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faux organs could crack the mystery of menstruation

장기유사체로 월경의 신비를 밝히다

연구자들이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인체의 가장 신비롭고 기적적인 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한 실험용 접시 가운데 빛을 비춰야 그나마 보이는 흰색 필름이 놓여 있다. 생식생물학자 아이세 니한 킬린크(Ayse Nihan Kilinc)가 이 접시를 현미경 아래에 놓자 연결된 화면에 이미지가 나타났다. 그가 현미경의 초점을 맞추자 검은색 경계선에 내부가 반투명한 물방울 모양의 구체들이 군집을 이룬 모습이 보인다. 현미경의 확대 시야에서 이 구체들의 크기는 25센트 동전부터 골프공까지 다양했다. 물론 실제 크기는 모래알 정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킬린크는 “통통한 구체의 모양이 좋은 징조”라며 “이들은 오가노이드(organoid, 장기유사체)로 현재 매우 좋은 상태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킬린크는 MIT의 생물공학자 린다 그리피스(Linda Griffith)의 실험실에서 일한다. 그녀는 인간의 생리 현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고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월경(생리)을 연구하기 위해 장기유사체 등 새로운 수단을 사용하는 몇 안 되는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월경을 하는 사람 중 최소 3분의 1은 월경혈이 지나치게 많거나 몸이 약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로 인해 매년 몇 주는 직장이나 학교를 빠지게 되면서 사회적 지위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월경혈이 과다한 사람들 중 약 3분의 2는 빈혈 증상이 있다. 그리고 월경혈이 나팔관을 통해 체강으로 흐를 때 때때로 고통스러운 병변을 형성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이라는 질병의 특성으로 치료를 위해 여러 차례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누구도 인간의 몸이 매달 세포의 탄생, 성숙,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왜 조정하는지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이 월경을 다룰 수 있는 치료법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약물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자궁내막 오가노이드 덕분에 과학자들이 월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자궁의 내측 점막인 자궁내막의 조직으로 만든 생체의학 도구다.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원자로부터 세포를 채취해 실험용 접시에 놓고 스스로 조직화되도록 둔다.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오가노이드는 이미 자궁내막의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지, 그리고 왜 월경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에 불과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초기 결과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터프츠 대학교의 생식공학자 후안 그네코(Juan Gnecco)는 “오가노이드가 생식 건강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흔하지 않은 현상

동물의 세계에서 월경은 흔치 않은 현상이다. 인간의 몸은 태아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자궁을 준비 상태로 만들기 위해 월경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은 태아가 존재할 때만 자궁을 준비 상태로 만든다. 

월경은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인다.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질 때 월경이 시작되는데 이는 그달에 자궁에서 아기가 자라지 않음을 뜻한다. 프로게스테론의 감소는 인체가 감염에 맞설 때와 비슷한 반응을 유발한다. 염증으로 자궁내막이 손상되고 이후 5일 정도에 걸쳐 손상된 조직이 벗겨지면서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자궁내막은 월경이 시작되자마자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약 10일 동안 이 조직의 두께는 4배로 증가한다. 어떤 인체 조직도 이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성장하지 않는다. 영국의 워릭 대학교의 산부인과 전문의 얀 브로센스(Jan Brosens)는 “심지어 공격적인 암세포조차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궁내막은 흉터 하나 없이 회복되면서(인체 조직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원래는 외부물질을 거부하도록 훈련된 면역체계로부터 일종의 이물질인 배아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월경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수많은 세부적인 부분들이 여전히 의문에 싸여 있다. 자궁내막이 어떻게 이처럼 광범위하게 스스로 회복하는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경혈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왜 인간이 다른 포유류처럼 사용하지 않은 자궁내막 조직을 다시 흡수하지 않고 월경을 통해 배출하는지도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진통제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통증이 심하거나, 생리대나 탐폰으로 부족할 정도로 월경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월경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장애물로 작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복통 등 월경과 관련된 증상 때문에 연 평균 1주일 동안 생산성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든버러 대학교의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생식생물학자인 힐러리 크리츨리(Hilary Critchley)는 “클리닉에 방문하는 환자 중 많은 수가 매달 2~3일 정도 일을 쉬어야 한다고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월경혈이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의자에서 일어날 때조차 자국이 남을까 걱정해야 한다. 철분 수치가 낮은 산모는 저체중이나 다른 건강상 문제를 가진 아기를 출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월경과다는 세대를 거쳐 문제가 될 수 있다. 브로센스는 “장기 연구처럼 조직의 재생을 탐구하는 이들조차 자궁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어째서 월경은 이렇게 불가사의한 주제로 남아있을까? 이 질문을 연구자들에게 던지면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은 이 분야에 필요한 연구자들을 확보할 충분한 자금이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여성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치는 건강 문제를 연구할 때 흔히 있는 일이다. 월경을 일종의 금기로 간주하는 현실도 장애물 중 하나다. 그러나 몇몇 연구자들은 월경을 연구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보통 쥐, 초파리, 효모와 같은 다른 생물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다음 여기에서 얻은 지식을 인간에게 적용한다. 소위 ‘모델 체계(model systems)’라고 부르는 이 생물체들은 번식 속도가 빠르고, 유전적으로 변형이 가능하며,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하는 것과 달리 윤리적 또는 조달상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에서 월경이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인간을 제외한 연구 대상을 찾는데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생식생물학자인 줄리 김(Julie Kim)은 “솔직히 월경 연구의 한계는 적합한 모델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초창기의 연구

1940년대, 네덜란드의 동물학자인 코넬리우스 얀 반 데르 호스트(Cornelius Jan van der Horst)는 월경을 연구하기 위해 동물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반 데르 호스트는 특이하고 연구되지 않은 동물들에 매료되어 남아프리카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코끼리땃쥐를 포획해 연구를 시작했다. 코끼리의 코를 연상시키는 긴 주둥이와 주머니쥐와 비슷한 몸을 가진 코끼리땃쥐는 반 데르 호스트가 그들이 월경을 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특이한 동물이었다. 반 데르 호스트의 연구를 검토한 남덴마크 대학교의 발달 생물학자 앤서니 카터(Anthony Carter)는 “이들이 월경을 한다는 사실도 아마 우연히 발견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코끼리땃쥐는 협조적인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월경을 하고 갇혀 있는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포획도 쉽지 않았는데, 반 데르 호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손 그물망을 사용해 포획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나 코끼리땃쥐가 워낙 민첩했기 때문에 그는 “이 스포츠는 때로는 흥미롭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조지 W.D. 햄릿(George W.D. Hamlett)은 코끼리땃쥐의 대안을 발견했다. 그는 과즙을 주로 먹는 긴혀박쥐의 보존된 샘플을 검사하던 중 그들이 월경을 한다는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긴혀박쥐는 중미 및 남미에 주로 서식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그의 발견은 과학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 정도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1960년대, 열정적인 대학원생인 존 J. 라스웨일러 4세(John J. Rasweiler IV)가 코넬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인간과 비슷한 생식 체계를 가진 동물을 연구하고 싶어했고, 그의 지도교수는 햄릿의 발견을 알려주었다. 라스웨일러는 긴혀박쥐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코끼리의 코를 연상시키는 긴 주둥이와 주머니쥐와 비슷한 몸을 가진 코끼리땃쥐는 반 데르 호스트가 그들이 월경을 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특이한 동물이었다.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설계해야 했다.” 라스웨일러는 회상했다. 먼저 그는 박쥐를 포획하기 위해 트리니다드와 콜롬비아로 떠났다. 다음 문제는 박쥐들이 짓눌리거나 뜨거운 열기에 과열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으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박쥐들을 음식 포장 용기에 넣고 이 용기들을 서로 묶은 다음 큰 상자에 넣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박쥐들을 실험실로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박쥐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심 끝에 그는 바퀴가 설치된 특별한 우리를 제작해 바퀴를 굴리면서 박쥐들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뉴욕 주립대병원에서 생식생리학자로 일했고 현재 은퇴한 라스웨일러는 “긴혀박쥐는 정말 멋진 동물이다. 연구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날아다니는 동물을 연구하는 것을 라스웨일러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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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오가노이드가 다양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위 사진은 합성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에 노출된 자궁내막 조직이 두꺼워지면서 월경에 이르는 과정을 재현한 것이다.
사진 출처: ‘완전한 합성 2 세포외 기질에서의 자궁내막의 순환을 재현한 오가노이드 공동 배양 모델. 자궁내막의 상피 세포와 기질 세포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 후안 S. 그네코 외

2016년 월경을 하는 동물들의 대열에 가시쥐가 새롭게 합류했다. 가시쥐는 중동과 남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건조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설치류의 일종이다. 가시쥐는 실험실에서 사육할 수 있기 때문에 월경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로센스는 인간과 쥐가 수백만 년에 걸쳐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자궁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경에 대한 대부분의 기초적인 연구는 짧은꼬리 원숭이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그러나 영장류는 사육에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일반적인 실험용 동물과는 달리 동물복지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약간의 조작을 통해 실험용 쥐가 월경과 비슷한 현상을 하도록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모델은 유용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월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것에 불과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월경 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명백한 윤리적 문제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연구 수행도 쉽지 않다. 캘거리 대학교의 세포생물학자 알렉산드라 촐로바(Aleksandra Tsolova)는 “자궁내막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매시간 다른 세포 반응과 기능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역동적인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인체 내부에 있는 자궁내막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침습적 검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심지어 그렇게 한다고 해도 자궁내막을 유전적으로 변형하거나 화학적 치료로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1900년대 초 이미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구의 기초를 닦은 것은 정글이나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이 아닌 해저 밑바닥에서 온 어떤 유기체였다. 

오가노이드의 등장

오늘날 오가노이드의 기본 토대는 1910년대에 마련됐다. 당대의 동물학자인 헨리 반 피터스 윌슨(Henry Van Peters Wilson)은 해면스펀지의 세포가 분리된 후에도 이전의 배열 상태에 대한 일종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해면스펀지를 그물망으로 짜서 분리한 다음 그 세포들을 다시 혼합하자 기존의 모양이 다시 형성되었다. 20세기 중반의 연구에서도 병아리 배아의 특정 세포들이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2009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러한 기능을 인간의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연구가 게재됐다. 이 연구팀은 쥐의 장에서 장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를 채취해 젤 상태의 물질에 넣었다. 그러자 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하면서 쥐의 장 내부 점막을 단순화한 축소판이 만들어졌다. 이는 인체 조직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로서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시도할 수 있고 다른 장기에도 적용이 가능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러한 접근법을 확장해 장, 신장, 뇌 등 수십 가지의 인체 조직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냈고, 2010년 말에는 자궁의 오가노이드 제작도 이루어졌다.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우연한 행운을 통해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자궁내막 세포들을 실험용 접시에 배양하는 방식으로 수년 간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궁내막 조직을 구조적으로 지지하고 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질 세포는 이 방식이 유효했다. 기질 세포들은 서로 달라붙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실험용 접시에도 마찬가지로 잘 달라붙었다. 그러나 자궁내막의 또 다른 주요 구성 요소인 상피 세포는 달랐다. 실험용 접시의 상피 세포는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았고 그 형태도 인체에 있는 것과는 달랐다. 

이후 생식 생물학자인 마르게리타 투르코(Margherita Turco)가 태반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태반과 자궁내막 조직을 혼합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인체에서 유래한 분자들을 적합한 양으로 혼합하고 액체가 아닌 젤 상태에서 자라게 하자 자궁내막 상피 세포가 자궁내막의 3차원 축소판처럼 만들어졌다. 투르코는 “자궁내막 오가노이드가 잘 성장했고 그 양도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시기에 또 다른 연구팀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늘날 스위스 바젤에 있는 프리드리히 미셰르 생물의학 연구소(Friedrich Miescher Institute for Biomedical Research)의 투르코의 실험실에서 태반 및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귀중한 연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투르코는 2017년 발표한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가 아닌 생체검사에서 채취한 조직으로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일부 실험실은 자궁 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조직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투르코의 연구팀은 월경혈에서 발견되는 자궁내막 조각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즉, 이제 생체검사나 수술 없이도 새로운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을 기반으로 연구자들은 인간 자궁의 축소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촐로바는 각각의 오가노이드가 젤리 디저트 안의 아주 작은 거품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그동안 과학계에서 등한시되어 온 월경을 이해할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실험실에서 재현한 월경

자궁을 연구하는 소수의 연구자들에게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2017년 이후 많은 실험실에서 이 새로운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줄리 김의 실험실에서는 일반적인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구성하는 상피 세포에 기질 세포를 추가했다. 그들은 두 종류의 세포를 혼합해 어떤 작용이 ‘스스로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내부에는 기질 세포가 있고 외부에는 상피 세포가 있는 초콜릿 코팅 과자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2021년 브로센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두 종류의 세포를 혼합하는 대신 상피 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든 후 그 위에 기질 세포층을 추가했다. 어셈블로이드를 통해 그들은 붕괴되는 세포가 배아의 자궁 착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궁내막 세포는 붕괴와 성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 조직이 매우 유연하고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브로센스는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은 임신에 도움을 준다. 브로센스는 “모체 세포가 배아를 붙잡아 자궁내막 조직 내부로 끌어당긴다”라고 덧붙였다. 

브로센스가 최근 공개한 영상은 수정 후 5일 된 배아 주변에서 어셈블로이드가 재구성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그의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식처럼 자궁내막이 배아의 침입을 받는 수동적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브로센스는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배아가 어떻게 착상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지금까지의 체외수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고, 왜 어떤 사람들은 쉽게 유산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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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리드리히 미셰르 생물의학 연구소의 마르게리타 투르코의 실험실은 자궁내막(왼쪽)과 동일한 사람의 월경혈로 만든 오가노이드(오른쪽)가 서로 같은 형태와 구조로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출처: ‘자궁내막 오가노이드의 비침습적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월경혈’, 테레사 신드로바-데이비스(Tereza Cindrova-Davies) 외,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크리츨리는 언젠가 과학자들이 사람들이 월경을 하는 시기를 선택하거나 월경을 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길 바란다. 호르몬을 이용하는 피임약은 일부에게는 유용하지만 예상치 못한 출혈을 유발해 월경을 조절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정상적인 월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험용 접시의 오가노이드에게 월경을 유발하는 연구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시도하고 있다. 

그네코의 연구팀은 오가노이드에 호르몬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자궁내막의 한 달간의 주기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주기가 진행됨에 따라 오가노이드 세포들이 인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조합을 조절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가노이드의 형태 또한 실제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점액과 기타 물질이 분비되는 세포의 접합부인 분비샘은 가상의 월경 주기가 진행되면서 매끄러운 관 형태에서 톱니 형태의 구조로 바뀌었다. 

“환자와 매우 가까운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지만 실제 환자의 몸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오가노이드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

캘거리 대학교 세포생물학자, 알렉산드라 촐로바

이제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음 단계는 자궁내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문제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네코는 “정말 기대된다”라며 흥분감을 내비쳤다. 그는 연구의 첫 단계로 자궁내막증의 특징적인 병변인 IL-1β라는 염증성 분자를 오가노이드에 적용했다. IL-1β는 오가노이드를 빠르게 성장시켰지만, 기질 세포를 상피 세포와 혼합한 경우에 한정됐다. 이 결과를 통해 그네코는 자궁내막증을 고통스러운 상태로 만드는 원인이 기질 세포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한편 킬린크는 일부 사람들이 월경혈이 지나치게 많은 이유를 알아내려 한다. 자궁 표면의 근육에 자궁내막 조직이 성장하면 병변을 유발하며 이것이 과다한 월경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병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내기 위해 킬린크는 자궁내막 오가노이드가 근육의 질감을 모방한 단단한 젤에 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부드러운 젤에서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매끄럽고 둥근 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단단한 젤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킬린크의 최근 실험을 담은 한 영상은 마치 물이 끓어 넘치는 냄비처럼 오가노이드가 박동하면서 꿈틀거리는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일부 세포들이 떨어져 나와 단단한 젤에 구멍을 뚫는 부속물 같은 구조를 형성했다. 이 실험을 통해 킬린크는 근육과의 접촉이 자궁내막 조직에 상처를 입히고 심한 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일 가능성을 고려하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확실한 사실은 아니고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의 급속한 발전

현재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모두 수행하진 못한다. 한 예로 월경의 주요 구성 요소인 혈관과 면역 세포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한 뇌처럼 멀리 떨어진 조직이 자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오가노이드는 인체 조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의 월경이라는 기묘하고 특별한 과정과 연관성이 높고 이 자체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 촐로바는 “환자와 매우 가까운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지만 실제 환자의 몸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오가노이드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 연구와 더불어 자궁내막을 모방한 ‘장기칩(organ on a chip)’을 개발하고 있다. 평평한 표면에 부착된 작은 튜브는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전달되는 혈액이나 호르몬의 흐름을 모방해 자궁내막 조직으로 운반한다. 향후 이상적인 실험 모델은 오가노이드와 같은 자연적인 배열의 자궁내막 세포와 장기칩과 같은 혈액 및 호르몬의 흐름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오래된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빈의 연구자들은 오가노이드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자궁내막 세포를 섬모로 성장시키는지 알아냈다. 이 섬모들은 자궁 내부의 액체, 점액, 배아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월경 주기 동안 자궁내막 세포가 어떻게 성숙하는지 알아낸 연구자들도 있다. 줄리 김의 연구팀도 자궁내막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비정상적인 호르몬 수치에 대해 자궁내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를 활용했다. 

월경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의 본격적인 연구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월경의 어려움은 종종 ‘여성의 문제’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촐로바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월경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그들의 재능을 사회에 온전히 기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촐로바는 “월경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에 가깝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을 쓴 사이마 시딕(Saima Sidik)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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