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을 개발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은 과학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치료법과 관련해서는 아직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1년 반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법은 제한적이며, 질병의 경과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부유한 국가에서 예방접종률은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법을 빠르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바이러스는 백신 보급이 충분하지 못한 국가들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백신이 충분하게 보급된 국가에서조차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 어떠한 때보다도 질병의 모든 단계에 대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외면받는 질병을 위한 약제 개발 계획'(Drugs for Neglected Diseases Initiative, DNDi)의 북미 담당 이사(executive director)인 레이첼 코헨(Rachel Cohen)이 말한다. 이 단체는 예전부터 주요 제약사들에 의해 무시 받아온 질병들에 대한 치료 약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감염성 질환에 맞서 싸울 때 한가지 방식만으로 효과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코로나19 치료 약제들은 감염의 초기 단계에서 입원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병실이나 중환자실이 부족한 지역에서 약제의 필요성이 더욱더 높다고 코헨은 말한다. 또한 이 약제들은 입원한 환자들이 사망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약제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기존의 백신이 무력화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 20년 동안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세 번째 코로나바이러스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마이클 다이아몬드(Michael Diamond)가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약품 창고를 채우고 싶어 한다. 6월 중순, 미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및 미래의 대유행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3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속 작전 (Operation Warp Speed)에 사용된 1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액수이다.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몇몇 다른 계획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텅빈 무기고
현재로서는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다. 가장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덱사메타손이라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통제되지 않는 면역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사망률을 약 30%가량 감소시켰다.
다른 약제들은 바이러스 자체를 목표로 한다. 몇몇 회사들은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와 관련하여 긴급 승인을 받았다. 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항체들은 자연의 항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차단한다. 중증 감염과 입원의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 클론 항체, 혹은 이들 항체를 복합 투여하였을 경우, 입원이나 사망의 위험성을 약 70~87%까지 감소시킬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보통 이러한 약제들은 아직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도 치료받은 바 있는 리제네론(Regeneron)사의 항체 복합제제는 이미 입원하였지만 아직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6월 중순경 연구자들은 9,000명 이상이 참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항체 복합제제가 사망률을 20%가량 감소시켰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이미 항체가 생성된 환자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항체 치료는 제한점이 있다. 항체 치료제는 비쌀 뿐만 아니라 주사나 점적 치료를 통해 주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항체 치료제는 비용과 시설을 감당할 수 없는 저개발 국가나 개발 도상국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 또한, 항체 치료제는 이미 변이가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6월 25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현재 주로 퍼지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릴리(Lilly) 사의 항체 복합제제 사용을 중단했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와 관련해서는 더 제한된 선택권만이 존재한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승인된 유일한 약제이지만 그 이유는 이 약의 안전성이 이미 사람에게서 입증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약제는 다른 약제보다 승인 과정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의 효능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어떤 연구에서는 렘데시비르가 질병의 경과를 단축시켰지만 이와 같은 효과를 보이는 데 실패한 연구도 존재한다. WHO는 현재 렘데시비르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 않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다양한 이유로 지연되어 왔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 이전까지는 제약회사들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만한 재정적인 유인이 많지 않았다. 현존하는 항바이러스제가 목표로 하는 바이러스의 숫자는 10종에 불과하며, 항바이러스제 중 절반은 HIV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제이다. 만성 감염일수록 장기간의 치료를 해야 하며, 그로 인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만약 치료제를 위한 확실한 수요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들은 약제 개발에 예산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존 뱀포스 (John Bamforth)가 말한다. 그는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 설립된 민관 합동 조직인 ‘레디’ (READDI, Rapidly Emerging Antiviral Drug Development Initiative)의 임시 이사이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에는 몇 가지 난제들이 있다.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기 위해서는 약제가 바이러스의 단백질이나 효소에 결합하여 그들의 작용을 억제하면서도 숙주 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박테리아와 다르게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소기관들을 이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자기를 복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자체의 단백질 양이 굉장히 적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해내도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보통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레디 (READDI)에 소속된 과학자들을 포함한 일련의 연구자들은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숙주의 세포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를 개발 중이다. 대부분의 항바이러스제는 단일 바이러스에게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숙주의 세포 단백질을 목표로 함으로써, 특정 바이러스군을 대상으로 효과가 있는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내성의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새로운 약제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미 승인된 약제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기존의 약제들은 이미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끝났으며, 존재하는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승인받는 것은 규제로 인한 장애물이 적다. DNDi는 다양한 약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지 살펴보는 ANTI-COV라는 이름의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까지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항기생충제인 니타족사나이드(nitazoxanide)와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은 강한 항바이러스제 혹은 다양한 기전의 항바이러스제의 조합과 항염증제를 같이 써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코헨은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임상 시험 중인 19가지 종목의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검증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항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이외의 바이러스를 목표로 하는 신약 물질을 탐색하는 프로젝트에도 10억 달러 가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바이든 정부는 머크(Merck)사의 새로운 항바이러스 제제인 몰누피라비르 (molnupiravir) 170만 회 투여분을 12억 달러에 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약제는 아직 승인 과정도 완료되지 않았다. 처음에 이 약제는 독감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닥치자 연구자들은 임상 시험의 목표를 변경해야만 했다. 이 약제는 이미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 시험을 통과했다.
20개가 넘는 바이오테크 회사들과 제약회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하여 범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는 신약 후보 물질 25종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하여 ‘대담한 동맹'(INTREPID alliance)라는 이름 아래 서로 힘을 합쳤다. 또한 코로나 혁신 프로젝트 (COVID Moonshot)라는 이름의 전 세계 과학자 컨소시엄도 있다. 이들은 학계, 바이오테크 회사, 제약회사로부터 모여 자발적으로 혹은 일정한 비용을 받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효소를 억제하기 위한 약제 개발을 위해 힘쓴다. 이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과 크라우드소싱에 의존하고 있는데, 누구라도 후보 물질 구조식을 제안할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이 제안한 구조식을 볼 수도 있다. 6월 28일까지 1만7,976개의 후보 물질 구조가 투고되었고, 이미 1,500종의 후보 물질이 합성되어 연구되었다.
이러한 계획들에 대한 보상은 수년 내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다음 바이러스 대유행을 겪게 된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가 막상 문제가 닥치면 혼란에 빠지는 걸 멈춰야 한다.”고 코헨이 말한다.
불평등한 접근성
코로나 백신이 출시되었을 때 광범위한 불평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45% 이상의 인구가 예방 접종을 마쳤지만, 콩고민주공화국과 차드에서는 0.1%도 안 되는 인구만이 접종을 완료했을 뿐이다. 예방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는 감염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인도, 남아메리카, 그리고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대유행을 관찰하고 있다.”고 코헨이 말한다. 이 지역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더라도 이러한 국가들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레디(READDI) 역시 고민하는 문제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약제를 개발하게 된다면, 우리는 약제의 전 세계적 배포에 대한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할 것이다.”라고 뱀포스가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약제가 일부 부유한 국가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