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검이 밝혀낸 고인의 건강 정보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
지난 몇 주간 필자는 미국 배우 진 해크먼(Gene Hackman)과 그의 아내인 피아니스트 베시 아라카와(Betsy Arakawa)의 사망 소식을 지켜봤다. 아라카와는 희귀 감염으로 숨진 것으로 보였고, 며칠 뒤 알츠하이머 말기였던 해크먼도 뒤따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특히 해크먼이 아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그러나 의료 검시관이 부부의 건강 상태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불편함이 밀려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부부는 사생활을 중시했고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필자가 아라카와가 복용했던 약부터 해크먼이 받았던 수술 내역까지 낱낱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검 보고서는 과연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하는 걸까? 사망 원인은 공공 정보이다. 하지만 부검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사적인 건강 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부검 절차와 규정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부가 사망한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법 집행 기관이 주관하고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법의학적(medico-legal)’ 부검이 있는가 하면, 유족의 요청에 따라 시행되는 ‘임상적(clinical)’ 부검도 있다. 부검 방식도 그 범위에 따라 다양하다. 일부는 특정 장기나 조직만 검사하는 수준이지만, 보다 정밀한 경우에는 전신의 장기를 살펴보고 조직을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과정까지 이뤄진다.