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otential of AI locked in the past paradigm

3차 산업혁명에 갇힌 AI

AI를 도입했으나 별다른 임팩트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문제가 뭘까? AI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인데 이들은 3차 산업혁명의 방법으로 이 기술을 다루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많은 AI 프로젝트들이 기업 내에서 추진되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전 세계 3,000여 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AI 전략을 보유한 기업은 59%였으며, AI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제품이나 서비스)을 출시한 기업은 57% 정도로 나타났다. 71%의 경영자는 ‘AI가 자신의 회사 가치 창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AI에 대한 큰 기대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AI 도입을 시도한 기업이 그동안 많아졌다.

하지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판에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 10곳 중 1곳만이 유의미한 재무성과(Significant financial benefit)를 내는 데 성공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혁신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작 가치창출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AI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인데 기업들은 3차 산업혁명의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일을 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할텐데, 많은 AI 도입 기업이 오랜 방식을 고수하며 신기술을 다루고 있다. 그 결과 AI가 지닌 잠재성이 10%도 발휘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과거 정보혁명기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일부 사무직 인력들은 상당 기간동안 수기로 문서작성을 고수했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처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는 게 우리 모두가 가진 습성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 기술에 최적화된 새로운 방법을 고찰한 후 일제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상당 부분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만 적용한다. 수기 문서작성을 고수한 사람들은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업을 전격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문서작성을 수기로 했고, 작업이 끝난 후에 제3자가 문서 저장을 위해 컴퓨터 타이핑을 대신해주는 등 지금으로선 비상식적인 관행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는 신기술이 가진 이점이 현실에서 발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낭비와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요즘 벌어지고 있다. AI를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오래된 방식을 이용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루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능이 추가되는 것일 뿐인데 특별히 이전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상황과 3차 산업혁명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AI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의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문제를 푸는 방법

우선, 문제를 푸는 방법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은 정답을 찾기 위한 방법을 인간이 직접 디자인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상황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시스템이 스스로 파악한다. 게다가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창조적인 해결 방법까지 제시한다. 공장 자동화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의 자동화는 인간이 설정해놓은 규칙 하에서 자동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다. 설비의 작동방식, 프로세스, 강도 등을 엔지니어가 설정해 놓으면 기계는 그대로 따른다. 이런 종류의 시스템은 환경이 바뀌어도 시스템은 설정된 규칙에 의해서만 고정적이다.

반면 인공지능 자동화는 자가 최적화(Self-Optimization) 개념이 적용된다. 사람이 모든 규칙을 다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상황파악에서부터 솔루션을 위한 디자인, 모니터링 등을 직접 한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터치 없이도 시스템이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간다. AI에 기반한 자동 최적화 절차를 간소화하여 보여준다.

<AI 기반의 최적화모델>

 I. 목적을 이해한다.

 II.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한다.

 III. 문제해결 위한 설계를 ‘스스로’ 한다.

 IV. 설계한 대로 실행한다.

 V, 실행 결과를 지속적 예측, 모니터링해 최적화 위한 재설계를 한다.

이러한 차이는 AI가 일반적인 컴퓨팅과 처리 방식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의해 컴퓨터가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고 지능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컴퓨팅 방식에서는 인간이 If, Than, Else 등을 이용해서 문제를 풀기 위한 함수를 설정하고, 컴퓨터는 이 함수에 따라 빠르게 연산을 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데이터에 기반해서 최적의 함수를 스스로 도출해낸다. 데이터를 주입하면 컴퓨터가 직접 데이터에 내재된 패턴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작업을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 방법을 통해 컴퓨터가 직접한다. 이러한 AI가 적용된 자동화에서는 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맞추어 AI 시스템도 스스로 변화하며 끊임없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구글의 데이터센터 전력 최적화 사례다. 과거 이세돌과 겨룬 알파고에 적용된 딥러닝 알고리즘은 구글의 데이터센터 전력을 절감하는 데 적용됐다. IT 회사는 전력 소모량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전력비용을 줄이는 것은 회사 전체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구글은 어떤 회사인가? 하버드대, MIT, 스탠퍼드대 등 유수 학교 출신의 천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들이 전력 최적화 설계를 이미 해 놓을 만큼 해놓지 않았을까? 구글은 여기에 딥러닝 기반의 최적화 모델을 적용을 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상당 수준의 비용 절감이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공장 전력에 영향을 주는 팬, 냉각 시스템, 창문 등 120개 변수 조정해 전력 최적화를 실시하여 전력소모 15%를 절감했고, 냉각비용도 40% 절감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솔루션을 이끌어내는 데 사람의 개입은 거의 없었다. AI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인간이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솔루션을 도출해냈다.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역량을 증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이러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가능성을 잘 이해해야 겠지만 인간이 지닌 한계를 직시하는 것도 빠뜨려선 안된다. 지금까지 문제해결의 설계는 사람이 주도해왔지만, 사람은 따지고 보면 매우 불합리한 존재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파악할 수도 없고, 시야에 들어오는 현상만 포착한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보고 받는 사안들만 파악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기사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는 이슈들은 언론사나 포털에서 선별적으로 배포한 기사들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는 기사만 읽기 때문에 사실상 사람들이 읽는 세상은 매우 좁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람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판단을 하는데, 똑같은 현상에 대해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어쩔 땐 해석을 잘못하기도 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파악해야 할 사안들은 늘어나지만, 인간의 제한된 인지능력으로는 이러한 복잡한 현상을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게 한계가 많은 인지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식이었다.

그동안 AI의 기술적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과거의 컴퓨팅이 하지 못했던 인식, 예측, 자연어 기반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AI가 할 수 있게 되었다. 비선형적 데이터에 대한 예측도 과거의 컴퓨팅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의 기술은 수월하게 처리해 나간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생각지도 못한 창조적인 인사이트를 AI 시스템이 도출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폭시키는 시기다. AI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이 잘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해야 하지 않을까?

복잡성에 대하는 자세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복잡성에 대한 관점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부카(VUCA) 세계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변화는 늘 있어왔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양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구조가 덜 복잡했으며, 새로운 기술 및 제품의 수명주기도 길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예측 가능한 일들은 지금과 비교하면 더 많았다. 이 상황에서 많은 분석기법들은 선형성을 전제한다. 시장의 다양한 현상 속에 내포되어 있는 선형적 속성을 파악해서 변화의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기법들은 복잡하고 비정형화된 현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해석해내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어 온 선형회귀분석(Linear regression)은 정규성(Normality), 즉 데이터의 분포가 특정 형태(Bell shape)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분석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가정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정형화되어 있지도 않고 팬데믹이나 경제적 이슈로 인해 새로운 패턴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정형화를 가정하는 모델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서는 오히려 비정형화된 현상의 분석에 특화된 방법을 채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딥러닝과 같은 AI 기반의 고도화된 분석모델은 과거의 기술로 해석하지 못한 비정형화된 현상을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

제품의 개발 방식

끝으로 제품 개발 및 생산의 방식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지금은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시대다. 과거에는 수만에서 수백 만명 고객들을 묶어서 동일한 시장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적인 시장이다. 과거에는 대량생산에 의한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개인 맞춤화를 겸비한 효율성을 지향한다. 특별히 AI 시대에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고도의 통찰력을 얻고 이를 시장성 높은 혁신제품 창출로 연결하는 시대다. 시장조사와 소비자 니즈 분석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SNS, 영상, 이미지 등 더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이용하고 실시간으로 개인의 생활패턴 및 취향을 분석하여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내가 듣고 있는 노래, 배달 앱으로 주문한 음식, 유튜브/넷플릭스로 보는 영상 등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니즈를 예측하고, 정확한 개인 맞춤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나도 모르는 내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제 신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는 인간 매니저의 기획 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하여 각 개인들의 선호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맞춤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급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기반해서 모델링을 하고 이를 통해 AI의 고도화된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이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혁신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읽고 세밀한 니즈의 변화를 읽어서 제품의 기능에 끊임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끊임없는 모델학습과 개선이 이뤄지고 업그레이드를 멈추지 않는 제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기존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감당할 수 있을까?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의 불일치

3차 산업혁명 시기의 상황과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기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많은 기업들은 AI 혁신을 위해 이전 패러다임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AI 혁신을 추진하는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갈등이 생기고 있다. 2020년에 실시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조사에 따르면 AI 도입 기업의 51%는 기존 프로세스와의 마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기존 프로세스의 일부 또는 전체를 대체하기도 하며, 일을 처리하는 속도에서도 또한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AI 기술은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지만 기존 프로세스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과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흐름 간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임직원의 혁신에 대한 수용도와 조직의 문화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도입해도 조직이 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나오는 제품은 어떤 종류가 될까?

소위 아무 맛 나지 않는 팔보채가 되는 것이다. AI가 적용되어 겉은 화려하지만 임팩트가 없는 맛없는 제품이 되는 것이다. 사실 요즘 출시된 AI 제품들을 보면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개되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기존의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불편함을 주는 제품들이 많다. 가령, 냉장고에 챗봇 기능이 있어서 대화가 가능하다고 소개되었지만 막상 대화를 시도하면 냉장고는 재차 동문서답을 한다. 냉장고를 이용하는 데 대화 기능이 굳이 필요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AI를 이용하기 위한 대화식 사용법이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편함을 준다. AI 기반의 맞춤화 서비스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내가 좋아할만한 아이템은 추천해주지 못한다. 수준 높은 AI 기능이 적용되었다 해도 소비자의 기호에 맞지 않으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뚜렷한 판매 실적을 거두거나, 수익성에 있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룬 기업은 아직 찾기 어렵다.

AI 기술의 잠재성이 아직 3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주를 해석할 잠재성을 지닌 기술을 구닥다리 틀 안에 가두어서는 안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 임팩트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 정두희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편집장이며, 한동대학교 ICT창업학부 교수다. AI 컨설팅 기업인 임팩티브AI의 대표 파트너를 맡아 국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돕고 있다. <한권으로 끝내는 AI 비즈니스 모델>, <3년후 AI 초격차 시대가 온다>, <TQ 기술지능>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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