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 건강한 똥 이식하는 대변은행 관리자
미국에서는 매년 약 50만 명이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ides difficile)에 감염된다. 이것은 대장에서 발생하는 흔한 세균 감염으로 설사, 복통, 발열, 탈수 등을 일으킨다. 그러나 감염 환자 중 일부만이 항생제 치료에 반응한다. 환자의 약 20%에서는 감염이 재발하며, 매년 약 3만 명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금 독특하기는 해도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 바로 건강한 대변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대변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FMT)’이다. 하지만 FMT가 많은 국가에서 승인된 치료법이지만 여전히 접근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 환자 10명 중 1명만이 FMT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아동은 FMT 치료를 받기가 특히 더 어렵다. 무엇보다 다양한 질환의 치료와 연구 목적을 위해 사람의 분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은 성인의 샘플만 수집하기 때문에 아동에게 이를 이식할 경우 원치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캐나다에 위치한 맥마스터 아동병원(McMaster Children’s Hospital)의 소아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맥마스터 대학교의 니킬 파이(Nikhil Pai) 부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이 교수는 2022년 캐나다에 최초의 ‘소아대변은행’을 설립했다. 그 이후로 이 대변은행은 150개가 넘는 샘플을 수집하고 아동을 대상으로 5건의 FMT 시술도 완료했다. 파이 교수는 치료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경구용 대변이식 알약인 ‘크랩슐(crapsule)’을 설계하기 위해 다른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대변은행 관리: 파이 교수와 동료들은 소아대변은행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기증자를 모집하여 선별하고, 샘플을 분류하여 영하 80℃의 냉동고에 보관하며,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기금을 모금한다. 이 대변은행은 또한 다른 질병의 치료를 위해 FMT를 시험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대변을 제공하기도 한다. 파이 교수는 “소아대변은행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우리가 맡은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고 밝혔다.
기증에서 치료까지: 대변은행은 이 아동병원 전체에서 기증자를 모집한다. 환자의 건강한 형제자매나 병원 직원의 자녀들은 대변은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이 교수는 이에 대해 “병원의 아동들까지도 시민의식이 매우 강해서 기꺼이 봉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대변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변은행은 설문지와 혈액 검사를 통해 기증자를 선별한다. 또한 기증자의 대변에 에이즈, 코로나19, 간염과 같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는지도 검사한다. 대변은행은 신규 환자에게 연령과 성별이 같은 기증자의 건강한 대변을 찾아서 제공한다. 치료는 관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파이 교수에 따르면 1회 치료 후 80%, 2회 치료 후에는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고 한다.
접근성 강화: 파이 교수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대변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경구용 대변이식 알약, 즉 ‘크랩슐’이 환자들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구용 크랩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환자들은 관장이나 내시경술을 받기 위해 전문 인력이 있는 병원에 찾아갈 필요 없이 경구용 대변이식 알약을 다른 약처럼 쉽게 복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통해 언젠가는 대변이식 치료법이 다른 다양한 약물 내성 감염과 장 질환을 치료하는 데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사이먼 스피차크(Simon Spichak)는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과학, 건강, 기술 저널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