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진통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중독성 없는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희미한 희망을 제시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최근 필자는 미국의 오피오이드(opioid, 마약성 진통제) 중독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통계는 충격적이다. 2010년 이후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거의 4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만 명 이상이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6분 30초에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는 특히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존재한다. 이 약은 금단증상을 억제하고, 불법적인 오피오이드 사용을 줄이며,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도 줄인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가 있는 5명 중 1명 만이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 방법을 개선하거나 대체할 진통제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재 찾기는 극히 어려운 과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의 생명공학 회사인 버텍스(Vertex)가 수술 후 통증을 완화하는 VX-548 화합물을 개발해 이 분야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건막류 제거술이나 복부 성형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VX-548을 최대 용량으로 투여한 결과, 위약에 비해 큰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다. 난관에 직면한 진통제 개발 현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증은 그 자체로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치료도 복잡하다. 의사들은 얼마나 지속되는지(급성 또는 만성),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따라 통증을 분류한다. 어떤 통증은 절단, 화상, 골절, 종양 등과 같은 신체 손상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 감각 신경(뉴런)이 손상을 감지하고 뇌로 통증 신호를 보낸다. 신경 손상에 의한 당뇨병 증상인 따가움과 타는 듯한 통증은 뉴런 자체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헤로인, 모르핀,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들은 통증을 감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뇌와 척수의 수용체에 결합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일련의 반응을 일으킨다. 오피오이드는 특정 상황에서의 통증 완화에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통증만 차단하지 않는다.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도파민이 빠르게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고 일종의 쾌감마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더 많이 사용할수록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이것이 오피오이드가 남용되기 쉬운 이유다. 

비(非) 오피오이드 진통제도 물론 존재한다.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나프록센나트륨 등이다. 이 이름들이 익숙한 이유는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진통제들은 도파민 방출을 유도하지 않고 오피오이드와 같은 중독성은 없지만, 궤양, 출혈, 심장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이들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제외한 대부분은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분류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NSAIDS는 통증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의 생성을 차단하면서 몸의 염증을 줄여준다. 그러나 다른 많은 유형의 통증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많은 장애물에 부딪혔다. 지난해 리제네론(Regenron)은 골관절염과 만성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 화합물 개발을 포기했다. 일리노이의 생명공학 회사 앱티닉스(Aptinyx)의 실험적인 통증 치료법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캘리포니아의 회사 아카디아(Acadia)는 그들이 개발한 화합물이 건막류 제거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위약보다 나은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1년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화이자(Pfizer)는 골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단일클론항체인 타네주맙(tanezumab)의 개발을 중단했다. 왜 이러한 실패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최선의 방향을 찾기도 쉽지 않다. 

버텍스의 새로운 화합물은 통증 감지 신경 자체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는 진통제다. 통증을 연구하는 예일 대학교의 신경과 의사 스티븐 왁스먼(Stephen Waxman)은 나트륨 통로를 신경 자극을 유발하는 ‘미세한 분자 배터리’라고 설명한다. 사실 나트륨 통로 차단제는 이미 존재하며 마취제인 리도카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심장 세포와 뇌의 중요한 나트륨 통로까지 차단하기 때문에 국소 마취제로만 사용된다. 

VX-548은 통증 감지 뉴런에서만 발견되는 Nav1.8이라는 특정 나트륨 통로를 대상으로 한다. 즉, 심장이나 뇌의 기능을 차단하지 않고 몸 전체의 뉴런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도파민의 방출을 유발하지 않아 중독성 없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VX-548의 2상 임상시험은 건막류 제거술과 복부 성형술을 받은 후 중증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진통제를 요청한 이 환자들은 여러 그룹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일부는 세 가지 투여량 중 한 가지의 VX-548를 받았고, 다른 일부는 위약을 받았으며, 나머지는 오피오이드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을 받았다. 그들 중 가장 높은 투여량으로 VX-548를 사용한 환자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큰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했다. 

연구의 사설에서는 VX-548의 효과가 ‘적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개발이 거의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왁스먼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 임상시험 결과는 말초 나트륨 통로 중 하나를 차단해 부작용 없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진통제를 향한 첫 단계를 밟았다”라고 말했다. 

이제 희망을 가질 때다. 

*진통제 개발 임상시험에 왜 건막류 제거술을 받은 환자들이 많이 참여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건막류 제거술이 급성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수술이기 때문이며 또 다른 예로는 치아 발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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