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에너지 위기 심화시킨다
박상철 교수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 독일과 스웨덴에서 수학할 당시 에너지와 환경이 21세기 인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산업이 발전해야 하고 청정 산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박 교수는 “첨단 기술은 내수용도 있지만 수출 중심의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 무역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각도, 다방면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첨예한 이해관계와 자국의 이익, 안보, 정책, 질병, 기후 재앙 등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이슈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쿠데타, 이주 문제의 근본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 SPCIS(Saint Pierre 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에서 한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일본 주도로 출범한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2022년부터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요. 가입할 경우 국내의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상철 교수(이하, 박) 다자 무역 체계는 가입을 안 해서 고립되는 것보다 가입하는 게 낫습니다. 또 가입하는 것이 우리 산업 능력과 정치 안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려던 건데 내부 여론이 다자간 무역협정에 회의적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나온 것이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입니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PS) 일환이에요. 소위 알라카르테(A-La-Carte) 전략이라고 해서 후진 개발도상국도 가입하지만, 미국이 시장을 개방해야 할 의무는 없는 거죠.
우리나라는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열린 경제협력체제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CPTPP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보다 정치 안보적인 이해관계가 커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 협정이 무역 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개발도상국과의 투자 확대가 가능하고 산업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가 높아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또 선진국 간의 협력도 강화할 수 있어요.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있고 지난 3월에는 영국이 가입했어요. 영국이 유럽연합회원국에서 탈퇴하면서 우리나라와 재무역협정을 맺었거든요. 한국이 CPTPP 회원이 되면 유럽연합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경제 개방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CPTPP 가입을 준비하고 있죠. 교수님께서는 일본과 영국의 반대가 예상된다고 하셨는데, 기저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혼재해 있습니다. 대체 연료인 천연자원 수급,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 등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문제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지금과 같은 무역 전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중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이냐가 중요하죠. 왜냐하면 많은 국가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어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연합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는 건 독일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독일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그리고 바스프 SE(BASF SE)나 바이에르(Bayer) 같은 기업의 매출액 50%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신흥 시장이지만,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장시간 투자해 왔는데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는 중국이 실용주의를 내세웠다면 현재는 자본주의 원칙의 경제 발전을 거부하는 상황이에요. 중국의 가장 핵심 원자재는 희토류나 솔라셀을 만드는 기본 소재들인데 선진국들의 의존도가 높죠. 하지만 이 자체가 첨단 기술은 아니에요. 선진국에서 핵심 원자재 생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 시 엄청난 탄소 배출과 높은 인건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거든요. 중국이 착각하고 있는 거죠. 핵심 원자재 외에 핵심 부품인 컴포넌트처럼 최종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의 부품과 핵심 컴포넌트가 필요한데 그 의존도가 한국, 일본, 미국을 비교하면 한국이 제일 높아요. 50% 이상이에요. 미국이 중국과 무역 분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중국, 일본, 브라질 같은 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제일 낮아서 타격이 크지 않아요. 무역 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 GDP에 주는 영향은 0.1% 남짓이에요. 그다음 중국이 0.5~0.8%의 영향을 받아요. 그런데 한국은 최대 약 1.5%~2% 이상씩 받죠. 그들은 무역 분쟁으로 피해를 보는 쪽이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약 20% 정도 돼요. 많이 높죠. 그 의존도를 10%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익에 가장 도움 되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거고요.
에너지 전환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 각국의 전력 생산 방식 전환 등 에너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텐데,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 간 마찰은 없을까요?
박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에너지 전환이 선진국 자본과 기술, 인력이 축적된 국가가 먼저 이루고 개발도상국에 기술 이전이라든지 자본이나 차관 제공이라든지 지원하는 형태의 구조이기 때문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결부된 사항이에요.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커다란 화두는 바로 에너지와 환경이라고 말한 것처럼, 에너지 전환을 구축하지 못하면 환경을 보존할 수가 없고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보존하지 않으면 해당 민족이나 국가가 소멸할 수밖에 없는 거죠.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예요. 최근에 발생한 니제르(Niger) 군부 쿠데타의 경우도 사실 단순한 군부 쿠데타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엄청난 경제난이 발생해서 사람들이 이주하는 겁니다.
기후 변화가 우리 인류에 세 가지 형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탄소 전환이죠. 탄소 중립을 이루어야지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하겠죠. 세 번째는 디지털 전환이에요. 그러니까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야지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중국과 미국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2%를 차지해요. 중국과 미국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탄소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G2(미국과 중국)가 무역 전쟁이나 기술 전쟁은 계속해도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고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 하는 게 없거든요. 두 나라의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은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소이고, 그로 인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 대응
교수님께서는 국내 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 고민되는 질문이네요. 학자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말씀드린 대로 엄청난 자본 투자와 기술 개발, 그것을 유지하고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돼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모두가 선진국에 비해서 열악한 상황이에요. 물론 정부는 굉장히 장밋빛 전망만 발표했죠. 에너지 전환 자체도 정치가들이나 정부가 지나치게 정치 구도화시키는 경향이 보여서 개인적으로 우려스럽다고 판단합니다.
전 정부가 내놓은 목표는 사실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설명하면, 2030년까지 2018년 기준(약 7억 2,800만 톤) 탄소 감축을 40%(4억 3,200만 톤) 하겠다고 했지만, 7년 안에 그 정도 감축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예요. 이 정도 수준의 감축은 국내 산업계가 감당할 수 없어요. 산업이 사라져야 가능한데 가능하지 않죠. 현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2,500~2,700만 톤만 감축하겠다고 했어요. 나머지 4억 1천만 톤은 다음 정부가 3년 안에 줄여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중국도 206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불가능할 거예요. 우리나라의 청정 기술 능력은 가장 취약한 산업 부문 중 하나예요.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 기반으로 목표치를 적합하게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어떤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현재 에너지 전환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화석 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뀐다는 의미에요. 선진국에서는 환경과 에너지를 21세기 인류 최대 아젠다로 보기 때문에 어느 한 특정 중앙 부서에서 감당하기에는 광범위하고 폭넓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부서의 협력 체제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중앙 부서 내에서도 부서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죠. 칸막이 소통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고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관한 정책이 바뀌는데 상호 보완이 되도록 추진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커다란 결함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가 그런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죠.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고도성장을 통해서 어느 정도 커버가 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시행에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어요.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정책 추진은 지양하고 에너지 현실을 고려한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국내 발전량의 에너지원별 분포(2022년) / 출처: BP
유럽 에너지 정책은 교수님의 한 연구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수입 다변화 및 청정 기술을 통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 시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조와 차별점이 있나요? 그리고 그 점들을 이용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박 최근 일어나는 전쟁은 에너지 위기에서 오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을 쓰는 거고요. 우리는 일본과 더불어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예요. 몇 년 전만 해도 98% 정도였어요. 지금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조금 늘어서 94%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신재생에너지’라는 단어를 써요. 재생에너지는 UN에서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 근원을 8개로 정립시켜 놓은 건데, 우리나라는 8개의 재생에너지 부문이 다 취약하고 굉장히 빈약한 나라예요. 그래서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에너지라는 3개의 에너지원(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을 첨가했는데, 이 3개가 다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거죠. 자본 투자에 비해 효율성은 굉장히 떨어지고요.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부문, 특히 전력 부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 부문이 기간 내에 탄소 중립을 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전력을 생산해도 저장하기가 쉽지 않아요. 수력이나 풍력, 태양열을 통해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RE100이라고 부품이나 컴포넌트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는 협약도 내걸었고요. (편집자 주: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 간 협약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첨단 산업,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아주 민감한 제품이라서 전력이 균일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안 돼요. 북한이나 중국이 과거에 첨단 산업 발전을 꾀할 수 없었던 이유도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글로벌 기업들은 부품 기업에 재생에너지로 만들라는 책임을 전가하고 상관 안 해요. 납품 업체들만 고민이죠. 재생에너지는 자연의 특성상 균일한 수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까요?
박 에너지 개발을 통한 수급 능력 배양은 우리가 미래에 생존 가능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에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불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죠. 70년대 중화학 산업이 발전하면서 중후장대 산업 중심으로 변화했어요.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국가에서 에너지 소비가 큰 산업군을 보유하게 된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 배출은 세계 7위, 개인 소비자 1인당 탄소 배출은 세계 5위에요. 좁은 국토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대기질이 나쁘고 기후 변화, 온도 증가 속도가 세계 평균 온도 증가율의 약 2배인 거죠. 나아지려면 중후장대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빨리 이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얽힌 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죠.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는 서로 전기를 끌어 쓰고 자원이 필요할 때 서로 도와줘요. 유럽연합 회원들은 역내 소비 비중이 60%가 넘어요. 다 수출과 수입으로 잡히죠. 수출도 옆 나라로 하는 것과 대륙을 건너서 하는 것과는 비용이나 탄소 배출 측면에서 효율성이 다릅니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성이 중요한데 탄소 배출 감축보다 높이기 힘들어요. 자기 소비를 줄여야 하거든요. 보통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비례적으로 중가하는데 유럽연합은 80년대부터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서 경제 성장은 지속하되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식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변화를 모색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에너지 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 안보적인 측면, 과학기술 측면 등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이고요. 즉, 절충적인 방법론(eclectic approach)으로 전반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탄소 중립 달성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정부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고요. 가령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소비 패턴이나 3R(Reduce, Reuse, Recycling)의 생활 패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소비자의 필요한 소비 물량을 최적화하는 디지털 전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로 예상합니다.
박상철 교수는 독일 기센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 유럽대학 정교수 자격(Habilitation)을 취득하고 스웨덴 고텐버그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및 종신교수 자격인 도센트(Docent)를 취득했다. 이후 스웨덴, 독일, 폴란드,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9개국에서 교수 및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및 중견기업육성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수연 에디터 pksyn@technologyrevie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