어의 원천 기술로

이번 패치가 기존 제품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내구성이다. 병원에서 쓰는 일회용 Ag/AgCl 젤 전극 패치는 젤이 마르면 신호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한 번 쓰면 버려야 한다. 이번 패치는 접착력의 원천이 화학 접착제가 아닌 미세 구조의 물리적 결합이기 때문에 50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고, 젤이 없으니 증발로 인한 성능 저하도 없다. 연구팀은 7일 연속 착용 실험에서도 전기적 안정성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신호 품질 면에서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성능이 두드러진다. SNR(신호 대 잡음비: 심전도 신호가 얼마나 또렷하게 잡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라디오 채널을 맞출 때 지직거리는 잡음 없이 음악이 선명하게 들리는 정도와 같은 개념이다. 값이 높을수록 심장 박동 파형이 선명하고 오진 위험이 낮아진다)을 측정한 결과, 연구팀의 패치는 걷기와 달리기 중에도 SNR 2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상용 패치가 뛸 때 SNR이 9 수준으로 뚝 떨어지는 것과 대조된다. 정훈의 교수는 “액체금속의 누설 문제와 피부 접착 문제를 정교한 구조 설계만으로 동시에 해결한 것”이라며 “피부가 민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 건강 모니터링과 고정밀 인간-기계 상호작용 인터페이스 등 차세대 웨어러블 시스템의 원천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앤빅스랩에 이전해 온칩 AI와 결합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