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bate over whether aging is a disease rages on

‘노화’는 그 자체로 질병인가?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장수 연구에 대한 추가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단지 의미론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이 끼어 있는 주말에 키란 라베루(Kiran Rabheru)는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과의 통화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전 세계 질병 진단에 표준으로 사용되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 개정판에 관한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2022년부터 시행되는 개정판에서 변경될 내용 중에는 구식으로 여겨지는 용어인 ‘노쇠(senility)’라는 진단을 조금 더 광범위한 표현인 ‘노화(old age)’로 대체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화’는 ‘증상, 징후 또는 임상 소견’을 포함하는 진단 분류에 속할 예정이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부분은 신약과 치료법을 등록하는 데 필요한 ‘노화’ 진단과 관련된 질병코드에 ‘병리적(pathological)’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노화가 그 자체로 질병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국제질병분류 개정판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 개정이 노화 방지 치료법을 만들고 유통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나다 오타와대학 병원의 노인정신의학과 전문의 레베루는 국제질병분류의 변경이 오히려 노인 차별(ageism)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노화 자체가 질병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면 의사들의 치료가 부적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의사들이 환자를 괴롭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내지 않고  그것을 단지 노화의 결과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베루는 “문제의 핵심은 노화를 하나의 진단으로 정당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많은 전문가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이것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려는 거대한 세력이 형성되었다”고 덧붙였다.

레베루를 비롯해 ‘노화’의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제질병분류팀과 통화할 기회를 얻었다. 레베루는 통화에서 사람들이 노화를 진단으로 포함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에 대한 국제질병분류팀의 대응에 “매우 놀라워하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국제질병분류팀은 공식적 검토 이후 해당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2022년 1월 1일 국제질병분류 11번째 개정판(ICD-11)의 내용에는 ‘노화’라는 단어 또는 노화가 질병임을 암시하는 어떤 표현도 실리지 않은 채 공개됐다.

이러한 결정을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상태(medical condition)’로 정의하려는 트윗 계정 @WHO의 흥미로운 움직임은 안타깝게도 철회되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는 대담한 주장을 자주 펼치면서 노화 연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뒤이어 “노화를 질병 분류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는 과학자들과 의사들에게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체 뭐가 그렇게 위협적이라는 건가?라면서 “그냥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항의한 동기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는 트윗을 올렸다.

싱클레어도 노인차별 문제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그는 노인 차별에 맞설 가장 좋은 방법이 ‘노화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노화 과정을 늦추는 치료법을 찾아내서 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재의 관점 자체가 바로 노인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국제질병분류(ICD-11)가 발표되기까지 전 몇 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노화를 더 직접적으로 질병과 연결하면 장수 연구(longevity research) 분야의 규제 장벽을 극복하고 노화 치료용 약물을 개발하는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노화 방지 연구가 점차 주류화 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미 식품의약국(FDA)은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2015년에는 ‘메트포르민 노화 표적화(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TAME) 연구’를 승인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TAME 연구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이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의 발병이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 시험하면서 노화 자체가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싱클레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일시적인 후퇴로 여긴다. 그는 “다행히도 과학자들과 대중, 투자자들 사이에서 노화를 질병으로 보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변화는 찾아올 것이고 질병 분류 같은 문서에 포함되는 언어도 계속해서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노화를 질병으로 다루려는 발상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지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는 사회가 어떤 문제와 문제의 잠재적인 해결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것은 의미론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질병분류(ICD)의 언어를 둘러싼 논쟁은 노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수많은 질병 발병 위험에 기여하는 생물학적인 과정이 그 자체로 질병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핵심에 놓여있다.

버크노화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사이먼 멜로프(Simon Melov) 교수는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온 연구자들조차도 노화의 개념 정의와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실에서는 노화를 촉진하는 핵심적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그는 노화를 ‘시간에 따른 기능 저하’로 간주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노화는 결국 신체의 온전함과 회복력을 약화하는 분자 변화(molecular change)가 축적된 결과이다. 컬럼비아대 공중보건대학원의 대니얼 벨스키(Daniel Belsky) 조교수는 이러한 관점으로 노화를 바라본다. 그는 “노화는 질병의 원인일 뿐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를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발상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벨스키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 노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가 같은 사람이어도 세포 퇴화와 같은 변화에 따라 관찰한 생물학적 나이는 현저히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만약 어떤 상태가 치료 가능하다면 그것을 질병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질병들 가운데는 치료가 불가능한 것도 있고 우리가 꼭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치료법’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노화에 대한 치료법이 없지만 미래에는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질병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 노화라는 용어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화와 관련된(aging-related)’ 질병에 대한 확장 코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노화 관련 질병이 ‘병리학적 과정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정의되는 대신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한편 국제질병분류(ICD-11)에는 ‘노화’ 대신에 ‘노화와 관련된 내재 역량의 저하’라는 표현을 진단 설명으로 사용한다.

“모든 가능성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밍궈(Ming Guo, 우측)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초파리 세포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대부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MARC ROSEBORO/CNSI)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노화센터(Aging Center)의 밍궈 소장은 정확성과 잠재력을 이유로 변경된 ICD-11의 표현을 선호한다. 노화 방지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궈는 “ICD-11의 표현은 노화를 인정하며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또한 우리가 특정 수준까지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이나 주장과 상관없이 노화에 관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노화 방지 연구에 대한 투자를 오랜 동안 이어온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턴바이오테크놀로지스(Turn Biotechnologies)나 알토스랩스(Altos Labs) 같은 새로운 장수 관련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health span)’ 연장 연구에 매년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과학자들에게 노화 관련 연구지원금을 신청하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ICD의 변화에 관해 묻자 국립보건원의 과학 책임자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는 “이번 개정판은 노화가 ‘기능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것이므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멜로프는 “예산과 더불어 연구도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이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연구비 부족도 노화를 질병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등의 의미론적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멜로프는 노화 연구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날카롭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기술이 여전히 개발 중인 상황에서도 이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멜로프는 과학자들이 세포 수준에서 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는 현미경 관찰법과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single cell sequencing) 같은 기술의 빠른 발전에 흥분하고 있다. 그는 향후 2~5년 이내에 동물 모델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식단과 운동만큼 효과적인 노화 방지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가 좋은 식단과 운동과 비교했을 때 50% 정도의 효과를 내는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건 매우 성공적인 약이겠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그냥 매주 3번씩 운동하고 잘 먹는 것과 그 약을 복용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벨스키는 더 실현 가능한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우리 모두 깨끗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공기에서 호흡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실제로 엄청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은 여전히 실험실 연구에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궈는 노화 과정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사실 그녀의 주요 연구 초점은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화 관련 질병을 막는 것에 있다. 그녀가 5년 전 자신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처음 설명할 무렵에는 노화의 영향을  되돌리기는 커녕 그 과정을 멈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95%를 제거하는 작업에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미토콘드리아가 노화하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개인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궈는 “이건 공상과학 소설 이야기가 아니”라며 “모든 가능성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고 강조했다.

  • 이 글을 쓴 Sarah Sloat은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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