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이든의 미국도 중국 테크 기업을 규제할까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G와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 세계 패권 경쟁의 무대는 기술 분야로 바뀌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왜 일어나는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중싱그룹 (ZTE)과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 장비, 그리고 중국의 소셜 미디어 앱 틱톡 등을 제재하기 시작하면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말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2021년 2월 25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재조정할 것을 검토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사인을 하면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말이 또 언론에 등장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 이전에 중국은 이미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제조 2025’라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해양공학, 고속철도, 고효율/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농업기기, 신소재, 바이오 등 중국의 미래를 이끌 10대 핵심 산업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계획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향후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계획이 짜여 있다. 반도체, 5G 기술 등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화두인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기술들이다. 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예상 외로 빨라지면서, 미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인데, 이것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왜 중국의 특정 분야 기술의 추격에 대해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얼마 전 까지 중국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중국을 연결하고, 또 중국 유학생과 기술 인력을 미국의 유수 대학과 연구소에 받으면서 과학기술 지식을 이전해 주기도 하였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한 견제를 하기 시작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전통산업인 가전과 조선, 경공업 분야 등에서 추격을 해 온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 동안 미국이 이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가지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나날이 커지는 중국의 시장과 소비력을 기회로 보았던 측면이 더 크다. 그러다 갑자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인데, 이 기술들은 이전의 기술들과 어떠한 질적인 차이가 있기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인가?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뿐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영국,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도 급성장하는 국가들인데 왜 유독 중국을 겨냥하여 미국이 강한 견제를 하는 것일까? 국제시장에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변화는 항상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미국 정부가 중국의 특정 기업만을 찍어서 제재를 가하고, 공급망까지 조정하려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산업 및 경제와 기술의 시각만으로 답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두 개의 초강대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기 때문에 국제정치 요인이 빠질 수는 없다. 즉 과학기술, 산업, 경제, 그리고 국제정치가 서로 연결되는 논리와 동학을 알아야 미중기술패권경쟁이라는 전체 그림이 다 보일 것이다. 전체 그림을 다 보지 못하고, 예를 들어 특정 하이테크 산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 및 강화라는 산업정책만을 본다거나, 아니면 국제정치의 패권경쟁이라는 힘의 논리만을 보게 되면, 우리가 대응 방향을 고민할 때 핵심을 놓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즉 경제논리만을 따라서 대응책을 내 놓으면 안보 논리를 놓쳐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고, 그 결과 한국의 신뢰도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악의 결과는 한미동맹의 약화와 중국의 한반도 지배력 강화일 것이다. 반면, 국제정치적 분석에만 치우치다 보면, 자칫 과거 냉전으로 회귀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게 되어, 오히려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들보다 더 극단적인 글로벌 공급망 조정을 하게 되고, 경제, 산업 전반에 필요 이상의 타격을 줄 수가 있다.

따라서 경제, 산업, 기술, 국제정치가 어떻게 서로 엮여서 현재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땅의 국제정치

흔히들 국제정치를 전쟁과 평화에 국한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국제정치는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의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인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당기간 동안 농업과 유목에 의존해 왔다. 비옥한 땅과 좋은 기후, 그리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농업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유했고, 그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제국을 건설하곤 했다. 중국이나 로마제국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그 주변의 초원지대에 사는 몽골, 흉노, 여진, 게르만 등과 같은 유목세력들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여야 했기 때문에, 기후변화 등에 의하여 갑자기 자연조건이 나빠지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이동을 하면서 비옥한 농경제국을 습격하고 약탈하곤 하였다.

대륙의 세계사는 18세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본격화 될 때까지 대략 이러한 농경제국과 주변의 소위 ‘야만 유목세력’ 간의 공방전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15세기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같이 해양무역으로 성장한 국가들도 있고, 실크로드를 통한 대륙 내 교역도 존재했으나, 이들이 18세기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먹고사는 문제의 주요 해결책으로 농업경제를 대체하지는 못했다).

대륙에서 농경제국과 유목세력 간 공방전이 펼쳐지는 동안 농경제국이 변방의 유목세력을 압도적으로 제압하여 상당기간 안정적인 통치가 유지될 경우 우리는 이러한 제국을 패권 혹은 패권국이라고 부른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 혹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 등과 같이 로마제국과 중국제국의 패권 앞에 평화를 의미하는 ‘Pax’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이들이 주변의 도전세력을 제압하여 안정적인 치세를 오랜 기간 유지했기 때문이다. 즉 비옥한 농토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패권국에 도전했던 주변의 유목세력이 패권국과의 전쟁에서 이겨 패권국을 빼앗고 주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몽골제국이나 청 제국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떤 경우이건 당시에는 먹고사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모두 비옥한 땅과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나라나 부족의 책무였고, 이를 위해 강력한 군사력을 키웠고, 공격과 방어의 전쟁을 수행하곤 하였다.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먹고사는 경제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당시의 국제정치는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인 비옥한 땅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과 평화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국제정치

이제 농업경제 시대에서 시장 산업화의 시대를 거쳐 지금 21세기 과학기술의 시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하여 플랫폼(platfor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본다. 이 플랫폼의 개념을 도입하게 되면 경제와 산업과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정치가 어떻게 서로 연관을 지으면서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기차역의 플랫폼을 그 연원으로 하고 있다. 옛날 기차역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거래가 오고가고, 물건도 전달하고, 상품도 구입하고, 다음의 약속을 정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최근에는 인간의 경제 및 사회활동의 전반이 일어나는 공간을 플랫폼이라고 개념화하기 시작하였다.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플랫폼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물론 기계설계에 있어서도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나오기는 하나, 다양한 여러 가지 조합이 이루어지는 정해진 설계 공간이나, 특정 규칙에 따라 다양한 행위를 하는 인간의 공간은 서로 유사한 공간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논의한 농업경제와 유목경제 시대의 대표적인 플랫폼은 ‘땅’이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농업과 유목 활동을 하였고, 한정적인 거래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공적인 영역을 담당했던 정치 혹은 국제정치는 이 땅이라는 플랫폼을 잘 관리하고 또 적으로부터 잘 지키고, 안정적으로 더 많이 확보하는 일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이 인간이 먹고사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잘 지키고, 더 많이 확보하는 데에 뛰어난 군인들이 당시에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되었고, 그래서 그들을 기리는 동상이나 초상화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위대한 정치인들은 위대한 군인이었다.

이제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먹고사는 행태와 규칙, 그리고 플랫폼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농업은 다른 여러 근대적 산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산업으로 변하였고, 과학 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의해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섬유산업, 제철산업, 기계부품 산업 등 이른바 공업이 등장하여 농촌인구가 공장 노동자로 대거 유입되었고, 철도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원거리 지역들이 하나로 묶이면서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였다. 산업과 분업으로 특화된 사람과 지역들이 시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망으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는데, 이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땅을 잘 관리하고 보호하는 문제에서 노동력과 자원과 시장을 잘 확보하는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시장’에서의 거래가 멈추면 단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하였다. 이러한 시장을 특수한 물건만 거래했던 전근대 시기의 시장에 대비하여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거래하는 ‘범용시장(generalized market)’이라고 부른다. 이제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정치와 국제정치의 세계는 안정적인 시장과 더 많은 시장, 자원, 그리고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주 임무가 되었고, 무리하게 그 시장을 확대하려 했던 정책이 19세기 식민지 개척의 제국주의로 이어진다.

이제 인류가 먹고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농경과 유목의 땅에서, 땅 위에 ‘철도와 제도로 연결된 시장’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장이라는 플랫폼을 개척하고 지키는 일이 군인과 산업가들의 일이 되었고, 바야흐로 군인과 산업가들이 국가적 영웅으로 등장한다. 미국의 카네기나 밴더빌트, 포드와 같은 산업가들이 이 시대의 새로운 영웅이다. 전쟁과 평화라는 국제정치의 영역은 영토, 즉 땅에 대한 관리와 방어의 영역에서 이제 시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확장과 관리, 방어의 영역이 되었다. 자본주의 시장의 확대 및 방어를 위해 벌인 19세기, 20세기의 제국주의 전쟁과 20세기 전반의 냉전은 이러한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태동

이 새로운 플랫폼인 근대의 시장은 국가가 관리하는 하나의 커다란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즉 플랫폼을 관장하는 법과 규범, 그리고 표준이 국가별로 달랐다는 의미이다. 법과 규범, 제도, 단위, 언어, 그리고 시장을 연결하는 철도의 궤의 표준이 국가별로 달라 플랫폼의 경계는 국경선이다. 근대 주권국가는 국가 표준을 정하는 주권을 행사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국가별로 상이한 플랫폼의 병렬은 이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율과 규모를 가져다주지 못하였다. 그래서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 간에 각국의 시장을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국제 시장을 만드려는 노력이 생겼고, 통신, 운송,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넓은 지역을 범위로 하는 시장의 연결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단일 국제시장에는 국제적인 공통의 규범, 표준, 단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여 자국에 유리한 표준을 중심으로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되는데, 이렇게 하여 생긴 국제질서가 바로 전 세계가 하나의 자본주의 국제시장으로 연결된 이른바 ‘자유주의 국제질서’이다.

이 국제질서의 표준인 국제법, 국제규범, 국제제도, 기축통화 등을 주도하여 만들고 관리하는 국가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패권국 혹은 패권이라고 부른다. 이제 패권의 의미가 전근대 질서의 패권과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근대적 패권국가는 하나로 연결된 세계 자본주의 시장의 안정과 관리, 그리고 확산을 위하여 국제공조를 이끌어 내고, 국제안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패권국가 미국의 안보동맹은 바로 이 글로벌한 플랫폼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군사력인 것이다.

이제 시장이라는 플랫폼은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s)이라고 할 수 있는 단일 국제시장이 되었고, 이 시장이 멈추면 인간은 바로 먹고사는 문제에 타격을 입게 된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 분쟁이 생기면 당장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분쟁의 여파로 국제시장이 흔들리게 된다. 소비자들은 사재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분쟁을 방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제 국제정치의 영역이고, 국제정치는 글로벌 플랫폼인 국제시장을 관리하는 일이 주 임무가 되었다. 땅의 방어와 관리에서, 자국 시장의 방어, 확대 및 관리로,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국제협력을 통하여 관리하고 안정을 제공하는 일로 국제정치가 진화하였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플랫폼이 변화, 진화하고 이에 맞추어 국제정치의 성격 역시 변화하였다.

5G 플랫폼의 국제정치: 미중 기술패권 경쟁

이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경쟁의 문제를 보자. 앞의 논의를 통해 플랫폼의 진화와 국제정치의 진화라는 기초 지식이 쌓였기 때문에 드디어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와 같이 플랫폼의 진화는 ‘연결의 양과 질’의 발전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 연결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표준이다. 철도와 선박에서 자동차로, 다시 비행기와 고속열차, 그리고 이제 인터넷이 플랫폼 연결의 양과 질을 바꾸어 왔고 미국 주도의 국제법과 규범이 플랫폼의 공통 표준을 정해왔다.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성사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글로벌 플랫폼의 성격을 삽시간에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에 연관된 기술들이다. 5G 이상의 초고속 정보통신이 가능하고, 인터넷 플랫폼기업을 통해 빅데이터가 쌓이고, 이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인공지능 (AI)를 개발하고, AI와 5G를 통하여 연결되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사물인터넷 (IoT)을 가능케 하며, 핀테크와 전자화폐를 통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등 21세기 미래 산업의 운명이 이 기술들로 결정된다. 그런데, 그동한 제조업 대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중국이 이 기술들에서 미국을 곧 추월할 것 같은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특히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하는 핵심 기술인 5G 네트워크 기술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 시장이라는 플랫폼의 성격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 번 더 급변한다는 것이다. 이제 땅위에 구축된 기존의 시장 위에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사이버 공간이 한 번 더 덮어쓰고, 수많은 거래와 활동들이 사이버 공간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이른바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것인데, 그와 함께 국제정치의 관심사는 이 디지털 플랫폼의 관리와 표준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화웨이를 선두주자로 한 중국의 5G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먼저 깔리고 그 위에 중국의 핀테크가 돌아가고, 중국의 AI 제품들이 접속되고, 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중국기업과 중국 공산당이 확보하게 되면, 미국이 만들어 왔던 기존의 플랫폼을 중국이 일거에 접수하게 되는 양상이 벌어진다. 특히 중국은 자국에서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위챗, 톡톡 등 중국 플랫폼 기업만을 허용하고,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미국 플랫폼 기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5G와 그에 연결되는 기업, 서비스를 먼저 세계에 확산시키면, 세계의 플랫폼이 중국화되고, 그 표준을 중국이 주도하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고속 통신기술, 빅데이터, 그리고 AI인데, 특히 AI는 미래 산업의 경쟁력과 군사기술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이 기술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부품이 바로 반도체인데, 아무리 빅데이터와 초고속 통신기술이 있어도 반도체가 데이터를 처리해 주지 못하면 AI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ZTE, 화웨이, 그리고 플랫폼 회사인 톡톡, 위챗 등을 규제하고, 거기에다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이 중국에 포함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의 대만, 삼성의 한국 등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다른 기술은 몰라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반도체 기술은 아직 미국과 동맹국을 쫒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 싹을 자르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5G 이후의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술과 서비스 등을 계속 규제하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을 끌어모을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때 이미 시작되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동맹국들을 동원하게 될 것이다.

미중기술패권경쟁은 바로 21세기 글로벌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경쟁이고, 여기에 중국이 먼저 5G 통신 기술과 서비스로 치고 나왔다. 값싸고 성능 좋은 5G기술과 장비가 중국 제품으로 깔리기 시작하면 전 세계의 플랫폼을 중국이 장악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그렇게 되면 21세기 플랫폼과 표준은 중국이 주도한다. 거기다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데이터를 중앙에서 수집, 관리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디지털 권위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잘못하면 중국 플랫폼에 연결된 모든 국가의 데이터도 중국 공산당의 통제 하로 넘어가게 된다. 세계 규모의 거대한 디지털 권위주의 제국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 미국이 견제구를 던지고 나온 것이 작금의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굳이 답을 여기에 명기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 이근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다.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 다보스포럼 한국위원회 의장,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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