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ook an international trip with my frozen eggs to learn about the fertility industry

냉동 난자와 함께 한 해외여행, 원정 난임 치료 현장에 가다

많은 사람이 규제나 높은 비용 때문에 본국에서 받을 수 없던 난임 치료를 받기 위해 생식세포 전문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나와 마찬가지로 내 난자들은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을 탔다. 나는 내 반려견 스튜이를 데리고 좌석에 앉았고, 내 동결 난자 12개는 3개씩 4개의 세포동결용 스트로(straw)에 나누어 담긴 채 훨씬 뒤쪽에 있는 창가석에 있었다. 난자는 ‘듀어 플라스크’라고 부르는 극저온 보관 용기에 안전히 담겨 있었는데, 이는 다시 소형 기내수하물 크기의 바퀴 달린 금속 캐리어에 실렸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난임 클리닉에서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클리닉으로 난자를 운송하는 일을 담당한 운반원 파올로의 옆 좌석 바닥에 가방이 똑바로 세워져 놓였다. 나는 몇 주 후 이곳 마드리드의 클리닉에서 체외수정(IVF) 시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날 아침 나는 볼로냐 클리닉의 임상 시술(embryologist)팀이 파올로와 여러 가지 서류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다. 파올로는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 난자에 엑스레이 촬영을 하지 않도록 이 서류들을 보여줬다. 듀어 플라스크 안에는 액체 질소를 머금었다가 서서히 방출하는 스펀지가 덧대어 있어, 일반적으로 일주일에서 10일까지(캐리어의 크기에 따라 다름) 내부 온도를 –196 ºC 이하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극저온학 및 냉동유통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진 생식세포 및 배아의 국제 배송은 전 세계적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난임 치료 분야의 일환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치료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난자, 정자, 배아를 국경을 넘어 운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규제나 값비싼 비용 때문에 자국에서 난임 치료를 받지 못하던 수만 명의 환자들이 시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예비 부모들은 택배를 이용해 자기 몸에서 채취한 것이든 기증자가 제공한 것이든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

예비 부모들은 택배를 이용해 아기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난자, 정자, 배아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배송하는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용, 국가 간 규제차익, 특정 기증자 생식세포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해외 이주와 같은 삶의 변화가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난자를 한 번 냉동할 때마다 미국에서는 1만~1만 5,000달러(약 1,300만 원~1,900만 원)가 드는 반면, 볼로냐나 마드리드에서는 그의 1/3에서 절반 정도의 비용이 드는 점을 생각해 보자. 비용을 지불한 고객, 즉 ‘출산을 의뢰한 부모(intended parents)’를 대신해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아기를 임신하는 상업적 임신 대리모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다른 주에서는 불법이다. 이마저도 미국에서는 10만~2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2억 6,000만 원)가 들지만, 최근까지 대리모 산업의 허브였던 우크라이나나 인근 국가인 조지아에서는 5만~6만 달러(약 6,500만 원~7,700만 원)가 든다. 생식세포 기증에 대한 보상이 허용되는 지역에서는 기증 난자가 풍부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부족한 것 또한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보조 생식술은 매년 약 250만 건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테네시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바이오 제약, 체외수정, 동물 보건기구들에 냉동유통 물류 시스템을 지원하는 크라이오포트 시스템즈(Cryoport Systems)의 마크 사위키(Mark Sawicki) CEO는 이 중 약 10만 건이 동결 생식 물질 운송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2016년 볼로냐에서 난자를 얼렸고 2년 후 마드리드에서 한 번 더 채취했다. 만약 뉴욕에서였다면 한 번 냉동할 자금을 모으는 데 몇 년이 더 걸렸을 것이다. 나는 각각 6년과 4년간의 보관 비용을 지불한 후 40세가 되어 임신을 시도할 준비를 마쳤다. 볼로냐에 보관했던 난자들을 운반하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는(put all my eggs in one basket) 일이었다.

특별 배송

옛날 옛적에 인간의 생식은 두 사람이 인접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기 위해서는 그 둘이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인간 정자 세포의 동결 보존에 성공하면서 사람들은 마침내 정자를 정자은행에 보관했다가 다른 장소로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저온 상태를 유지하며 물질을 운송하는 일은 ‘듀어 기술’(1892년 단열 기능이 뛰어난 이중벽 진공 플라스크 발명한 제임스 듀어(James Dewar)의 이름을 따서 명명)과 1950년대 극저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또 다른 중요한 혁신인 난자 동결 기술은 부분적으로는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의 규제 및 문화적 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가톨릭에서는 배아를 완전한 인격체로 보는데 이러한 관점이 이탈리아의 초기 체외수정 관련 법에 영향을 미쳤다. 수년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체외수정 시술 중에 생성하여 동결 보관할 수 있는 배아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독일에서는 이와 유사한 법이 남아 있어 체외수정 한 회차당 동결할 수 있는 배아를 3개로 제한하여, 독일의 많은 환자는 다른 지역에서 시술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직 수정되지 않은 난자는 이러한 제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전 세계 과학자들은 다른 이유로 난자를 동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환자가 항암을 시작하기 전에 생식능력을 보존하려는 목적 등이 이에 포함된다. 

아동 미술, 텍스트, 그림, 클립아트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NICK LITTLE

하지만 난자는 구조상 흠결 없이 얼렸다 녹이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커다란 단일 세포인 난자는 냉동 시 얼음 결정이 만들어져 손상되기 쉽다. 그러나 냉동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완만동결(slow freezing)이라는 방법이 개발되고, 그다음으로 얼음 결정이 형성되기 전에 난자를 급속히 냉각하는 유리화(vitrification) 기술이 나오면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정상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동결 난자를 이용한 체외수정 성공률은 시술한 병원이나 환자의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난임 클리닉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동결 난자를 사용한 체외수정 성공률이 신선 난자를 사용한 체외수정 성공률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생식세포 운송은 주로 체외수정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나 도시들을 오가는데, 일부 지역은 특정 치료법이나 필요한 구성 요소에 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증자 난자가 안정적이고 풍부하게 공급된다.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대리모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기증자 난자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 사람들이 자주 찾았다.

인류학자 아니카 쾨닉(Anika König)과 헤더 제이콥슨(Heather Jacobson)은 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생식 기술 산업의 운송 경로를 ‘리프로웹스(reprowebs)’라고 명명하면서, 이것이 규제와 코로나19와 같은 기타 변화에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생식 기술 산업의 이러한 탄력성은 마치 의류 브랜드가 기업에 유리한 노동 및 투자 여건을 찾는 동시에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가장 저렴한 원자재를 조달하며 세계 각지로 제조 공장을 옮기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 최대 정자은행인 크리오스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 정자와 난자를 배송한다.

생식세포 운송 사업이 번창하는 이유는 법적 문제나 규제차익 때문만은 아니다. 호주의 사회학자 캐서린 월드비(Catherine Waldby)가 지적하듯 이러한 서비스는 예비 부모가 원하는 신체적 또는 인종적 특성을 기증자 풀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월드비는 “사람들이 자기 가족이 가지길 바라는 유전적 특성을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백인 기증자 난자를 원하지만 1만~1만 5,000달러라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여성은 그 대신에 피부, 머리카락, 눈 색깔이 비슷한 남아프리카 출신의 유럽계 기증자를 약 2,700달러(약 350만 원)에 선택할 수 있다. 그녀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적으로 인종과 같은 특정 표현형을 찾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라고 말한다.

내가 2018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생식학 관련 주요 학회에서 헬레 세예르센 미르튜(Helle Sejersen Myrthue)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뿔이 달린 바이킹 모자를 쓰고 크리오스 인터내셔널(Cryos International)의 부스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정자은행인 크리오스는 덴마크 오르후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과 사이프러스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 정자와 난자를 배송하고 있다. 이들은 부스 방문객들에게 뿔을 쓰고 셀카를 찍어보라고 권유했고, 방문객들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바이킹 정자’를 제공한다는 회사의 명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크리오스의 CEO인 미르튜는 아시아와 남미 사회가 비혼모와 레즈비언 모성에 다소 관대해지면서 기증자 정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크리오스는 덴마크에서는 흔하지 않은 표현형(외모와 같은 관찰 가능한 특성)을 가진 기증자로부터 정자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녀는 “중국인은 일본인 기증자를 원하지 않고, 일본인은 필리핀인이나 한국인 기증자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미르튜는 고객들이 (국가별 규정에 따라) 원하는 지역에서 고를 수 있지만(예를 들어 몇몇 국가에서는 기증자 난자 수입을 허용하지 않거나 정자 기증자의 익명성에 대한 특정 요구 사항이 있음), 그래도 “꿈에 그리던 기증자를 찾을 수 없다면” 현실과 타협해야 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소중한 배송물

존 로웬(John Loewen)은 대학생 시절 캐나다에서 일본인 아내를 만나 함께 도쿄로 이주했다. 두 사람 모두 암 가족력이 있었기 때문에 로웬은 예방 차원에서 20대 초반에 도쿄 난임 클리닉에 정자를 얼려 놓았다. 그들이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을 무렵인 2009년 그의 아내는 암 진단을 받았다. 로웬 부부는 태국인 난자 기증자를 찾고, 태국에서 대리모를 구하기로 했다. 로웬은 냉동 정자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그러한 업체를 찾지 못하자 결국 그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동물 정자의 운송을 연구했고, 후지산 근처의 쥐 연구소에서 도쿄의 실험실로 쥐의 정자 시료를 옮기는 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 과제는 도쿄 난임 클리닉에서 방콕에 위치한 클리닉으로 자신의 냉동 정자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는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여러 종류의 듀어 용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용기에 액체 질소를 채워 원하는 온도에서 시료를 냉동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첫 번째 시도에 도쿄에서 태국으로의 운송에 성공해, 첫 아이에 이어 쌍둥이까지 모두 태국인 대리모의 도움을 받아 출산했다. 도쿄로 돌아온 그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몇몇 클리닉에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알렸다. 그는 “그렇게 시작됐다”라고 말한다.

서너 번째 이동에서 그는 액체 질소와 관련하여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비행기에 타려면 액체 질소를 스펀지에 담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결보존부터 최첨단 기술 제조,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냉각제인 액체 질소는 피부 접촉 시 화상을 입힐 수 있으며, 비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기압 변화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방콕행 야간 비행기가 이륙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쉭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리 사이 바닥에 똑바로 세워둔 듀어 용기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파올로는 필자의 난자 세포를 공항을 거쳐 비행기로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극저온 용기를 가방에 실었다. 사진 ANNA SUSSMAN 

다행히 주변 승객들이 모두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 압력을 약간 낮출 수 있었다. 시료는 살아남았지만, 로웬은 다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는 바람에 나머지 비행 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도쿄에 본사를 둔 그의 회사 크리오센드(CrySend Ltd)는 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몇 안 되는 회사로 대부분의 배송이 일본, 대만, 홍콩,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시작된다. 시료들은 보통 미국, 조지아, 러시아, 멕시코, 키르기스스탄, 캄보디아(그리고 2022년까지 우크라이나)로 보내지는데, 모두 대리모 산업이 발달하고 가격대가 다양한 곳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에는 전 세계 난임 클리닉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환자 수를 크게 줄이면서 사업이 위축되었다. 그러나 클리닉들이 다시 문을 연 후에도 국경은 계속해서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크리오센드와 같은 운송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로웬은 새로운 물류 현실에 맞게 운영 방식을 바꾸었다. 그는 단일 운반원에게 위탁해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배송물을 직접 운반하게 하는 대신, 전 세계 도시에 있는 신뢰할 만한 현지 배송업체 네트워크와 항공사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항공사 서비스를 활용했다. 보통은 생체 물질을 의료용 화물로 예약해 직항편을 태우는 방식이었다.

당시 나의 난자 운송 비용은 1,300유로였다.

배송업체들은 생체 물질을 운송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난자, 정자, 배아를 직접 운송하는 플라이벳 유로파(FlyVet Europa)의 스테파노 모나코(Stefano Monaco)는 운반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운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모나코는 “이것은 단순 산업이 아닌 장인 정신이 깃든 사업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밀라노에서 난임 클리닉을 운영하는 부인과 전문의인 그의 형제로부터 생체 물질들이 운반 중 손상되어 최적의 상태가 아닌 채로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듣고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무엇을 운반하고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환자나 관련자들은 운반원 휴대(핸드캐리) 서비스, 혹은 DHL이나 페덱스와 같은 상업 운송업체, 아니면 팬데믹 기간 로웬이 이용했던 상업용 항공편과 현지 택배의 조합과 같은 혼합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플라이벳 유로파를 통해 난자를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300유로(약 180만 원)로, 당시로서 1,400달러 정도였다. 여기에는 파올로와 난자 보관 가방을 위한 두 장의 편도 티켓과 기타 부대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모나코에게 이번에 몇 개의 난자가 운반되는지 물었을 때, 그는 “축구팀(Uno squadro di calcio)!”이라고 답했다.)

크라이오포트의 난임 전담 부서인 크라이오스토크(CryoStork)는 세 가지 종류의 운송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먼저 정자처럼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어 부담이 적은 물질을 위한 상업 운송업체를 이용하는 방법, 두 번째로 현지 택배와 항공 화물을 이용하는 중간급 서비스, 마지막으로는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손수 배달하는 서비스가 있다. 가격은 수백 달러(수십만 원)에서 국제 직접 운송의 경우 7,000~8,000달러(약 890만 원~1,000만 원)까지 다양하다

결국 로웬의 사업은 팬데믹 덕분에 더욱 흥했다. 현재 로웬과 8명의 동료로 구성된 팀(절반은 직원이며, 나머지 절반은 배송 건별로 일함)은 매달 약 30~40건의 체외수정 관련 운송을 처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당시 대부분의 체외수정 클리닉과 대리모 회사가 수도 키이우에 있었기 때문에, 로웬과 동료들은 생체 물질들을 키이우 밖으로 옮기고 싶다는 고객들의 절박한 요청을 받고 일을 인근 국가인 조지아로 옮겼다. 하지만 로웬은 최근까지도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에 생체 물질을 운송할 계획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은 전쟁이 나든 안 나든 아기를 갖고 싶어 한다”라고 말한다.

필요한 자질

생체 조직 운반원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며, 이 직업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까? 내가 이야기를 나눈 모든 이들은 이 일에 성공하려면 여행을 좋아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야 하며 문제 해결에 능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웬이 겪었던 것처럼 행여 공항에서 무장한 벨라루스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장기 밀매 혐의로 기소될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다.

로웬은 새로운 도시에서도 잘 다니고 항공편 결항이나 심술궂은 세관 직원에게 동요하지 않을 여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찾는다. 현재 크라이오포트의 마크 사위키는 전직 조종사 몇 명을 운반원으로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안 허가를 받은 덕분에 민간인보다 더 쉽게 공항을 통과할 수 있다.

43세의 니콜 도먼(Nichole Dorman)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현재 택배원으로서의 직업이 일종의 ‘보모’라고 농담한다. 그녀는 14세에 22세 사이의 세 자녀를 두고 있고, 미 육군에서 4년 동안 복무한 후 보조 교사와 학교 건널목 경비원으로 일했다. 그녀는 출장과 출장 사이 한 번에 1~2주 정도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을 때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있는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에서 배달 일을 하기도 한다.

courier on a sperm shaped bicycle speeding down the road
유럽정자은행(Nordisk Cryobank)은 난임 클리닉으로 시료를 운반하기 위해 ‘정자 블리트(Sperm Bullitt)’라는 것을 고안했다.
이 자전거에는 기증 정자 시료가 담긴 금속 용기를 차갑게 보관할 수 있도록 냉각실이 있는 거대한 정자 세포 모양의 구조물이 장착되어 있다.

도먼은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배송업체에서 줄기세포를 운송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2020년 11월 일자리를 찾던 그녀는 6곳의 체외수정 배송업체에 이메일을 보냈고 15분 만에 로웬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그녀는 그 후로 로웬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회사 ARK 크리오(ARK Cryo)와 영국에 본사를 둔 엠브리오포트(EmbryoPort)의 미국 배송도 담당하고 있다.

도먼은 한 달 중 70%의 시간을 이동하면서 보낸다. 지난 5월 중순에 대화를 나누었을 때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물건을 수거한 다음 브라티슬라바에 배송, 다시 기차를 타고 프라하로 이동하여 다음 배송물을 수거한 뒤 그리스행 비행기를 타는 일주일간의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일해 온 모든 운반원이 그렇듯 그녀는 항공사 상용 고객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그녀는 90개 이상의 배송물을 운반했다. 그녀는 “이제는 거의 자면서도 배송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까지 파올로는 밀라노 외곽의 소도시 바레세에서 사는 보험 영업사원이었다. 사업이 둔화하였을 때 그는 사촌 마르코의 제안을 받아들여 플라이벳 유로파에 합류했고, 그렇게 해서 나의 난자 배송을 맡게 되었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후 파올로는 –196~–200 ºC 사이를 오가는 듀어 용기의 내부 온도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자에 운송의 여파가 미쳤을지 궁금하다. 얼어 있던 난자를 해동해 보니 내가 더 젊고 건강했던 34살에 볼로냐에서 채취한 난자는 12개 중 7개가 살아남았지만, 36살에 마드리드에서 채취한 난자는 7개 가운데 7개 모두가 살아남았다.

키이우에 본사를 둔 배송업체 ARK 크리오의 설립자 피터 후라(Peter Hura)는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종종 배송업체가 비난받곤 하지만, 알고 보면 배송을 준비한 임상 시술자가 잘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내 경우에는 볼로냐에서 채취한 난자의 생존율이 평균 수치인 80~90%에 비해 58%로 너무 낮았기 때문에, 마드리드에서 이 난자들을 해동한 스페인 임상 시술자는 볼로냐 클리닉이 구식 유리화 프로토콜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짐작했다.

내가 볼로냐 클리닉에 문의했을 때 배아 연구실 측에서는 스페인에서 사용한 프로토콜과 동일한 프로토콜을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낮은 생존율은 생물학적 오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아 연구실에서는 “동결 보존 기술은 표준화되어 있지만 난자 세포의 생물학적 상태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동결 보존된 물질의 운송으로 인한 영향은 입증된 것이 없으며, 온도가 앞서 기록된 대로라면 이 건에 대해 더는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후라, 모나코, 로웬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 산업과 관련한 보험은 일반적으로 체외수정 서비스 청구서에 근거해 배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전적 손해만을 배상하기 때문에, 배아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배상금은 자기 생식세포나 배아가 손상되거나 파괴된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글로벌 대기업인 크라이오포트는 운송 비용에 더해 손실된 생체 물질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체외수정 회차를 위해 4만 달러(약 5,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정책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손실률 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몬트리올 공항 활주로에 놓여있던 용기를 지게차가 실수로 들이받는 등 배송업체가 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그래도 해동 과정에서 살아남은 난자 14개 중 13개가 수정에 성공했고, 배아 7개가 5일 배양 배반포가 되었다. 이 가운데 하나를 내 자궁에 이식했으며, 나머지는 유리화해 다시 듀어 용기에 보관했다. 이제 난자가 ‘축구팀’만큼 많지는 않지만, 스페인에서 6번의 임신 기회가 남아 있으며, 필요한 경우 배송업체의 보호 아래 비행기를 태워 뉴욕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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