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atisfy customers with AI products?

시장을 만족시키는 AI 제품의 조건

AI로 무장되어 출시된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해서다. 무엇이 문제일까?

AI 스피커, AI 냉장고, AI 에어컨, AI 투자봇 서비스…최근 들어 AI가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AI라는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으니,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하지만 막상 시장에서는 호평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 MIT 슬로언 매니지먼트리뷰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대다수 기업이 AI를 기회로 인식했지만, AI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가 된 현 시점에서 상당수 기업이 제품 판메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수익 기업이 절반이 넘어가며(60%이상), 이로 인해 AI를 기회로 인식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46%)로 낮아졌다.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리스크로 간주하는 비율이 45%나 된다.  연구분야에서는 AI가 식을 줄 모르는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와 다르게 분위기가 냉담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AI 혁신은 기술에 의해 이뤄지는 혁신이지만, 최종적인 성과는 사용자의 경험적 가치를 극대화했느냐로 평가될 수 있다. 고객의 경험적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것은 ‘고객이 제품을 사야 할 새로운 이유를 제공하는가?’와 관련된다. 고객이 갖고 있던 문제가 획기적 방식으로 해결되고, 이전에 갖지 못한 새로운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습관이 바뀌고 문화가 바뀔 정도까지 되어야 한다. 이런 종류가 바로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할 새롭고 분명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AI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경험적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경험적 가치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잘 해야 한다. 인간의 심리적 행동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혁신제품이 어느 지점에서 만족과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찾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AI 혁신 제품이 인간에게 어떠한 경험적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는 고객이 혁신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둘째는 고객이 혁신제품을 수용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하나씩 살펴보자.

구매 경험 주기 (Buyer Experience Cycle)

AI 제품이 어떠한 경험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대 김위찬 교수는 신시장을 개척할 때 해당 시장에 있는 고객의 구매경험 주기 (Buyer Experience Cycle)를 파악하는 게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제시했다. 구매경험 주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 과정에서 고객의 경험을 세밀하게 나누어 살펴보는 접근법이다. AI 기반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러한 고객 여정을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림1> 구매자의 구매 여정(Buyer Experience Cycle)

고객의 구매 여정을 세분화한다면 수많은 절차로 나뉠 수 있지만 중요한 과정을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이 6단계로 축약해볼 수 있다. 먼저,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면서 제품에 대한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제품을 받아 사용하면서 이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이 기능으로 인해 삶이 증진될 수도 있고 아무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삶 속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만족을 느끼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제품을 바꾸거나 사용 방식을 바꾼다. 제품에 대한 사용을 할만큼 한 다음에는 구매 여정이 마무리에 가까워지면서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나의 일상에서 이 혁신 제품을 수용할 것인가? 긍정적이라면 계속 이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폐기한다.

AI 혁신 제품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잠재성이 있다. 고객이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들로부터 느끼던 가치와 다를 것이다. AI 혁신이 급진적인(Radical) 만큼 가치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호불호가 크게 갈라질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이 고객의 선호와 맞지 않을 경우는 선택을 받지 못한다. 기술적으로는 고사양이지만 사용자의 사용 관점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고객이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긍정적으로 인식해야 이 가치를 계속 얻기 위해 사용을 지속할 것이다.

누미(Numi)라는 변기의 예를 보자. 자연어처리 기술을 통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가상비서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변기다. 2020년 CES에서 혁신제품상을 수상(CES 2020 Innovation Awards)했다. 사람이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화장실 조명을 조절해주기도 하고 보일러 온수를 더 뜨겁게도 해준다. 음악을 듣고 싶으면 말로 음악을 요청하면 되며, 오늘 뉴스가 궁금하면 말로 뉴스를 읽어주는 등 변기에 앉아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2> 스마트 변기 누미(Numi)

※ 출처: Kohler

AI가 제공하는 더 중요한 기능은 사용자 맞춤화에 있다. 변기에 앉아서 말로 여러차례 명령을 하는 동안 이 기기는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하게 되어 모든 일들을 사용자 중심으로 조정한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종류의 헤드라인 뉴스를 읽어주고, 사용자가 자주 듣는 뮤직박스를 틀어주고 온도와 조명 밝기도 사용자의 선호에 맞춰준다. 어느 변기가 사용자의 취향에 맞추어 개인화될 수 있도록 조정해줄 수 있겠는가? 변기 하나를 들여놓고 이러한 화장실을 갖게 된다면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는 매우 클 것이다. 사용자는 이 변기를 구매한 이후 기존의 용변 기구로 이용하지 않고,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 기구로 사용할 것이다.

단지 뛰어난 기술을 적용했다고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섬세하게 이해해야 하고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인지 요인 (Cognitive attributes)

AI 혁신의 경험적 가치를 디자인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다른 하나는 사용자의 인지적 요인(Cognitive attributes)이다. 바로 혁신제품에 대한 수용을 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가 갖는 심리적 요인이다. 기술수용이론 계열의 많은 연구들은 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사용자가 이를 수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몇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AI 혁신 제품의 수용과 관련한 변수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이 3가지 핵심요인이 중요한다. 인지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 인지된 용이성(Perceived ease of use), 인지된 유희성(Perceived playfulness) 등이다.

인지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

인지된 유용성은 새로운 혁신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대하던 성과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지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신기술이 사용자에게 전달해 주는 가치가 기존에 경험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우수할 때 유용성을 크게 인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들이 인공지능 기반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인지된 유용성이 수용의도를 견인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행변수라는 점을 제시했다. 보험회사에서 고객 응대를 위해 24시간 질의응답을 할 수 있도록 챗봇 도우미를 도입했을 때, 이 챗봇을 통해 고객이 궁금한 사항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을 때 기대하던 목적을 이루어 유용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클수록 챗봇 도우미를 사용하려는 의도가 커진다.

인지된 용이성(Perceived ease of use)

인지된 용이성은 새로운 혁신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쉽다고 믿는 정도를 의미한다. 혁신제품을 이용할 때 무리한 정신적, 신체적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관적인 믿음이 있을 때 사용해볼만 하다고 느낀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많은 혁신제품들이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제품이지만 정작 사용하는 데 복잡하고 어렵다면 사람들은 이런 제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새로운 혁신 제품의 사용법을 무리 없이 습득할 수 있으며, 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때 이를 수용한다. 가상비서를 통해 물건 구매를 하는 음성쇼핑(Voice shopping)의 경우도 쇼핑을 하는 행위가 가상비서와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게 쉽게 느껴져야 이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사용이 쉬울수록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인지된 유희성(Perceived playfulness)

마지막 요인은 인지된 유희성이다. 유희(遊戱)는 사전적 의미로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도 그것 자체로서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지된 유희성은 새로운 혁신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 몰입의 경험 정도를 의미한다. 인간은 유희적 존재이기 때문에 AI를 통해 새로운 제품이 소개될 때 이로부터 얻어지는 즐거움 또는 쾌감이 있어야 이를 수용하는 동기는 더욱 커진다. 많은 연구들이 유희성이 클 때 신기술 수용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의 동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다. 내재적 동기는 뭔가를 이용하는 그 자체가 목표인 경우다. 이용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종류다. 게임은 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외재적 동기는 이용 목표가 이용하는 대상 바깥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정 성과를 이뤄내거나 어떠한 유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게 되는 종류다. 인지된 유용성이나 인지된 용이성은 AI 혁신제품을 통해 원하는 바를 월등히 해결하고,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외재적 동기에 해당된다. 반면 인지된 유희성은 그 자체로 만족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가상비서를 이용한 음성쇼핑의 경우를 보면, 사려고 하는 물건을 음성쇼핑을 통해 좀 더 빠르고 간편하게 구매하려는 목적일 경우라면 외재적 동기다. 반면 가상비서로부터 추천을 받고 대화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서 음성쇼핑을 이용한다면 내재적 동기다.

누미의 경우 어떤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바쁜 아침시간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세면을 하는 동안 누미를 통해 기분좋은 음악을 틀 수도 있고,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를 즉석으로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화장실 환경이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의미있는 아침시간을 보내면서 유용성을 인지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누미는 양치질을 하면서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음악이 나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용이 쉽다. 게다가 이 기기는 개인화되는 인공지능 기기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생활패턴에 최적화되기 때문에 사용이 점점 더 편리해진다. 이런 점은 용이성을 높여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음성비서와의 대화를 통해서 주변 환경을 제어하고 말을 한 대로 작동이 되도록 하는 방식은 기존의 딱딱한 변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유희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유용성과 용이성, 그리고 유희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인지를 하게 되면 혁신제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말은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화장실에서의 행위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가격이나 디자인 등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용자 경험 속에서 발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에 혁신을 가져다 줘야 한다.

혁신적인 기술은 사람들의 습관마저 바꾼다. 과거에 사람들은 통화 용도로만 휴대폰을 사용했지만,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손에 든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지하철에서는 책이나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보게 되었다. 음악은 집에서 다운로드를 받지 않고 이동중에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방식으로 생활양식을 바꾸었다. 다시한번 강조를 하지만 AI 혁신은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술을 통해 독특하고 뛰어난 기능을 만들어야 하며, 더 나아가 사용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가치가 뚜렷하다면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습관까지 바꿀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라 일컬을 수 있다.

※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이며, 한동대학교 AI Convergence & Entrepreneurship 전공 교수다. LG그룹 AI 자문교수와 교육부 AI 인력양성 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국내 기업들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돕고 있다. <한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지능>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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