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alt marshes could help save Venice

습지 복원해 가라앉는 베네치아 살린다

과학자들은 지반 침식과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환경적 해결책을 써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실험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12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이탈리아의 바다 위 도시 베네치아는 지반 침식과 해수면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부터 습지대 위에 건설된 베네치아의 지면이 천천히 진흙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베네치아는 2100년경에는 바다에 잠겨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환경공학자인 알레산드로 가스파로토(Alessandro Gasparotto)는 베네치아의 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 중 하나다. 기자와 만났을 당시 그는 베네치아 석호(潟湖) 한가운데에 있는 드넓은 갯벌에 서서 ‘피에조미터(piezometer)’라고 부르는 ‘압력 측정 기구’를 1미터 남짓한 길이의 속이 빈 금속 실린더를 두터운 검은 진흙층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 장비로 퇴적물을 조사해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석호의 수위가 얼마나 높고 낮아지는지 측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이 황량한 땅에 초목이 자라서 불모의 갯벌이 마침내 염습지, 즉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로 바뀔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바꾸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면 진흙 아래 사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스파로토의 염습지 연구는 비영리단체인 위아히어베니스(We Are Here Venice)가 이끄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유럽 전역의 습지를 복원하는 유럽연합(EU)의 워터랜드(WaterLANDS) 연구 프로그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베네치아 지부는 과거 선박 항로를 만들기 위해 석호를 준설하며 나온 침전물로 형성된 인공 갯벌이 과거 이 지역에서 번성했던 습지로 되돌아가 다시 석호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5년간 200만 유로(약 29억 원)를 지원받았다.

파도바 대학교(University of Padova)의 지구과학자 안드레아 달파오스(Andrea D’Alpaos)는 “베네치아의 역사는 항상 석호의 역사와 얽혀 있다”고 설명한다. 베네치아의 건강은 석호 생태계의 건강에 달려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이들의 관계는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 석호 생태계를 보호하면 어업 생산량이 증가한다. 또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염습지는 조수에 완충 역할을 해 파도의 세기를 약화시키고 물에 의한 건물의 침식을 완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습지 수는 수 세기에 걸쳐 감소해 왔다. 그 원인 중 일부는 1,5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오랫동안 수로를 잘못 관리해 왔던 데 있다. 당시 베네치아인들이 강이 석호를 우회하게 해 자연적으로 퇴적물이 쌓이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1,900년대 후반에 아드리아해와 통하는 세 곳의 입구에 방조제를 건설하고, 거대한 운하까지 굴착하면서 습지는 더욱 훼손되었다.

한편 베네치아에는 수많은 자금을 들인 복원 및 예방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이 와중에도 습지는 간과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아드리아해의 해수가 도시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한 해상차단벽 ‘모세(MOSE)’의 경우 62억 유로(약 9조 원)가 투입되었다.

모세 건설 프로젝트는 2003년에 시작되었지만 공사 지연 및 비용 초과, 부패 스캔들 등의 문제로 완공이 지연되었다. 2020년 처음 가동된 모세는 성공적으로 홍수 피해를 예방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베네치아 도시를 보호하는 모세 기술이 석호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달파오스는 “모세 시스템을 가동하면 폭풍해일을 막을 수 있고 베네치아에 홍수가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폭풍해일은 베네치아에 좋지 않겠지만 습지에는 유익하다. 습지에 도달하는 퇴적물의 70%가 폭풍해일이 일어나는 동안 전달된다”고 말했다.

달파오스는 석호가 과도하게 만조일 때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석호를 너무 자주, 혹은 오래 닫아 놓으면 퇴적물이 습지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문제가 된다”라며 “20년 넘게 석호를 연구하면서 습지가 놀라운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습지가 침수되고 있다. 2세기 전만 해도 베네치아 석호에는 180제곱킬로미터의 습지가 있었지만, 이제 43제곱 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위아히어베니스 팀이 조사하고 있는 현장 중 하나는 천연 염습지로, 염습지의 한쪽은 석호에서 준설한 물질로 형성된 콩팥 모양의 매립지로 둘러싸여 있다. 진흙이 마른 곳은 마치 작은 지각판처럼 갈라져 있으며, 갈매기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떨어뜨린 새하얀 게 껍데기가 즐비한 풍경이다. 위아히어베니스의 공동설립자이자 상임 이사인 제인 다 모스토(Jane da Mosto)는 땅에 꽂혀 있는  세 개의 주황색 막대기를 가리키며, 염습지와 매립지 사이 방벽을 제거해 물과 퇴적물이 오가면서 두 생태계가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지점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 모스토는 물이 고인 곳을 피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무장화에서 검은 진흙 덩어리를 떨구어 내며 “이 모든 것이 일종의 자연자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습지는 탄소를 저장할 뿐 아니라 어류 및 수많은 조류의 서식지이고, 심지어 이 같은 환경에서는 식용 습지 식물인 샘파이어를 농작물처럼 재배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습지는 숲보다 더 효율적인 탄소 흡수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탄소를 저장하는 습지 식물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서서히 퇴적물에 묻혀 수 세기 동안 탄소를 가두기 때문이란 이유다.

다 모스토는 베네치아를 다양한 환경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실로 생각한다. 그녀는 “베네치아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지금처럼 베네치아가 전 세계 모든 문제의 본보기로 남는다면 도시를 살리려는 노력은 무의미하겠지만 우리는 매립지를 생태적으로 생산적인 염습지로 바꾸는 법과 대중관광에 기반한 경제를 자연자본에 기반하도록 전환하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글을 쓴 캐서린 베넷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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