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열로 인한 기후문제를 해결할 대안 에너지
우리는 (아직) 날씨를 바꿀 수 없지만, 일상 대부분에서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22도로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뜨거운 샤워를 즐길 수 있으며, 추운 날에도 따뜻한 차에 탈 수 있다.
비교적 눈에 덜 띄지만 이러한 온도 조절이 더 중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제품들을 만드는 제조 공정이다. 거의 대부분의 제품이 열처리를 거쳐 만들어진다.
문제는 산업열 생산이 과거부터 석탄 및 천연가스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 예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가 산업열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산업공정에 필요한 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럼 현재 가능한 기술들은 무엇이 있고 향후 미래는 어떻게 될지 살펴보자.
가열
열은 산업과 제조업 어디서나 사용된다. 그러나 그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
식품제조업 및 제지업과 같은 일부 산업은 상대적으로 저온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유해균을 제거해 우유의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저온살균법은 100도 미만의 온도를 유지한다. 반면 철강을 제련할 때 철을 용해하고 강도를 높이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려면 1,500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 공정에서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4분의 3은 열 에너지의 형태이고 전기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가정 및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산업계는 열 수요를 해결해야 하는 훨씬 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2년 9월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는 새로운 산업공정열 기술 개발을 위한 ‘산업열샷(Industrial Heat Shot)’이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2035년까지 산업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85%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산업별로 각자 다른 온도의 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향후 다양한 종류의 산업열 생산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소
열을 발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와 같은 물질을 태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및 강력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태울 거리를 찾아야 한다.
많은 연구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의 이점은 분명하다. 수소를 태운 부산물은 물이다. 그리고 동시에 철강과 시멘트 같은 가장 오염이 심각한 산업에서 필요한 초고온의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소의 생산 과정이다. 천연가스로 생산되는 ‘회색’ 수소는 원래 의도한 목적에 위배된다. 재생에너지 전기로 생산되는 ‘녹색’ 수소는 훨씬 친환경적이지만,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오늘날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녹색 수소로 대체하려면 약 4,500 테라와트시(TWh)의 전기가 필요한데 이는 미국의 총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다양한 산업에서 수소를 널리 사용하려면 현재 생산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추가: 일부 산업 공정에서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이용해 화석연료로 열을 생산하면서 그 배출물을 포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고가인 데다 널리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친 의존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충전
초고온까지 필요하지 않다면 전기를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몇 달 전 필자는 히트펌프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마법 같은 장치다. 보통은 가정용 난방 및 냉방에 사용되지만, 기술을 더 개선하면 산업열 공급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오늘날 히트펌프는 보통 100도가량 온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에 따르면 200도까지 높일 수 있는 산업용 히트펌프의 시범제품이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산업의 절반 정도 열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반적인 전기 사용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면 필요할 때 항상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산업 공정은 쉽게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해가 지더라도 공정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배터리, 원자력, 지열 등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들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전기로 산업열을 만드는 다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열 배터리(heat batteries)’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토스터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전기를 열로 변환한 다음 벽돌 더미에 저장한다. 이는 에너지 저장과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에 있어 매우 독특한 접근법이다.
이 신비로운 뜨거운 벽돌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다른 기사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열 배터리의 효과와 신뢰성이 검증되면 산업열을 청정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산업계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 히트펌프, 기타 다양한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