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elerobotic Stroke Intervention will make a difference

뇌졸중을 치료하는 의료용 로봇이 가져올 혁신

MIT 테크놀리지 리뷰 '35세 이하 혁신가'로 선정된 김윤호 박사(MIT PhD) 인터뷰

뇌혈관 이상으로 인하여 뇌조직에 혈류 공급이 어려워질 때 발생하는 뇌졸중(stroke) 환자들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500만 여명씩 새로 생겨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35세 이하 혁신가(IU35)’로 선정된 김윤호 박사(MIT PhD)는 뇌졸중 치료에 사용되는 원격 조종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기장으로 제어되는 와이어 형태의 이 의료용 소프트(연성) 로봇은 안전성과 정확성을 크게 개선해 뇌졸중과 동맥류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숙련된 의사는 뇌졸중 환자의 막힌 뇌혈관을 뚫기 위해서 보통 ‘가이드 와이어(guide wire)’를 사용하는데, 좁고 복잡한 뇌혈관 조직 속에서 수동으로 강선을 조작하는 이 방식은 혈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김 박사가 새로 개발한 소프트 로봇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Q) 연구를 해오신 분야가 의료용 소프트 로봇입니다. 기계공학 가운데 의료용 로봇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부드럽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하는 ‘소프트 로봇’은 신체 또는 장기와 직접적 접촉이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의생체공학 분야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가령 재활치료 및 운동보조를 위한 착용형 로봇의 경우 금속과 같이 단단하고 무거운 재료보다는 가볍고 부드러운 연성재료를 사용하면 착용감뿐만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더 좋습니다. 반면 기존의 수술용 로봇은 장기조직 일부를 절제하거나 꿰매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연성재료보다 금속 같은 단단한 재료들이 그 사용 목적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유연한 수술용 로봇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장기 내부나 혈관 속에서 최소 침습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는 연약한 생체조직에 물리적인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수술에 필요한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MIT 박사 과정 동안 공간적 제약과 안정성 문제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던 기존 영역에 소프트 로봇을 활용한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연구했습니다. 학부시절부터 의료로봇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재활로봇이나 수술로봇 관련된 연구를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계공학 및 로봇공학의 범주에 새로운 재료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MIT에 진학해서는 빛이나 열, 또는 전기장 및 자기장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해서 형상 변화를 일으키는 ‘기능성 연성재료(functional soft materials)’에 집중하였습니다. 외부 자극원은 다양하지만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자기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자성을 띤 연성재료와 3D 프린팅을 이용해 복잡한 형상 변화가 가능한 소프트 로봇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림 1: 자기장을 이용해 복잡한 형상 변화가 가능한 소프트 로봇 / Y. Kim et al., “Printing ferromagnetic domains for untethered fast-transforming soft materials,” Nature, 558 (7709), 274-279 (2018))

MIT에서 시작했던 첫 연구가 2018년 <네이처(Nature)>지 표지 기사로 실렸고, 이후 새로운 재료와 제작 기법을 이용해 뇌졸중이나 동맥류와 같은 뇌혈관 질환의 치료에 사용이 가능한 와이어 형태의 소프트 로봇(그림2-1)과 이를 자기장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조작하는 로봇 시스템(그림2-2)을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의사가 직접 손으로 의료용 카테터(Catheter)와 와이어를 조작하는 뇌혈관 시술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제가 외과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기존 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를 보완해서 더 안전하고 정밀한 혈관내수술이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연구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개발되었던 혈관내수술용 로봇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혁신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자기장은 밀폐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원격 작동이 필요한 의료분야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조작 방법을 제공합니다. 기존 의료분야에서도 자기장을 이용한 시술이 사용되고 있었나요?

A) 의료용 목적으로 자기장을 사용하는 가장 쉬운 예시는 흔히 MRI라고 불리는 자기공명 영상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공명 영상장치를 이용하여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면 생체조직에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체와 같이 밀폐되고 제한된 공간 에서 원격으로 소형 소프트 로봇을 조작하는 때 자기장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해서 몸 속 장치를 조종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1960년대부터 이미 혈관 내 가이드 와이어 끝에 자석을 달아서 외부 자기장으로 이를 조작하려는 시도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와이어 끝에 크고 두꺼운 자석을 붙이고 외부 자기장으로 이를 조작한다는 아이디어의 구현용 프로토타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Stereotaxis 라는 회사에서 혈관용 가이드와이어 끝에 작은 자석을 달아서 제품으로 출시했으나, 끝에 달려있는 자석이 떨어져 나가거나 부서질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혈관내수술에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은 소형화 등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안전성 문제로 인해 실제 의료현장에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Stereotaxis는 2-3mm 두께의 비교적 두꺼운 카테터의 끝과 중간에 자석을 넣고 이를 부동맥(arrhythmia)과 같은 심장질환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장 내부에서 카테터의 방향을 외부자기장으로 조작해서 문제가 되는 부위에 선택적으로 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뇌혈관의 경우라면 두께가 2-3mm 정도로 얇고 연약하기 때문에 매우 가느다란 와이어 형태로 장비가 제작되어야 합니다. 제가 연구개발한 와이어 형태의 소프트 로봇의 경우 뇌혈관 수술용 와이어만큼 두께가 얇지만 외부 자기장으로 그 끝단의 방향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뇌 속의 좁고 구불구불한 혈관 구조를 탐색하는데 최적화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3-1).

Q) 가느다란 실 모양의 소프트 로봇이 뇌의 좁고 구불구불한 혈관 구조를 원격 자기 작동으로 탐색합니다. 그 미세한 작동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었나요?

A) 제가 개발한 와이어 형태의 소프트 로봇은 전체적으로 연성고분자 복합재로 이루어져 있고, 그 복합재 내부에 매우 미세한 자성입자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이 미세한 자성입자들이 고르게 분산된 토크를 발생시키고, 토크가 합쳐지면 전체 와이어가 외부 자기장 방향에 따라 휘어지게 됩니다 (그림3-2). 쉽게 말하자면 잘 휘어질 수 있는 연성재료로 만들어진 영구자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부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함으로써 와이어가 휘어지는 방향과 세기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뇌혈관 구조를 탐색하려면 외부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을 3차원 공간에서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자유도의 유연한 로봇팔에 영구자석을 부착하고 그 자석의 위치와 방향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성 와이어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2-2).

실제 수술환경에서는 실시간으로 혈관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방사선 투시조영장비를 사용하는데 공간적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이 비교적 크기가 작고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팔을 사용한 이유는 공간적으로 복잡한 실제 수술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로 로봇수술을 하기 위해서죠 (그림4).

그림4. 영구자석이 부착된 다자유도 로봇팔을 이용한 뇌혈관 수술용 자기장 구동 플랫폼 / Image source: Y. Kim et al., ” Telerobotic neurovascular interventions with magnetic manipulation,” Science Robotics, 7, eabg9907 (2022).

Q) 로봇을 이용한 뇌혈관 수술에서는 미세한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자기장으로 얻어진 대규모 탄성 편향을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자기장을 이용해서 와이어나 카테터를 조작하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식처럼 유한한 크기의 영구자석을 와이어 끝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형 자석을 부착한 와이어의 경우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줬을 때 자력과 토크가 모두 와이어 끝에 집중되는데, 이 부분이 방향 전환 및 컨트롤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령 공간적으로 불균일한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와이어 끝에 달린 소형 자성체가 외부의 큰 자성체 방향으로 강하게 이끌리는 인력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와이어 끝 부분이 항상 외부의 큰 자석 쪽으로 잡아당겨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림2-2에서처럼 1개의 영구자석을 이용해서는 효과적인 방향 전환과 제어가 어렵게 되고 공간적으로 균일한 자기장을 형성하려면 구동 플랫폼을 훨씬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크고 복잡한 시스템은 그림4에서처럼 공간적 제약이 많은 수술실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반면 제가 개발한 와이어는 그림3-2에서처럼 고르게 분포된 자성입자를 사용하는 연속체 형태를 띄기 때문에 분산된 토크를 이용해 방향 전환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외부의 큰 자석 방향으로 끌리는 인력을 분산시킴으로써 훨씬 쉽고 효과적인 방향제어가 가능하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간단한 형태의 자기장 구동 플랫폼으로도 원격조종이 가능합니다.

Q) 연구 성과가 미국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된다면 어떤 질환 (뇌졸중 포함)의 수술/치료에 사용될 수 있고 그 도입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별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만 하나요?

A)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혈류를 통한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뇌조직에 손상을 유발합니다. 뇌졸중은 전세계적으로는 반영구적인 신체장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며 사망률 2위에 해당합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짧은 시간 안에 뇌손상이 시작되지만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가 어려워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고 결국 뇌졸중환자는 편측마비 또는 언어장애를 얻거나 목숨을 잃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전까지 뇌졸중과 관련된 의료용 로봇은 대부분 뇌졸중 환자들의 신체적 재활이나 운동보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고 뇌졸중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료해서 반영구적 뇌손상을 막는 수술용 로봇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제가 개발한 뇌혈관 수술용 로봇은 뇌졸중을 유발하는 혈관질환의 최소 침습적 치료를 위하여 개발되었고 혈전으로 인해 막힌 뇌혈관을 뚫거나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동맥류(aneurysm)를 코일로 폐색시켜 뇌출혈 위험을 낮추는 치료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참고그림1 & 2)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실제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뇌혈관을 모사한 실리콘 모델을 이용해 뇌혈관 질환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하버드 의대와 협업을 통해 이번에 개발된 로봇 시스템이 기존 방식에 비해 안정성과 정확성 측면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실제와 유사한 생리적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도 입증했습니다. FDA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D 실리콘 모델을 이용해서 성능을 테스트하고 입증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FDA 승인까지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승인 절차와는 별개로 실제 의사들이 얼마나 새로운 뇌혈관 수술용 로봇 시스템을 선호하느냐는 새로운 방식이 환자 치료에 얼마나 더 효과적이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최소침습수술로서 혈강내시술(endovascular surgery)은 이미 실무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병변 부위에 접근하여 의료용 가이드와이어와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풍선확장술 등을 시행하는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가이드와이어를 사용한 시술은 어떤 문제점 또는 한계점이 있었나요? 로봇을 이용한 혈강내시술은 어떤 새로운 유용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A) 현재는 의사가 끝이 휘어져있는 가이드와이어를 직접 수동으로 조작하여 시술을 진행합니다. 끝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손으로 와이어를 돌리면 그 끝이 돌아가고 이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와이어 방향을 맞추어 와이어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방식으로 복잡한 혈관 내 구조를 헤쳐나갑니다. 하지만 이런 조작방식은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고 뇌혈관의 길고 좁고 구불구불한 경로를 헤쳐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로가 길고 좁고 구불구불해질수록 가이드와이어에 미치는 마찰력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마찰력의 영향 때문에 의사가 와이어를 손으로 돌려도 뇌혈관 속 와이어의 끝이 돌아가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돌아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미세한 조작이 필요한 뇌혈관 수술 상황에서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하고 와이어의 조작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끝이 굽어진 모양이 고정된 기존 가이드와이어로는 도달할 수 없거나 통과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합니다. 마찰력 때문에 와이어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의도치 않게 혈관벽을 뚫어서 출혈을 발생시키는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반면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와이어 끝을 변형시켜서 방향을 조작하는 방식은  마찰력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또한 환자의 뇌혈관구조에 맞게 와이어 끝을 자유자재로 휘어지게 만들 수 있어서 끝 모양이 고정된 기존 가이드와이어에 비해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좁고 구불구불한 혈관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함께 협업하는 의사분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해 본 결과 기존 수동조작형 가이드와이어를 사용했을 때에 비해 저희 로봇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훨씬 더 빠르고 안전하게 복잡한 뇌혈관 구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로봇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얻어지는 또 다른 장점은 방사선 노출의 감소입니다. 그림 4에서와 같이 뇌혈관 수술에서는 실시간으로 혈관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방사선 영상장비가 사용됩니다. 현재는 의사가 환자 바로 옆에서 손으로 와이어를 조작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게 됩니다. 지속적인 방사선 노출은 암과 백내장 발병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의사들 역시 이러한 잠재적 위협에 경각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방사선 피폭을 줄이기 위해 두꺼운 납이 들어간 보호장비를 착용하기는 하지만 완벽한 방사선 차단이 어렵고 무거운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만 하므로 신체에도 무리가 가게 됩니다. 자기장과 로봇팔을 이용해 원격으로 가이드와이어를 조작하는 소프트 로봇 시스템의 경우 의사가 방사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고도 뇌혈관 수술을 더 빠르고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장기적으로 이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존 방식에 비해서 뇌혈관 수술의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로봇을 이용한 뇌혈관 수술이 뇌졸중 치료방식에도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뇌졸중 환자의 경우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는 대형병원에서만 수술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환자의 물리적 이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뇌혈관 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원격으로 뇌졸중 치료를 할 수 있다면 환자 이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분명히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자기조작을 통한 원격로봇으로 뇌신경계 혈관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뇌혈관시술센터 의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현장의 의사들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연구방향을 협의하는 기회가 있었나요?

A) 이 방향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이 겪는 기술적 어려움과 문제점들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부 때 수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사분들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뇌혈관 수술에 여러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더 나은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그 때 파악한 문제 의식에 신소재와 기술적 접근 방식이 더해진 결과 연구성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연구 초기 단계부터 하버드 의대에서 뇌혈관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들과 함께 긴밀히 협업하고 의논하면서 연구를 진행했고 실질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유용한 기술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미국 현직 의사분들도 제 연구의 필요성과 아이디어의 효용성에 크게 공감을 해주었고 사용성 테스트 때에도 긍정적 평가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뇌혈관 수술은 까다롭고 복잡한 테크닉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무에서 수년 동안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만 하지만 와이어 형태의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개개인의 숙련도나 실력차이에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이 점이 함께 협업했던 의사들 사이에서 장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실제로 기존의 가이드와이어로는 숙련된 시니어 교수만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죠. 그런데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덜 숙련된 주니어 의사들도 모두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사용성 테스트를 거쳐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보다 표준화되고 안정적 시술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뇌혈관에 원격 로봇을 자기 조작을 이용하여 이동시킬 때에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또는 특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지요?

A) 수술용 및 의료용 로봇의 연구개발에 있어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아마 ‘자동화(automation)’일 것입니다. 가령 뇌혈관 수술의 경우 원하는 병변의 위치를 지정하면 로봇이 알아서 와이어를 조작해서 그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자동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뇌혈관 속에서 동작하는 와이어 형태의 로봇은 사이즈가 워낙 작아서 센서를 부착하기 어렵고 방사선 투시영상 이외에는 로봇의 작동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습니다. 즉, 로봇의 현재 위치나 형상 등을 알려줄 수 있는 센서가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피드백 제어가 어렵습니다. 일반적 소프트 로봇들 역시 전통적 피드백 제어를 적용하기에 어렵다는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자유도가 무한한 소프트 로봇의 움직임 또는 형상을 정확히 측정하고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드백 제어를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프트 로봇의 자동화 측면에서 볼 때 피드백을 사용하는 대신에 학습을 이용한 데이터 기반의 제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새로 개발된 뇌혈관 수술용 로봇 시스템은 환자의 3D 영상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각의 혈관 내 경로를 따라 와이어를 가이드하려면 자석의 방향 및 움직임을 어떻게 지정해주어야 하는지를 계산합니다. 즉, 미리 계산을 거쳐 로봇팔의 움직임을 미리 계획하고 자동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로봇팔의 움직임이나 경로를 고민할 필요없이 와이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설정해주면 로봇이 알아서 그 방향으로 와이어가 가이드되도록 로봇팔이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로봇팔의 조작에는 큰 신경을 쓸 필요없이 방사선 투시영상을 통해 확인하는 가이드와이어 위치와 방향만을 주시하면서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와이어의 전진·후진을 조작하면 됩니다. 이 와이어의 전진·후진 움직임까지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방사선 투시영상에 이미지 프로세싱을 적용해서 와이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하면 그 정보를 토대로 로봇팔을 컨트롤해서 와이어의 뱡항과 위치를 제어하는 방식으로도 기술개발이 가능합니다. 이미지 프로세싱과 로봇팔 모션 컨트롤에 딥러닝과 강화학습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연구를 진행하시는 동안 어려운 고비로 느껴졌던 순간과 보람은 무엇인지요?

A)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는 일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재료공학, 역학, 제조기술, 로봇공학, 프로그래밍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혼자서 공부하고 헤쳐나가야 했던 부분들은 매순간 어려움으로 다가왔지만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면서 연구에 진척이 생길 때마다 그만큼 보람도 더 컸습니다. 또 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단순한 아이디어나 출판된 논문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으로 개발되고 현장에 있는 의사분들이 테스트하는 단계까지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엔지니어로서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음에 커다란 보람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학부생 때부터 의료용 로봇에 초점을 두고 쌓아온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마치 여러 점들이 이어지듯이 연결되면서 뇌졸중이라는 현대사회의 중요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신기하기도 합니다. 현재 제품화 및 상업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과정까지 오게 되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맞딱드리게 될 어려운 순간들도 많이 있겠지만 극복하면서 느끼게 될 보람이 더 크리라는 확신이 있어 걱정보다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헤쳐나갈 계획입니다. 

Q) 연구 결과에 대한 사업화를 구상하고 계신지요? 발명을 특허 출원하셨거나 미국 특허상표청(USPTO)로부터 특허권을 받은 바 있나요?

A) 제 발명기술에 대해 현장 의료진뿐 아니라 뇌혈관 수술용 가이드 와이어 및 카테터를 제작하는 Stryker, Asahi Intecc, Medtronic 그리고 Stereotaxis, Intuitive 등 수술용 로봇 회사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의료영상장비 업체 Philips가 공동연구를 제안하여 현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제품화 단계를 거친 이후 사용성 테스트와 임상시험 등을 단계적으로 거쳐나갈 예정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약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 발명기술의 라이선스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직접 제품화 및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요청들을 거절하고 현재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연속체 형태의 자성 가이드와이어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제작기법, 그리고 이를 원격으로 조작하기 위해 로봇팔을 이용한 자기장 구동 플랫폼까지 전체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포함한 특허 발명이 미국 특허청에 2021년 8월에 등록되었고 국제특허 출원(PCT)은 조만간 등록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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