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양산 출하…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선점 나섰다
AI 연산의 핵심 부품인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의 양산 출하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본격적인 HBM4 시장 선점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제품은 반도체 국제 표준 기구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이 정한 업계 표준 속도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으며, 최대 13Gbps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단일 스택 기준 총 메모리 대역폭은 전작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최대 3.3TB/s로, 고객사 요구 수준인 3.0TB/s를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 HBM 매출이 2025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HBM4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JEDEC 표준 46% 초과—1c D램과 4나노 공정이 만든 속도의 도약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은 여러 장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GPU와 직접 연결하는 메모리로,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에 필수적이다. 일반 D램이 데이터를 한 줄로 전달하는 도로라면, HBM은 수천 개의 차선이 동시에 열리는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와 GPU 사이의 데이터 병목이 심해지는데, HBM은 이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단계부터 JEDEC 기준을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단 공정인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검증된 구형 공정을 적용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재설계 없이 양산 초기부터 최신 공정을 바로 적용해 안정적인 수율과 최고 수준의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 여기에 베이스 다이(HBM 적층 구조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에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해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용량 면에서도 HBM4는 12단 적층 기술을 통해 24GB에서 36GB를 제공하며, 향후 16단 적층 기술을 적용해 최대 48GB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황상준 부사장은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O 핀 2배로 늘었는데 전력은 40% 줄였다—저전력 설계의 핵심
HBM4에서 가장 주목할 기술적 도전은 데이터 전송 통로를 두 배로 늘리면서도 전력 소모와 발열을 동시에 줄였다는 점이다. 데이터 전송 I/O 핀(Input/Output·메모리와 GPU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출입구로, 핀 수가 많을수록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늘어난다) 수가 HBM3E의 1,024개에서 HBM4에서는 2,048개로 두 배 확대됐다. 핀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전력 소모와 열 집중 문제가 심해진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코어 다이(HBM을 구성하는 핵심인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다이)의 저전력 설계 기술로 해결했다. TSV(Through Silicon Via·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 데이터 송수신 저전압 설계 기술을 적용해 구동 전압을 1.1V에서 0.75V로 낮춰 TSV 구동 전력을 약 50% 절감했다. 여기에 전력 분배 네트워크(PDN·반도체 칩 내부의 전력 공급망으로, 고속 동작 시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 최적화를 더해 전 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을 약 40% 개선했으며, 열 저항 특성은 약 10%, 방열 특성은 약 30% 향상시켰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자에게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AI 서버 한 대에 수십 개의 HBM이 탑재되는 구조에서 메모리의 전력 효율과 발열이 개선되면, 서버·데이터센터 단위의 전력 소모와 냉각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스톱 솔루션부터 Custom HBM까지—삼성전자의 HBM 로드맵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 반도체 회사다. 자체 파운드리 공정과 HBM 설계 간의 긴밀한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설계와 공정 기술을 함께 최적화하는 협업 방식) 협업을 통해 품질과 수율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선단 패키징 역량도 자체 보유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생산 리드타임을 단축할 수 있다.
HBM4 이후의 로드맵도 이미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HBM4의 속도·대역폭·전력 효율을 한층 끌어올린 HBM4E를 2026년 하반기에 샘플 출하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는 고객의 AI 가속기·GPU 아키텍처에 맞춰 용량, 속도, 전력 특성, 인터페이스 등을 맞춤 설계한 Custom HBM(표준화된 제품과 달리, 고객별 연산 구조와 사용 환경에 최적화해 성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고대역폭 메모리)의 고객사별 순차 샘플링도 시작할 예정이다.
생산 인프라 확충도 병행한다. 삼성전자는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을 HBM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업계 최대 수준의 D램 생산 능력과 선제적 인프라 투자로 확보해 온 클린룸을 기반으로 HBM 수요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